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7탄] 미니골드 ‘액세서리’

“사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 배짱 영업 “너무해”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금값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장롱 속에 금붙이들을 꼭꼭 숨겨둔 경우 더욱 그렇다. 금값이 하늘 높은지 모르자 금을 사야 하는지 아니면 팔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동네 금은방 고사직전

주얼리 매장은 ‘펄펄’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24K(3.75g·순금) 한 돈의 소매가격은 18만7000원이다. 18K는 16만7000원, 14K는 13만5000원 등의 시세로 거래됐다. 국내 금값은 지난 2월 24K가 20만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값이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되거나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국내 금값도 더 상승한다는 쪽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당연히 귀금속업계는 죽을 맛이다. 금값이 오르자 금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간혹 금을 내다파는 소비자들이 오고가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로 팔기를 망설이다 돌아서는 사람이 태반이다. 반면 이른바 ‘금은방’의 후신 격인 프랜차이즈 주얼리업체들은 순금에 비해 순도가 떨어지는 다양한 제품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금값 고공행진 속에서 가격이 저렴한 ‘물건’들을 판매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귀금속업계에 따르면 ‘14K·18K 골드’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주얼리 프랜차이즈업계 규모는 3000억원 정도로 매년 약 10∼20%씩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부터 금값이 오르면서 폐업하는 업소가 속출하는 등 금은방들은 하나같이 모두 타격을 입고 고사직전”이라며 “대신 저렴하고 젊은 층에 눈높이를 맞춘 브랜드 주얼리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얼리 브랜드 시장 개척… 국내 최초 론칭
매출, 점포, 점유, 인지도 단연 업계 선두

금은방 위주였던 국내 주얼리 시장에 프랜차이즈화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부터다. 18K와 14K 제품의 디자인을 강조한 주얼리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한 것. 미니골드가 바로 이 시장을 국내 최초로 개척한 패션 주얼리 브랜드다. 1996년 첫선을 보인 미니골드는 중저가인 18K, 14K 금제품을 주력으로 명품 백화점 브랜드와 영세한 동네 금은방의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미니골드는 이를 위해 젊은 층을 겨냥한 개성 있는 디자인과 세공에 역점을 뒀다.

전문 디자이너들을 양성하는 동시에 디자인 수준과 보석세공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첨단기계를 들여오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레이저 각인 시스템과 함량측정 시스템 등을 개발해 제품경쟁력을 높였다. 오히려 지금은 국내 디자인 제품을 세계 각국에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3만원 시세 14K 제품
매장서 23만원에 팔아

공격적 마케팅과 선진화 서비스도 주효했다. 미니골드는 김희선, 장동건 등 톱스타 모델들을 내세운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깊이 각인,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업계 최초로 고객관계관리(CRM)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에게 미소를 드린다는 뜻의 마일리지제도인 ‘스마일리지’서비스를 실시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미니골드는 주얼리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시장점유율, 매출, 점포수, 성장률, 인지도 등에서도 단연 업계 선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 정보 등에 따르면 미니골드(에이치오엔) 매출은 출점 초기인 1999년 29억원에서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연매출이 10년 만에 14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007년에 비해 각각 늘어난 19억원, 2억원을 올렸다. 총자산 역시 2007년 225억원에서 지난해 247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부채는 같은 기간 173억원에서 167억원으로 줄어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장은 1996년 1월 서울 신림동 1호점을 시작으로 2002년 4월 100호점을 넘어섰고 현재 전국에 150여 개의 직영점 및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미니골드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2004년부터 6년 연속 패션 주얼리 전문점 부문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한 설문조사에선 여대생이 가장 선호하는 보석류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회사 측은 “금 함량을 줄인 14K, 18K 중저가 제품이 급부상하는 흐름에 맞춰 진주, 컬러스톤 등 다양한 상품 개발에 매달린 것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상승한 500억원 수준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미니골드가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 사도 그만’식의 배짱영업으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 특히 미니골드 각 지점은 본사 측이 정한 지침에 따라 금 매입 시 현금이 아닌 자사 상품으로만 교환해 주고 있어 매출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가 금을 내다팔 경우 들고 간 금의 가격만큼 미니골드 제품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벌써 초심 잃고 꼼수 부리나’
제품 판매시 중량 측정 거부
금 매입시 상품으로만 교환 

반대로 미니골드로선 금 매입에 대한 차익과 제품 판매에서 얻은 매출로 ‘꿩 먹고 알 먹는’일석이조의 이익을 거두는 셈이다. 주부 석모(56)씨는 최근 세 살배기 손자의 선물을 사러 서울 미니골드 한 지점에 들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을 경험했다. 우선 너무 비싼 가격이 황당했다. 금값이 오른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금 시세와 크게 차이가 났던 것.

석씨가 고른 상품은 순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14K 미아방지용 목걸이로 가격은 23만원이었다. 14K 한 돈의 시세가 13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만원이나 비싼 꼴이다. 잠시 고민 끝에 제품을 구입한 석씨는 종업원의 어이없는 태도에 또 한 번 놀랐다. 석씨는 평소 금은방에서 하던 대로 제품의 무게를 달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종업원은 “회사 방침상 안 된다. 우리 브랜드는 돈당 개념으로 팔지 않고 상품에 붙은 소비자가격으로 판매한다. 상품의 원가 공개는 물론 손님 앞에서 상품의 무게를 달아주지도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석씨가 다시 “그럼 목걸이 가격이 왜 이리 비싸냐”고 묻자 종업원은 “디자인 값으로 보면 된다. 이 제품은 그나마 우리 매장에서 가장 싼 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석씨는 “일반 금은방으로 가려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아들·며느리 취향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미니골드 매장을 찾아갔다”며 “할 수 없이 제품을 사긴 했지만 금 시세의 두 배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충분한 설명 없이 사려면 사고 말라면 말라는 식의 종업원 행동에 잔뜩 화가 치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김모(31)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금값이 금값’이란 소식을 접하고 아들의 돌잔치 때 선물로 받은 금반지 등을 내다팔 생각으로 자주 찾던 미니골드 한 지점을 방문했다. 그러나 김씨는 금반지 등을 팔지 못했다. 미니골드의 이상한 방침 때문이다. 김씨가 “금을 팔러왔다”고 방문 목적을 밝히자 이 지점 직원은 대뜸 “돈으론 안 되고 대신 금액에 맞춰 매장 제품으로 교환만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직원은 이어 “그래도 팔려면 팔고 아니면 그냥 가져가라”고 외면했다. 김씨는 “금값이 많이 올라 들뜬 마음에 금을 들고 미니골드에 갔지만 기분만 상하고 돌아왔다”며 “금을 돈으로 바꾸어 주지 않고 상품으로 가져가라니 말이 되냐. 매출을 늘리기 위해 꼼수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미니골드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다. 일반 매장에서 제품 판매 시 중량 측정 거부와 금 매입 시 현금이 아닌 상품으로만 교환 가능한 시스템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별 상관없다는 투다.

금, 현금 교환 불가 


차익·매출 일석이조

회사 관계자는 “(미니골드는) 일반 금은방과 달리 중량을 측정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제품마다 소비자가격이 있으므로 판매전에 제품의 중량을 체크할 의무가 없다”며 “다만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매장별로 대처할 뿐 이와 관련 본사에서 별도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 매입 시 해당 점포 상품으로만 교환 가능한 것은 본사에서 정한 지침이 맞지만 이 또한 현금을 꼭 내줄 의무가 없다”며 “미니골드 브랜드는 일반 금은방이 아닌 패션 주얼리 업체이므로 정책적으로 현금교환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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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