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하는 ‘아내’ 자위하는 ‘남편’<요지경>

혼자서 ‘섹스 트러블’해결?

섹스리스 부부가 점점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정작 섹스보다는 서로 각자의 ‘자위’에 의존하는 부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서로 ‘의무방어전’ 정도의 섹스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위를 통해 자신만의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일반적으로는 남성들만이 자위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여성 자위 인구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여중고생들 역시 50%가 넘는 수치가 자위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자위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요지경을 들여다봤다.

어떤 면에서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이 ‘빨리 빨리’ 행해지는 시대에선 섹스보다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쾌감을 줄 수 있는 자위가 더 선호되는 것이 트렌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부생활을 하면서 한쪽이 지속적으로 자위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상대는 상당한 심리적인 충격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비뇨기과에 문의하는 경우도 많고 자칫 부부간의 불화로 번지기도 한다.

서울 신사동의 A비뇨기과 진료실에는 한 달에 최소 2~3명 정도의 아내들이 병원을 찾아와 ‘남편의 자위’에 대한 상담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오는 것은 용기가 대단한 경우다.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거나 메일로 상담을 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한 달에 10건 이상은 ‘남편의 자위’에 대한 여성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남편이 자위를 해요”

A비뇨기과 원장은 “남편의 자위 사실을 알아챈 여성들의 첫 번째 반응은 허탈감과 충격이다. 그녀들은 남편이 왜 도대체 자신을 놔두고 자위에 골몰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자신의 성적 매력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부류는 남편의 ‘잘못된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상담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남편과의 불화를 막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남편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느낀 여성들은 때로는 남편과의 잠자리를 아예 거부할 정도가 되곤 한다”고 전했다.

섹스보다 빠르고 효율적 쾌감 줄 수 있는 자위 선호
부부생활 중 한쪽 지속적 자위는 심리적 충격 불러


아주 심한 경우 아예 이혼까지 생각하는 여성도 있다. 물론 매우 극단적이고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대체로 성에 대해 매우 순결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 그리고 보수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온 여성들일수록 자위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자위하는 남편’을 둔 이모(33·여)씨는 “이제까지 자위란 것은 사춘기의 청소년들이나 장애인들 혹은 여성과 잠자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의 남편이 그런 사람들이나 하는 자위를 한다는 것에 말문이 막혔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이어 “남편은 특히 이제까지 섹스를 그리 밝히지 않는다고 생각해왔기에 그 충격의 강도는 더욱 강했다. 나와의 잠자리도 가끔씩 피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다면 나로선 도저히 만족이 안 됐다는 것이다. 그 후로 여러 번 싸움을 했지만 ‘그냥 호기심에 했다’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면 다행이지만 앞으로 또다시 이런 경우가 생겼을 때는 심각한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남편의 자위습관을 고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오죽 자신이 성적 매력이 없었으면 남편이 자위를 하겠냐’고 생각하는 부류다. 이런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위 ‘이쁜이 수술’까지 받는 경우까지 있다.

물론 이렇게나마 남편의 자위습관이 개선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위가 주는 강렬한 중독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자위를 한다는 강모(39)씨는 “솔직히 아내들은 남편의 자위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남자들의 입장에선 뭐 특별할 것도 없는 단순한 성적 만족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강씨는 이어 “물론 아내와의 섹스도 즐기지만 가끔씩은 자위가 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남자들이 흔히 하는 비유로 ‘외식’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자들이 남성들의 자위에 대해 더욱 오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위를 하는 것은 꼭 남성들만은 아니다. 남편의 성적 능력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 못할 때는 여성들도 자위를 통해 만족을 얻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싱글 여성’이 점차 많아지다 보니 남성들과의 섹스보다는 자위를 통해 성적 욕망을 채우는 여성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강렬한 중독성에 빠져들어 ‘허우적’

직장 생활을 하는 싱글 여성 주모(29)씨는 “솔직히 남자를 사귀려면 여간 불편하게 많은 것이 아니다. 그냥 섹스 파트너로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애인이 됐을 경우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바라는 것도 많고 또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섹스를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주씨는 이어 “그렇게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감수하며 남자 친구를 사귀느니 차라리 그냥 혼자서 자위를 즐기는 것이 더욱 편할 때가 많다. 남자랑 섹스를 하려면 샤워도 해야 하고 분위기도 잡아야 하지 않는가.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그냥 자위로 풀고 말지란 생각을 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일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자위를 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걷잡을 수 없는 자위 충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회사의 화장실이나 으슥한 공원에서의 자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특히 자위 자체로 쾌감을 얻는 것도 있지만 강박적으로 자위란 것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우 참을 수 없는 ‘섹스 중독’과 비슷하게 발전해 쉽사리 자위를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할 수 있다.

‘싱글 여성’ 증가 자위로 성적 욕망 채우는 女 급증
전문가 “자신의 색다른 판타지 만족 위한 자위 금물”


그러나 한편으로 자위는 남편과의 섹스를 ‘보충’하는 것으로서의 위상을 갖기도 한다. 어차피 100%의 부부들이 모두 궁합이 맞을 수 없다면 오히려 자위를 통해 성적 욕망을 풀고 이것을 부부생활의 윤활유로 삼을 수 있다. 불륜을 통해 바람을 피우는 것보다는 훨씬 건강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부 중의 한명이 불감증 등의 섹스 트러블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자위는 이것을 해소할 수 있는 보조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위의 ‘중독성’에 대해 경고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포르노 비디오를 보면서 자위를 하게 될 경우에는 자신만의 ‘환타지’가 형성되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봐야 흥분을 하게 되고 이것이 실제 성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도 때론 심하게 중독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 상황, 상대방의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흥분 자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것은 ‘성적 트러블’이 있을 때 자위를 ‘활용’해야지 자신의 색다른 판타지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위를 적극적으로 즐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남녀가 자위행위를 하는 것일까. 몇몇 보고서나 혹은 설문조사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통계가 들쭉날쭉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보고서는 남성의 98%가 자위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통계는 70%라고 보고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그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청소년들도 상당수가 자위를 한다는 것이다. 모 정부 산하 청소년기관의 비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여중고생의 40%가 자위를 한다는 것. 하지만 ‘노코멘트’를 한 비율까지 합치게 되면 거의 60%가 넘지 않을까 예상되는 상황이다.
물론 남학생의 경우는 이 비율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에 대한 정상적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는 이런 자위 학생들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자위라는 것은 범죄도 아니고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기에 일방적으로 금지할 수도 없고 그럴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자위 습관은 자신의 정상적인 성생활을 방해할 수 있고 성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가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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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