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대권잠룡 '스타워즈'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3: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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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전쟁 "이기면 대권직행, 패하면 정치낭인"

[일요시사=정치팀] 6·4 지방선거의 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는 당초부터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며 매우 중요한 선거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참여 가능성까지 잇달아 점쳐지면서 차기 대권 전초전 성격까지 띠게 됐다. 선거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뜨고, 누군가는 바닥까지 추락한다. 사실상 정치명운을 건 한판승부다. 별들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6·4 지방선거를 미리 들여다봤다.




도박과도 같은 한판승부가 시작됐다. 6·4 지방선거가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지방선거 참여 가능성이 잇달아 점쳐지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들은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다. 반면 패할 경우엔 하루아침에 정치낭인으로 전락하며 재기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건 도박과도 같은 한판 승부다.


대선 전초전
지방선거 올인


올해 지방선거는 당초부터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성격으로 그 중요성이 컸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선 전초전 성격까지 띠게 되면서 여야 모두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대권잠룡들에겐 최대 기회이자 위기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음 대선까진 특별한 선거나 정치이벤트가 없다. 대권을 노리고 있다면 도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여의도 정치경력에 행정경험을 보태 믿을 수 있는 대권후보라는 이미지도 가질 수 있다.

지방선거는 그동안 대권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출마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재선 의원 신분에 불과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단번에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고 지난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방선거 빼곤 지지율 견인 방법 없어
유력 대권잠룡들 정치생명 걸고 '올인'


지방선거의 파괴력은 벌써부터 입증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경우 모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2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대권주자 지지도가 한 주 만에 4.3%나 급상승해 1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줄곧 1위를 차지해 오던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지방선거 국면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2위로 밀려났다.

그동안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던 정 의원도 최근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한 이후에는 태도가 돌변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처음으로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1일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에 참석해서는 "저도 출마선언을 하려면 준비를 조금 해야 할 것 같다"며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정 의원 측은 처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자체적으로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현재는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정 의원은 이미 이같은 정치적 도박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울산 동구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한 정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후 당의 요청에 따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


당선가능성 충분
해볼 만한 도박


동작을 선거에서 정 의원은 민주당 대권후보를 지낸 정동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단숨에 당내 입지를 굳혔고, 인지도 및 정치적 영향력도 크게 확대했다. 이는 전학생에 불과하던 정 의원이 다음해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는 발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황식 전 총리 역시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당초 MB정부가 끝난 후 자연스럽게 은퇴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평가를 뒤엎고 단숨에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총리의 경우 이미 대법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내며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려는 것은 서울시장에 만족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만약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만 한다면 대권도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외에도 지방선거를 통해 자천타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될 잠룡들은 많다.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는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피력했지만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끊이질 않는다.




현직인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재선 성공 시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경기지사 선거 출마설이 거론되는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과 제주지사 선거 출마설이 거론되는 원희룡 전 의원도 지방선거 출마설을 통해 최근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때 새정치추진위원회 내부에서 흘러나왔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서울시장 직접 출마설이 현실화될 경우 지방선거는 명실상부 대선 전초전으로 격상될 수 있다.

또 직접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이번 지방선거는 대권잠룡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대권 잠룡들에게 권역별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도록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당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대권잠룡들은 이를 마다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권역별 선거 결과에 따라 대권잠룡들의 명암도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서청원 의원에게 경기, 김무성 의원에게 부산·경남, 이인제 의원에게 충청권 선거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중 김 의원은 대권잠룡으로 분류되고 서 의원과 이 의원은 새누리당 당권주자로 분류되는데 지방선거의 여파가 당권 경쟁에까지 여파를 미치게 됐다. 민주당의 경우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경기, 문재인 의원은 부산·경남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 성적표
대권 성적표


문 의원의 경우는 최근 잇달아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친노인사들이 얼마나 큰 활약을 하느냐도 중요하다. 이들이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든다면 문 의원은 또 한번 날개를 활짝 펼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경우는 지방선거에 아예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창당을 준비 중인 안 의원에겐 지방선거의 성적표가 당과 본인의 향후 정치행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대권잠룡들에게 장밋빛 전망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의원직까지 내던지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대권잠룡들은 자칫 하루아침에 정치낭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유력 대권주자와 정치낭인 사이를 오고가는 치열한 한판승부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다. 반면 차기 대선은 2017년 12월 치러진다. 대선에 도전하려면 중도사퇴가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대권잠룡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대권잠룡들에게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중도사퇴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하라'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예선 무대 된 지방선거
대선 전 릴레이 사퇴? 부작용도 우려


중도사퇴를 확약하지 않고 지방선거에 임한다면 당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확약을 하면 대선기간 내내 발목이 잡힌다. 물론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처럼 중도사퇴를 택하지 않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역사회의 십자포화를 견뎌야 한다. 대권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권잠룡들의 딜레마다.

대권잠룡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다른 사례도 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경우다. 김 전 지사는 군수 출신으로 현 안전행정부 장관에 해당하는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지난 2010년에는 야권연대를 통해 이례적으로 경남도지사에까지 당선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임기 도중인 지난 2012년 도지사직을 던지고 대선에 뛰어들었다가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패하며 정치낭인으로 전락했다. 야권연대를 통해 어렵게 따낸 경남도지사직을 내던지면서 야권에선 공공의 적이 됐다.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의 중도사퇴로 이제 경남지사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는 일은 향후 30년간 없을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려왔다. 김 전 지사의 재기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재기전망 어두워
부작용도 우려


이처럼 대권잠룡들이 지방선거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부작용 우려도 있다. 대권잠룡들이 지방선거에서 대거 승리해 광역단체장으로 입성한 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잇달아 중도 사퇴하거나 직을 유지한 채 대선에 임할 경우다. 엄청난 행정공백이 우려된다.

또 처음부터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가 아닌 대권이라는 순수하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은 지역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등의 대규모 사업을 벌였는데 야권에선 차기 대권을 위한 전시성 행정이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엄청난 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운명까지 걸고 전력질주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의 무게감은 엄청나게 커졌다. 과연 6월에 웃게 될 대권잠룡은 누구일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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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