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6탄] 롯데제과 ‘빼빼로’

어른도 홀린 정체불명 ‘빼빼로데이’누구냐 넌?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다이어리데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키스데이, 구구데이….’
유래가 명확치 않은 ‘소비촉진 기념일’들이다.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게 만드는 이들 기념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특별한 ‘데이’로 인식된 지 오래다.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데이’도 이중 하나다. 롯데제과에게 11월은 ‘대박의 달’이다. 1년 중 최대 대목인 빼빼로데이가 낀 탓이다. ‘1’이란 숫자가 네 번 연달아 겹쳐지는 11월11일은 막대형 과자와 모양이 흡사해 빼빼로데이라 불리는 기념일이다.

‘국민 과자’ 명성 지켜
‘불량 짝퉁’까지 등장

이날을 전후해 매년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고 있는 롯데제과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소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푸짐한 경품을 주는 등 기발한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1983년 첫 선을 보인 빼빼로는 독창적인 길쭉한 막대모양과 스틱형 과자에 초콜릿이 가미된 맛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심의 ‘새우깡’과 함께 ‘국민 과자’란 명성을 얻고 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빼빼로는 출시 첫해 약 4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3년 3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560억원을 올리는 등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판매 실적이 지난 27년간 14배 정도 늘어난 것. 지난해까지 팔린 빼빼로만 무려 35억갑 이상이다. 국민 1인당 평균 70갑씩 먹은 셈이다.
특히 빼빼로는 전 국민에게 과자 공포증을 유발했던 ‘멜라민 파동’과 극심한 불황 한파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대내외 악재로 식품업계가 쑥대밭이 된 지난해 9월과 10월 빼빼로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 전년대비 약 50% 증가한 300억원을 기록했다.

식지 않는 빼빼로 인기의 일등 공신이 바로 빼빼로데이다. 빼빼로가 국민 과자로 올라선 것도 10년 넘게 지속된 빼빼로데이 덕분이란 평가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실적만 봐도 그렇다. 빼빼로데이를 앞둔 10월 한 달 매출은 연간 전체의 40%에 달했다. 빼빼로데이 특수 기간인 9∼11월 3개월간 매출로 따지면 각각 전년대비 30∼50%씩 늘어난 100억원, 210억원, 65억원 등으로 65%를 차지했다.

롯데제과가 시판 중인 빼빼로는 최초 제품인 ‘초코’(1983년 출시)를 비롯해 ▲아몬드(1984년) ▲딸기(1994년) ▲후레이크(1994년) ▲치즈(1995년) ▲커피(1995년) ▲땅콩(1996년) ▲헤이즐(1996년) ▲불고기(1996년) ▲땅콩크림(1997년) ▲누드(2000년) ▲블랙(2005년) ▲카카오(2006년) ▲레몬치즈(2007년) 등 모두 14종류다.
이 가운데 지난해 빼빼로데이 시즌에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700원짜리 오리지널 ‘초코 빼빼로’다. 롯데제과가 전국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110만개가 팔렸다. 이어 1000원짜리 ‘아몬드 빼빼로’, ‘누드 빼빼로’등이 뒤를 이었다. 


“여학생들 사이서 자연스럽게 시작”
<vs>“판매 늘리기 위한 업체 기획 작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10만원 이상 고가의 빼빼로 상품이 등장하는 등 초·중·고 10대에 머물렀던 빼빼로데이 소비층이 갈수록 성인들로 확대되고 있다”며 “덩달아 초콜릿 등 관련 제품들의 판매도 늘어 GS25,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바이더웨이 등 편의점의 지난해 빼빼로데이 전후 평균 매출이 2007년에 비해 30∼50% 상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롯데제과 측은 “지난해 특수기간인 9월부터 11월까지 팔린 빼빼로는 8100만여 갑으로 국민 1명이 1.6갑의 빼빼로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 성수기(9·10·11월)엔 10∼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롯데제과는 11월11일 하루뿐만 아니라 매월 11일을 빼빼로데이로 굳히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빼빼로 e-card 페스티벌’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전까지 11월11일에 국한했던 행사를 매월 11일로 확대한 것.
2010년 3월10일까지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함께 친구의 이메일 주소(또는 휴대전화 번호)를 빼빼로 홈페이지(www.pepero.co.kr)에 올리면 매월 11일 전자카드(또는 문자)를 발송해 주는 행사다. 참가자에겐 매월 추첨을 통해 MP3와 콘솔게임기, 영화티켓 등을 제공한다. 빼빼로데이가 ‘범국민 기념일’로 자리 잡자 ‘짝퉁 빼빼로’까지 등장했다. 롯데제과로선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상술인 줄 알지만
올해도 선물하겠다”

