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30만원 주고 취업·결혼 목적 가짜 문서 획득
242명 다양한 목적 위해 가짜 문서 이용하다 쇠고랑
대학졸업증명서, 토익성적표, 주민등록증 등 온갖 문서를 위조해 준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각종 문서 위조해 드립니다”란 내용의 광고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일당에게 돈을 주고 문서를 위조한 이들은 모두 242명. 취업, 결혼, 유흥업소 출입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가짜 문서를 만들어 이용한 것이다. 가짜 공화국의 위상을 실감케 한 이번 사건을 좇아봤다.
첫 결혼에 실패한 뒤 딸과 함께 살던 이모(29·여)씨는 한 남성과 교제를 했고 시간이 흘러 이들의 관계는 결혼을 약속할 만큼 깊어졌다. 문제는 자신의 과거였다. 이씨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딸을 둔 이혼녀란 사실을 숨긴 채 만남을 이어왔다.
고민하던 이씨의 눈에 띈 것은 한 인터넷 광고였다. ‘주민등록등·초본, 졸업장, 기술자격증’ 등 16년간 각종 문서위조 판매한 ‘제작의 달인’ ‘짝퉁’ ‘위조만 실장입니다’란 문구의 광고가 그것.
솔깃해진 이씨는 30만원을 주고 가족관계증명서 위조를 의뢰했다. 그 결과 가족관계증명서에서만큼은 미혼여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무리 없이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역할 분담해 계획적으로
이씨에게 돈을 받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해 준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1일 중국에서 위조한 대학졸업증명서, 자격증 등을 위조해 판매한 혐의(공문서 위조 등)로 이모(33)씨를 구속하고 중국으로 돈을 보낸 정모(36)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각종 문서 위조를 부탁한 김모(49)씨 등 24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일당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에 문서를 위조해 준다는 광고를 올린 뒤 의뢰자들이 원하는 각종 자격증을 위조해 팔았다. 8명의 위조단은 철저히 역할을 나눠 치밀한 계획 하에 움직였다. 국내 연락책, 통장 모집책, 송금책, 문서 전달책 등의 역할이 그것.
국내연락책을 맡았던 이씨는 중국 총책의 지시에 따라 통장 모집책, 송금책, 문서배송 등의 조직을 관리했다. 통장모집책 최모(38)씨는 노숙자나 무직자 등 돈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돈을 준 뒤 이들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문서를 위조한 곳은 중국이었다.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의뢰인을 모집하면 중국에 있는 문서위조단에게 위조할 문서를 신청하고 이를 넘겨받아 의뢰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 역할은 문서배송책인 강모(25)씨가 맡았다. 강씨는 위조된 문서 원본을 중국 보따리상 등에게 1건당 5만원을 받고 국내에 가져와 우편발송을 하는 역할을 했다.
위조한 서류도 다양했다. 국?내외 대학졸업증명서, 피부관리사 자격증, 토익성적표, 혼인관계증명서, 수능성적표, 주민등록증 등 18종에 이르는 문서를 가짜로 만들어 팔았다.
가짜 문서의 가격은 종류에 따라 30~130만원 정도였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간 문서위조를 의뢰한 이는 모두 242명. 이씨 일당은 이들을 통해 약 2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에 문서위조를 의뢰한 이들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위조의 목적은 취업이었다. 대학졸업증명서, 토익성적표, 성적증명서를 위조해달라고 의뢰한 이들이 200여 명에 달했다. 실제 위조증명서를 이용해 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10여 명이었다.
김모(32)씨도 취업을 위해 성적증명서를 위조했다. 대기업 입사가 목표였던 김씨는 자신의 성적으로는 대기업 입사가 어렵다는 사실에 고민하다 문서 위조 광고를 본 뒤 성적을 위조하기로 마음먹었다. 70만원의 돈을 들여 성적표를 새로 만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하는 기업에 덜컥 합격을 한 것이다.
고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였던 김모(42·여)씨도 가짜 고등학교 졸업장을 만들어 취업에 성공했다. 김씨는 올해 한 대형마트의 경리직에 취직하기 위해 35만원을 주고 졸업장을 위조해 마트에 입사했다.
국가기술 자격증을 위조해 취업에 성공한 이도 있다. 강모(35)씨는 건축기사 자격증이 필요한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100만원을 주고 자격증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성적표 역시 위조의 대상이었다. 함모(20)씨는 유명 입시학원 우등반에 들어가기 위해 30만원을 주고 수능성적표를 위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돈을 들여 억지로 우등반에 들어갔지만 다른 학생들과의 실력차이만 느낀 채 중도에 학원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나이트클럽에 자유롭게 출입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철없는 10대들도 덜미를 잡혔다. 최모(17)양은 자신의 주민등록증으로는 나이트클럽 출입이 불가능하자 130만원을 주고 성년의 나이로 탈바꿈된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
다양한 문서 위조 목적
은행통장도 위조의 대상이었다. 김모(34)씨는 대학학생회 총무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공금을 사용한 내역을 숨기기 위해 30만원을 주고 통장거래내역을 위조했다.
부모님에게 등록금을 받아내기 위해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가짜 대학생도 있었다. 최모(23)씨는 대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등록금을 타기 위해 30만원을 들여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대학생행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문서를 위조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란 것을 명심하고 인터넷 광고 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또 “중국 공안과의 공조를 통해 미검자 검거 등 지속적인 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