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광명시 운전면허학원 입찰 의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4: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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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친 고스톱' 특정인 밀어주기?

[일요시사=경제1팀] 수도권 서남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운전면허학원 입찰을 두고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존 운영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을 밀어주기 위해 일종의 제한 규정을 뒀다는 게 요지다. 관할인 광명시 측은 시민을 위한 조치였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운전면허학원 입찰 과정 중 석연찮은 점을 짚어봤다.




지난해 11월7일 광명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와 광명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광명시 하안동 24번지 소재 광명운전면허학원에 대한 '시유 행정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공고'를 기재했다. 사용료 예정가격(최초 1년분·입찰가)은 9억4734만8000원, 허가기간은 3년으로 했다.

입찰은 제한경쟁·예정가격 이상 최고가 낙찰방식·총액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공동 도급은 허용하지 않았다.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된 1차 입찰과 2차 입찰은 유찰됐다. 약 8억5000만원으로 낮춰져 진행된 3차 입찰도 유찰됐다. 다시 7억5000여만원으로 낮춰져 4차 입찰이 진행됐지만 역시 유찰. 5차에 돼서야 약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4차례 유찰 거치며
입찰가 대폭 하락


5차 입찰에는 2명이 참가했다. 시는 최고가를 써낸 윤모씨에게 지난해 12월10일 입찰참가자격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광명시는 2005년도와 2008년도에 진행된 시유 행정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공고를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2013년도에는 방식을 제한경쟁으로 변경하면서 실적제한과 지역제한을 뒀다.


광명시는 '공고일 전일 기준 최근 10년 이내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법정 자격증 보유자(강사, 기능검정원) 수 40인 이상으로 3년 이상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는 자격 규정을 추가했다. 여기에 '운영기간에 대한 실적은 공고일 현재 운영 중인 경우 공고일 전일 기준, 휴업 등 미운영중인 경우 운영중지일 전일 기준으로 하며 중복기간은 하나만 계산함'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시는 '공고일 전일 기준 경기도에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둔 법인 또는 개인'만 참여할 수 있다는 지역제한 조항도 추가했다. 이 조항에는 '공고일 전일 기준 만 20세 이상인 자이고 1세대당 1명만 참가 가능하며, 대리인 운영은 불가함'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윤씨는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신청서, 본인서명사실확인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등 입증 서류를 냈다.

하지만 광명시는 윤씨에게 '제출된 실적증명서에 대표자 성명이 응찰자 본인(윤씨)이 아닌 타인(윤씨의 부친)의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응찰자 본인은 학사관리담당자로 기재되어 있어 해당 실적증명서가 응찰자 본인의 실적으로 볼 수 없는 바, 응찰자 본인의 실적을 입증할 보완서류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윤씨의 부친은 2005년 9월2일부터 2008년 9월30일까지 약 3년간 광명운전면허학원을 운영했다. 같은 기간 윤씨는 학사관리담당자로 학원의 학사관리와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담당했다. 윤씨는 "학원의 성격상 원장 혹은 대표자가 모두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광명운전면허학원의 경우 행정, 전산, 인사 등의 학원 내부 업무를 총괄하는 학사관리자가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사실 증명을 위해 당시 학감으로 있던 김씨의 인우보증서를 첨부해 시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43명의 강사와 함께 근무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경기지방경찰청과 주고 받은 '강사 해임안'과 '강사 해임 수리 통지'도 보냈다.


공개경쟁서 돌연 제한경쟁으로 변경
최고가 써내고도 과도한 규정에 발목


이에 광명시는 '학사관리담당자는 고용된 근로자일 뿐 형식적·실질적으로 학원을 운영한 대표자가 아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소명자료 제출을 요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윤씨는 "지난해 12월4일 경 담당과인 치수방재과에 문의를 한 결과 '3년 이상 40인 이상으로 운영한 사실에 대한 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면 입찰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입찰에 참가했다”며 경기지방경찰청 교통과 면허계로부터 받은 '학원운영 사실 증명 통지'라는 공문을 보완서류로 제출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명시는 '학사관리담당자는 학원을 운영한 대표자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고수했고 결국 윤씨에게 '입찰 무효'를 통보했다.




요점은 입찰 공고 '입찰 참가자격' '나'항의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이다. 윤씨는 "최초 공고 내용에 자동차학원을 40인 이상으로 3년 내에 운영한 내용에 대한 실적이 있는 자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뿐 대표자라는 말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시가 기존 운영자에게 입찰을 밀어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이 같은 내용으로 시에 입찰무효 통보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다.

