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종로·명동·충무로’서민들 발길 잦은 까닭

현금융통 가능하다면 15% 선이자 ‘그까이꺼’

추석연휴가 끝나면서 서울 종로와 명동, 충무로 일대에 급전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허름한 건물로 하나둘씩 들어가는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불법카드할인(일명 카드깡)을 받기 위해서다. 높은 선이자가 부담이지만 쉽게 현금을 거머쥘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은 카드깡 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이들 중 태반의 종착역은 신용불량자.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는 그 현장을 다녀왔다.

급전 구하려 신용카드 들고 카드깡 업체 찾아 동분서주
15~25% 선이자… 불어난 금액 갚다가 신불자 전락      


지난 13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입구 한 허름한 건물 앞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5분가량 두리번거리다가 그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20여 분 뒤 그 남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의 손에는 한 뭉치의 돈다발이 쥐여 있었다. 잠시 뒤 여대생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또다시 그 건물로 들어갔다가 15분 뒤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여성의 손에도 역시 돈다발이 들려 있었다.

돌려막고 또 돌려막고

기자는 그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잠시 경계를 하던 성모(22·여대생)씨는 “카드깡을 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답했다. 선이자 얼마를 냈느냐는 물음에는 300만원에 대한 14%를 냈다고 말했다. 선이자만 42만원을 낸 셈. 성씨는 “처음 옷과 화장품을 사면서 카드 값이 늘어났다. 그런데 용돈만으로 갚을 능력이 떨어져 다른 카드로 돌려막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카드깡을 받았다. 결제 때문에 받긴 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씨와 얘기하는 도중에도 그 건물로 수십 명이 드나들었다. 6층 건물이었지만 카드깡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녀를 통해 종로와 충무로에도 카드깡 업체들이 밀집돼 있다는 말을 듣고 종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로 교차로에 위치한 한 업체 사무실. 미로처럼 되어 있는 구조에도 사람들의 방문은 계속됐다.

오후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이곳을 찾은 사람만 25명. 이들 중 20명 정도가 돈을 세면서 문을 나섰다. 카드깡을 받은 것. 반면 5명 정도는 또 다른 업체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33)씨는 “술값과 과소비를 하다가 빚을 많이 졌다. 오늘까지 카드값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았다. 있는 카드를 모두 동원해 500만원을 받았는데 선이자만 15% 냈다. 다음 달이 무섭다”고 푸념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주모(28·여·직장인)씨는 “200만원을 카드깡 했는데 선이자로 30만원을 줬다. 너무 아깝다. 이러다가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전했다. 오후 5시 충무로역 인근 한 사무실. 이곳도 종로나 명동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해서인지 업자와 방문객의 발걸음은 분주했고 한때나마 고성도 오갔다.

업체 문을 박차고 나온 정모(25·회사원)씨는 “결제시간이 임박해서 찾았더니 선이자 17%를 요구하더라. 오전에 상담할 땐 14%라고 하더니 날강도 아닌가. 꼭 흡혈귀 같다. 급전이 필요해 찾았지만 올 곳이 못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모(27·여·회사원)씨는 “3년째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카드 중 하나는 아예 맡겨놓고 있다.

대신 선이자는 13%로 비교적 싼 편이다. 하지만 수입이 한정되다 보니 결제일만 다가오면 하루하루가 숨 막힐 지경이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사실 불법 카드깡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의 여파로 이 같은 불법 카드깡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한번 받기 시작한 불법 카드깡의 종착역은 신용불량자 낙인이라는 것. 카드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카드매출 전표를 끊어주고 나서 대금의 15~25%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내주는 것을 말한다.

연체 그리고 신용불량자

예컨대 500만원의 카드매출 전표를 끊고 선이자 15%를 냈다면 손에 쥐는 돈은 425만원. 75만원은 수수료 명목으로 떼인 돈이다. 14%를 냈다면 70만원, 16%를 냈다면 80만원이 선이자다. 하지만 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500만원에 대한 카드값과 이자비용이 남아 있다. 이 경우 100만원 이상이 이자로 지불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카드회원이 카드깡 업체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면 과도한 수수료를 떼이면서 원금은 갚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해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일명 신불자로 전락하는 것. 전문가들은 카드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악화로 지속적인 소득이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대출의 문을 두드리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 금융전문가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자금난을 이유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출마저도 거부당한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현금융통에 나설 수밖에 없다. 최근 부쩍 사용횟수가 늘어난 카드깡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세간에선 이처럼 카드깡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신용불량자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동에서 여신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사실 카드깡을 사용하게 되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금액보다 20~30% 많은 금액을 결제한 뒤 업자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결국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불어나게 된다”며 “불어난 금액은 그대로 사용자의 몫으로 넘겨지고 부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며 결국 연체가 되어 신용불량자가 되곤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사용할 돈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소득은 줄고 현금융통의 수단은 꽉 막혀버린 현실에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의 선택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루빨리 이들이 불법경로를 통해 현금융통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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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