<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30탄] 프랜차이즈 ‘매출 부풀리기’

“실체 숨겨라”…구제불능 고질병 ‘실적 뻥튀기’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국경제의 큰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높은 투자 효과와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의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1978년 롯데리아가 처음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프랜차이즈업계는 외형적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GDP 대비 8.3% 규모

대기업 잇달아 진출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의 전체 매출은 약 77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930조원) 대비 8.3% 규모다.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프랜차이즈가 자리 잡고 있다는 대목이다.
현재 설립된 가맹본부는 2400여 개, 여기에 소속된 가맹점은 26만여 개다. 2002년(가맹본부 1600여 개, 가맹점 12만여 개)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6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났다. 이 중 약 40% 이상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개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투자 효과와 고용창출도 크다. 점포당 평균 초기투자액은 1억3000만원으로 연간 1만개 신규개점 시 약 1조3000억원의 투자 촉진과 소자본창업확대 효과를 얻는다. 또 프랜차이즈업의 고용인원은 국내 전체 도소매업체 종사자(242만명)의 45%에 달하는 100만명 정도다.
대기업들의 진출도 갈수록 활발하다. 롯데, 신세계, 오리온, CJ, 두산 등 많은 대기업들이 계열사 등을 통해 외식·서비스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이 신규 사업으로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만큼 ‘규모의 경제’가 갖춰졌다는 의미다. 프랜차이즈업이 갈수록 대형화·전문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벌기업들이 손을 뻗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다. 한마디로 투자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업은 1990년대 이후 매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오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위축되는 추세지만 앞으로 연평균 6%대 성장률은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맹업 ‘경제축’ 급부상…고용창출·지역활성화
매출 77조원, 가맹점 26만개, 종업원 100만명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2010년 87조원, 2013년 103조원, 2016년 123조원에 근접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맹본부도 증가해 2010년 2700여 개, 2013년 3200여 개, 2016년 3900여 개로 늘어날 전망된다. 가맹점과 고용인원 역시 2016년까지 각각 41만개, 160만명으로 증가가 기대된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측은 “경기 침체에도 최근 3∼4년 사이 성장기에 진입한 프랜차이즈가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서 주목받는 것은 다양한 장점을 갖춘 비즈니스 형태이기 때문”이라며 “외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250여 업종의 다양한 분야에서 가맹사업이 펼쳐지고 있어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은 물론 유통부문의 지배적인 사업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다. 외식업 등으로 업종 편중이 심하고 대부분 영세하다. 또 ▲가격경쟁 심화 ▲사업구조 불안정 ▲인프라 취약 ▲가맹본부 난립과 경영관리 미흡 ▲무분별한 브랜드 확대 ▲전문인력 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런 지적은 낮은 생존율과 직결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4.1년에 불과하다.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이 미흡한 결과다.
특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크고 작은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자주 발생하는 대립 쟁점은 ▲영업지원 ▲사업방식 ▲인테리어 비용 ▲상권보장 ▲광고비용 등이다.
무엇보다 가맹점주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가맹본부가 과장된 매출액을 제시하는 경우, 이른바 ‘매출 뻥튀기’다. 대부분의 가맹본부는 가맹점으로부터 재료비, 신규가맹비, 로열티, 인테리어 비용 등의 명목으로 거둬들인 부가수입을 매출로 신고한다. 따라서 가맹점 매출과는 전혀 별개다. 본사는 이를 근거로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세금은 본사 수입으로

홍보는 전체 수익으로

하지만 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예비 사장님’들을 모으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형편이다. 독자적인 가맹점의 매상을 본사의 실적으로 잡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가맹본부의 허위·과장광고 유형도 매출 부풀리기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 희망자로선 업계의 고질병인 ‘감언이설’에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업은 직영점과 가맹점으로 나뉜다. 직영점은 본사에서 자본, 인력, 재료 등을 직접 경영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직영점의 매출은 본사로 귀속된다.
반면 가맹점은 본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이 사업자권을 갖는다. 본사는 가맹점을 각자의 ‘독립채산제’로 인정하고 있다. 한 가맹본부당 평균 가맹점은 108개. 이에 비해 직영점은 평균 4개가 채 못 된다. 직영점을 하나도 운영하지 않는 업체도 수두룩하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의 본사가 가맹점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매출이다. 이를 홍보 등 외부에 알릴 땐 부풀리는 경향이 심하다”며 “본사 매출과 가맹점 매출은 엄연히 따로 분리해야 하지만 외형을 커 보이기 위해 가맹점의 매상을 본사의 실적으로 산정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예비 사장님’에 과장 매출액 제시

가맹점 매상, 본사 실적으로 산정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당시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회사의 정보등록을 의무화했다. 창업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업체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보공개서엔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매출, 부채 등 재무제표를 비롯해 가맹점 해지율, 직영점 현황, 초기 창업비용 등 창업 희망자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이 담겼다.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만약 본사가 허위·과장정보를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공정위 측은 “본사가 자사의 정보를 제공할 때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내용의 정보를 제공해 가맹점 희망자와 사업자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보공개는 사업자가 본사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정보등록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공개 업체들이 많은데다 설사 공개를 했더라도 부실 정보를 제공한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권택기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10월 밝힌 공정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가맹본부는 모두 1700여 개다. 국내 가맹본부가 2400여 개란 점을 감안하면 700여 개가 아직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피해사례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6년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시정조치한 내역을 보면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 위반’(34.6%)이 가장 많았다. 또 ‘정보공개서 갱신 및 수정의무 위반’(13.2%)이나 ‘허위·과장 광고 및 정보 제공’(7.4%)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의원은 “사업 운영의 노하우, 매출 및 시장 분석, 고객 서비스 등에 대한 실증자료가 부실하거나 허위로 작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공개서 등록시 가맹희망자에게 계약체결을 위한 판단자료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프랜차이즈업 현황’보고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가맹계약시 회사의 정보공개서를 가맹본부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응답이 48.1%에 그쳤다. 44.5%가 ‘제공받지 못했다’고 답했다(‘무응답’7.4%). 절반가량의 가맹점주가 회사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한 것이다.

정보등록 실효성 의문


미공개·부실 수두룩

한 업체 임원은 “매출 뻥튀기는 프랜차이즈 전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사업자도 신중하게 검토할 부분이지만 이에 앞서 프랜차이즈업계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자성과 변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알림

‘대박의 비밀’다음 편에도 ‘프랜차이즈 매출 부풀리기 실태’기획이 계속 이어집니다. 

실적을 뻥튀기한 업계별, 업체별 사례들을 하나하나 짚어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의견과 제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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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