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대부업계는 지금…

구렁이 담 넘듯 '음지서 양지로'

[일요시사=경제2팀] 그동안 금융권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화됐다. 금기로 여겨졌던 대부업체들이 제도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국내 대부업계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와 3위 업체 웰컴론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이 제2금융권을 장악할 경우 불법 사금융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대부업체의 사상 첫 제도권 금융시장 진입에 금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지난해부터 대부업체들이 제도권 진입을 위해 바짝 뛰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대대적인 작업을 벌였다.

결국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예금보험공사는 가교저축은행인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러시앤캐시, 예신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를 각각 선정했다. 

금융권 본격 진입

특히 국내 1위 대부업체인 A&P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왔다. 러시앤캐시는 지난 2008년부터 최윤 회장의 지시로 저축은행 인수에 도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교저축은행 인수도 열 차례 도전 끝에 성공했다.

대부업체가 가교저축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러시앤캐시, 웰컴론 등 대부업체들은 수신기능을 통한 자금조달과 금융권 진입을 위해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대부업 양성화 방안'은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대부업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대부업을 금융감독원의 공적감독대상에 포함하고, 일정한 자본금과 인적 요건을 갖춰 무자격 대부업체의 난립을 막겠다고 밝혔다. '음지'의 사채시장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대부업체에 문호를 열어줬다.

국내 대부업 시장규모는 연간 40조원이다. 4만여개의 합법, 불법 대부업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한국 대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에게 한국 대부업 시장은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업계 1, 2위인 러시앤캐쉬와 산와머니의 총 자산규모는 2조8000억원, 점유율은 38.9%에 이른다. 무방비로 뚫린 셈이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대부업을 규제해왔다. 일본에서도 서민들이 대부업체를 통해 고이자로 돈을 빌려 쓰고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다 자살하거나 야반도주한 사건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대부업체의 이자율을 40%대로 낮추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후 일본은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갈 곳이 없어진 일본계 대부업체는 비교적 자유로운 한국을 노렸다. 1999년 4월 일본계 대부업체인 A&P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을 시작으로 산와머니, 원캐싱, 유아이크레디트, 스타크레디트, 밀리언캐쉬 등이 국내 대부시장으로 들어왔다.

러시앤캐시 등 저축은행 인수 추진
제도권 진입 초읽기…지각변동 예고

러시앤캐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9.6%, 산와대부는 30.3%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보다 높은 수치다. 삼성그룹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4분기 14.02%를 기록했다. 대부업체 이익률이 삼성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한국에서 급성장하면서, 대거 이동할 기세다. 또한 일본 정부의 금리상한 대폭인하(연 15~20%) 조치가 취해지면서 일본 대부업계가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번 대부업 양성화 방안으로 일본계 대부업체는 국내 저축은행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1위의 대부업체인 아이후루를 비롯해 다케후지, 프로미스 등 일본 대부업계의 '빅3'가 한국시장 진출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진출 시기를 엿보고 있는 '아이후루'는 일본증시 상장업체로 증자 등을 통해 무이자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 아이후루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대부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부업체 문제점을 꼬집은 바 있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의 대부시장은 일본계인 A&P파이낸셜그룹과 산와머니 등이 양분하고 있고, 모두 20여 곳의 일본계 대부업체가 우리나라 대부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며 "일본 대부업체들이 야쿠자 자금과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야쿠자 유입설

일본에서 야쿠자의 경제적 역할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야쿠자와 관련된 합법적 기업만 해도 1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2011년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 조직이 부산의 폭력 조직 칠성파와 연계를 맺고 국내 대부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일본 대부업체 중에 야쿠자 자금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일본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쓰면서 많은 자금이 저금리로 유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야쿠자들이 그런 저금리로 돈을 들여와 고금리로 대출해 폭리를 취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부업계 담합 의혹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대부업체의 이자율 담합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는 "국내 대부업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대형 대부업체들이 영세업체보다 자금 조달금리가 낮음에도 대부분 법정최고 이자율(39%) 수준인 38%의 높은 금리를 유지하며 큰 영업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체 21개 업체 중 4개 업체만이 평균 대부금리가 38% 이하였으며 35% 이하는 한 군데도 없었다"며 "이 같은 담합 때문에 국내 대부업 시장에서 금리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권조사를 통해 이자율 경쟁이 시작된다면 대부 금리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부의 긍정적인 이미지만 강조할 뿐 소비자에게 불리한 대출조건은 교묘하게 감추는 대출광고도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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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