문구점, 팬시점 등을 통해 유통되는 짝퉁들은 모양이 빼빼로와 비슷하지만 국적과 생산업체가 불분명한 불량품이다. 성분, 유통기한 또한 정확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1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유통기한이 1년 이상 지난 중국·태국산 빼빼로를 유통시킨 업자를 적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빼빼로데이를 두고 업체의 얄팍한 상술이란 비판도 있다. 지나친 상업적 발상으로 무리하게 소비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제과 측은 빼빼로데이가 다른 기념일과 달리 학생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 모 중학교의 여학생들이 빼빼로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11월11일 친구끼리 과자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서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빨리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퍼졌고 1990년대 말엔 가까운 일본으로까지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빼빼로데이가 탄생한 배경을 롯데제과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작품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업체 한 임원은 “빼빼로데이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과 같이 일본의 식품업체들이 1980년대 시작한 선물주기 캠페인의 후속편으로 볼 수 있다”며 “정을 나눈다는 차원에선 뜻 깊은 날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엔 업체가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상술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도 빼빼로데이가 상술이 만든 기념일이란 의견 쪽에 쏠린다. 한 업체의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눈 가리고 아웅’상술 도마에
슬그머니 용량 줄여 가격 인상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지난해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대학생 9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82.6%가 “빼빼로데이는 상술이 빚어낸 기념일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재미있는 기념일 중 하나”란 응답은 15.8%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술인 줄 알지만 선물하겠다”는 응답자가 33.4%에 달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제과의 ‘눈 가리고 아웅’식 상술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빼빼로의 가격 인상을 노리고 슬그머니 제품 용량을 줄이는 편법을 동원한 게 대표적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 2월 빼빼로의 용량을 33g에서 30g으로 10% 줄였다. 가격은 그대로 700원을 유지했다. 결국 용량 축소로 사실상 가격을 11%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발이다.
더욱이 롯데제과는 용량 축소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비난을 키웠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라 제품 겉면에 용량이 제대로 표기돼 있다면 용량 축소 시 이를 공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소비자를 외면한 처사란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총용량 ‘33 ⇒ 30g’
축소 미공지로 비난

당시 롯데제과 측은 “환율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제품의 용량을 줄였다”고 해명했지만 롯데제과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1조2447억원, 897억원, 1847억원으로 전년보다 9.7%, 4.5%, 69.5% 증가한 만큼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롯데제과의 꼼수는 처음이 아니다. 

1983년 출시 때 빼빼로의 용량은 50g이었다. 이후 1997년 40g으로, 2000년 들어 33g으로 축소됐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제과가 지난해 30g으로 줄였다 여론이 들끊자 다시 33g으로 원상복구했다가 이번에 또 30g로 줄였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가격은 최초 200원에서 700원으로 뛰었다.

최근엔 묶음 포장의 빼빼로 가격이 도마에 올랐다. 한 언론의 취재 결과 롯데제과가 선보인 대용량 빼빼로 제품의 용량이 개별 제품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 언론은 “6봉 묶음 ‘초코 빼빼로’와 5봉 묶음 ‘아몬드 빼빼로’에서 롯데제과의 눈속임 흔적이 있다”며 “대용량 상품의 한 봉이 개별 제품보다 7g이 적었고 과자 개수도 2개가 적었지만 판매가격은 각각 더 비쌌다”고 보도했다.

빼빼로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공정위 국감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롯데제과가 껌과 과자 등의 용량을 줄이는 편법을 이용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며 “롯데제과는 용량 감소를 통해 적게는 4%, 많게는 17.6%까지 가격을 올렸는데 이를 2개월이 지나도록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롯데제과는 제과업계 ‘빅4’ 중에서 나머지 회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가 크다”며 “이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거나 유지·변경을 금하는 공정거래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롯데제과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해태제과가 과자 용량을 줄인 것에 대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한 바 있는 만큼 사실여부를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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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