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자살’ 5대 미스터리

‘분노와 슬픔, 그리고 그리움…’한(恨) 많은 쓸쓸한 최후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전 두산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에 재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2003년 8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사건과 같이 파장도 엄청나다. 그만큼 박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는 왜 세상을 등진 것일까. 재계사에 또 한차례 비극으로 남은 그의 쓸쓸한 최후를 둘러싼 의문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자택서 넥타이로 목 맨 채 발견 “한국 재계사 비극”
경찰 “범죄 가능성 없다” 수사 자살로 잠정 결론


박용오 회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4일 오전 7시50분쯤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다. 안방 드레스룸 옷장 봉에 넥타이로 목을 맨 채 쓰러져 있는 박 회장을 가정부가 발견해 즉각 운전사에게 연락했고 운전사는 경비원 2명과 함께 박 회장을 차에 태웠다.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박 회장은 약 30분간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의 최종 사망 시간은 이날 오전 8시32분이다.

곧바로 박 회장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졌다. 병원과 경찰, 언론, 회사 측이 ‘자살이냐 병사냐’를 두고 의견이 갈라진 것. 당초 서울대병원은 응급실 사체검안서에 심장마비라고 적었다. 박 회장의 사인을 급성심장사에 따른 병사로 기재한 것. 이에 따라 두산그룹도 자살설이 돌자 “사실무근”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성지건설 역시 박 회장의 자살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의 발표는 달랐다. 경찰은 박 회장이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박 회장 목에 끈으로 졸린 흔적과 자택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 목격자 진술 등 조사 결과가 뒷받침됐다. 경찰은 “증거와 진술, 정황 등을 근거로 자살이 확실하다”며 “검시 결과도 타살 등 범죄로 인한 사망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자살 은폐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대병원 측은 “박 회장이 심장 수술을 받는 등 심장 질환으로 수년간 치료를 받았고 응급실에 심장이 정지된 상태로 왔기 때문에 추정 사인을 급성심장사로 한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박 회장의 검안서엔 가장 핵심인 삭흔 기록이 없다.

목을 맨 흔적이 있는데도 병원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서울대병원은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1998∼2004년 병원장을 지낸 곳이다. 한편으론 타살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가정부와 운전기사 등 최초 현장 목격자들은 경찰에서 “박 회장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은폐 의혹에
타살 의혹도 제기

옷장 봉에 목을 맸다면 사망한 채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쓰러져’ 발견된 것과 ‘매달려’ 발견된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정적인 사인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정황인 탓이다. 박 회장의 일부 측근도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박 회장은 사건이 일어나기 3일 전인 지난 1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친인척의 돌잔치에 참석했는데 자살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박 회장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며 “건강도 좋아 보였고 기분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고 증언했다. 경찰의 결론대로 박 회장이 자살했다면 그 동기도 의문이다. 이를 풀 만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박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진짜 이유가 명확치 않다. 직접적인 자살 동기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 다만 박 회장의 복잡한 사정을 놓고 여러 추론이 가능하다.

우선 박 회장이 이끌던 성지건설의 경영난이 꼽힌다. 2005년 7월 시작된 ‘형제의 난’으로 두산일가에서 퇴출을 당하다시피 쫓겨난 박 회장은 지난해 2월 성지건설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성지건설의 부진은 결국 자금 압박으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
1. 사체검안서에 삭흔 기록 누락 왜?
2. 목맸는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3. 극단적인 선택 결정적 동기 부재?
4. 두산가 형제 도움 요청 외면했나?
5. 남긴 유서 미공개 나머지 내용은?

사실상 두산일가에서 맨몸으로 나온 박 회장은 성지건설을 약 730억원에 인수할 당시 돈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인수 이후에도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워 높은 금리의 제2금융권으로부터 적지 않은 자금을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지난해 발행한 1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의 상환만기가 올 연말까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 재개를 위한 자금 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박 회장은 돈 될 만한 주식, 부동산 등 재산을 털어 성지건설을 인수했다”며 “자금 출처를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박 회장은 그룹 내 지분이 거의 없었고 ‘형제의 난’과 관련 법원으로부터 부과받은 80억원의 벌금을 비롯해 횡령금, 탈루액, 재판비용 등 금전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아들의 구속도 박 회장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평소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차남 중원씨는 주가 조작혐의로 지난 7월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박 회장이 ‘형제의 난’이후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인 상황에서 회사 경영난과 아들 구속 등이 겹치면서 상당한 심적 불안을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형제들의 ‘왕따’가 궁지에 몰린 박 회장을 더 외롭게 만들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 회장은 ‘형제의 난’으로 틀어진 형(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동생(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들을 일절 만나지 않았다.

일가서 맨몸으로 퇴출
성지건설 자금 압박

지난해 9월 모친 고 명계춘 여사의 별세 당시 형제들과 잠시 조우해 서로 화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깊은 갈등의 골은 쉽게 메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성지건설이 자금난을 겪자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이 최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성지건설 자산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급기야 자존심을 접고 두산가에 손을 내밀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모 회사 지분도 두산그룹에 급매하려 했으나 이 또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건설업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는 성지건설을 인수하면서 주변에 “건설 말고는 할 것도 아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 모두 두산건설 임원 출신으로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들이 각각 성지건설 부회장과 사장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회장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단초도 건설업이다. 박 회장의 장남인 경원씨가 2000년 초 두산일가와 상의 없이 그룹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건설사를 차리자 ‘괘씸죄’에 몰렸고 이는 박 회장의 회장직 박탈로 이어져 형제간 갈등의 화근이 됐다. 박 회장은 분가 대가로 두산건설을 떼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때도 형제들은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의 한 측근은 “두산그룹과 언론이 박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양측이 화해할 가능성을 점치지만 이는 속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박 회장이 쓸쓸한 최후를 맞은 게 다 누구 때문이냐. 나중에 형제들이 남은 유가족들을 확실히 껴안는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어도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다”고 귀띔했다.

형제 사이서 ‘왕따’
‘X파일’ 존재 관심 

지금으로선 박 회장이 남긴 유서가 유일하게 의문들을 풀어줄 단서다. 경찰은 박 회장의 안방 침대 옆 금고에서 A4용지 7장 분량의 볼펜으로 작성한 유서를 찾아냈다. 경찰이 공개한 유서 내용에 따르면 박 회장은 가족과 지인들을 한 명씩 거론하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적었다. 또 “회사 부채가 많아 경영이 어렵다. 채권·채무 관계를 잘 정리하라”는 당부도 있다. 이 유서는 지난 5일 유가족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유서의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더 이상 유족들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항간에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만큼 그가 생전 못다 한 말들도 포함되지 않았겠느냐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온다. 유서 외에 다른 비망록 존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직설적인 화법과 과감한 성격이었던 박 회장이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X파일’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박 회장은 생전 빙빙 돌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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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