하지만 광명시가 윤씨에게 보낸 '이의신청에 대한 통지문'을 통해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을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 함은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의 인적, 물적 시설을 조직, 구성하고 전반적인 관리, 경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그에 따른 업무처리를 행한 사람으로 법인의 경우 대표자, 개인의 경우 사업자, 즉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의 경우에는 '학원장'이 이에 해당하고, 직원으로 근무한 사람의 경우는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을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차순위자이자 기존 운영자인 A씨에게 낙찰됐다. 이를 두고 광명시가 입찰참가자격을 현재 운영 중인 업체 외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과도한 참가제한조건을 추가시켰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OK'
광명시는 'NO'


윤씨 측은 경기도에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둔 법인 또는 개인 중 40명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운전면허학원을 운영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지방경찰청에서 공개한 지난해 3/4분기(7∼9월) ‘자동차운전전문학원 교육성과 공개(경기1)’에 따르면 경기 서부지역 51개 학원 중 40인 이상 강사를 두고 운영하는 곳은 광명운전면허학원 한 곳에 불과하다.

아직 4/4분기 교육성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관련 업계는 경기권 전체로 확대한다 하더라도 40명 이상 강사를 보유한 학원은 1∼2곳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씨 측은 단 한 사람의 입찰 참여 없이 4차례 동안 유찰된 점도 시가 기존 운영자에게 '몰아주기'를 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 참가자격에 모두 부합하는 사람은 현재 운영자밖에 없는데 굳이 높은 가격에 입찰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유찰이 반복되면서 입찰가가 내려갔고 5차에 돼서야 경쟁 입찰자가 나타나자 입찰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지역·실적제한
공정성 의문


의혹은 또 있다. 윤씨 측은 "기존처럼 공개경쟁 입찰을 했을 경우 입찰 참여자가 늘어나 최초 1차 입찰가 9억5000여만원을 넘는 가격으로 시세외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4차 유찰을 거치며 예상 1차보다 3억원 가량 하향 조정되며 세수 감소로 이어졌다. 시가 주장하는 안정된 시세외수입 확보는 핑계일 뿐이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광명시 치수방제과 관계자는 "입찰 공고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통해 40명 이상 규모 학원이 경기 남부지역 소재 학원만 6곳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시 자체적으로 조사한 학원도 5∼6곳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광명운전면허학원은 광명시 유일한 운전면허학원이고 자체 시험까지 가능해 많은 광명시민들이 면허학원을 이용함에 따라 서비스 요구수준이 매우 높아져 운영에 많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시세외수입의 안정적 확보와 시민들의 편익증진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불가피하게 참가제한조건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가 시비를 들여 광명운전면허학원 실내 조명을 모두 LED 조명으로 교체해준 점도 의문이다. 윤씨 측에 따르면 그간 광명시는 광명운전면허학원 시설의 개·보수에 드는 비용 일체를 운영자 측에 부담토록 했다. 입찰 공고에도 '사용·수익허가 받은 재산에 우리시의 승인 없이 시설변경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사용자가 당 시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설투자한 금액은 광명시에서 일체 보상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각종 수도 및 가스 등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광명시에 일체의 부담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명시 관계자는 "최근 학원에서 조명 교체를 요구해와 실내등을 LED로 교체해준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동안 시설물 일체에 대한 개·보수를 운영자에게 담당케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시설물에 대한 비용은 모두 시에서 부담해 왔다. 윤씨 측이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강사 40명 이상'…한 곳밖에 없다!
'3년 이상 운영'…한 곳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입찰 과정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법적 검토를 마친 사항이다"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설립 초기부터 갖가지 문제점이 이어졌다. 대한주택공사는 안양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고 지대가 낮아 상습침수지역이었던 하안동 24번지 일대에 방재목적으로 유수지(홍수 등을 대비해 강 주변에 물이 임시로 머물도록 마련된 곳)를 조성했다. 광명시(당시 전창선 시장)는 지난 1990년 3월6일 주택공사와 하안유수지 인계·인수 협약을 체결하고 이튿날 바로 유수지 대부 입찰공고를 냈다. 수익창출을 위해 유수지를 민간에 임대해 시세외수입을 증대한다는 명분이었다. 그 결과 5000여평에 해당하는 골프연습장은 김모씨가,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채모씨가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




첫 번째 문제는 해당 건축물 준공검사일이었던 90년 9월8일 경 벌어졌다. 감사원 감사가 벌어진 것. 결과는 도시계획법 위반으로 나왔다. '완충녹지'로 되어 있는 유수지에는 도시계획법상 건축이 허가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광명시는 두 업자에게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연장해줬다. 이에 감사원은 91년 가을 재감사를 벌여 광명운전면허학원과 골프연습장에 위법 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사용 중지 조처 및 이행 여부 철저 확인 처분을 내렸다.

광명시는 감사원 지시를 무시했다. 시설 합법화를 위해 시 조례를 개정하고 경기도에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던 중 당시 광명시 수도과장이 두 시설물 업자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고 시설물 건축허가를 내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됐고 파면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측 "트집 잡기"
관련 의혹 부인


경기도는 광명시의 요구를 연거푸 불허했다. '완충녹지란 유수지 인근 주택가와의 완충 역할이 목적인데 대책 없는 완충녹지 전면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반려 이유였다.

그러나 2000년 완충녹지가 일반녹지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도시계획법이 개정됐고 그제야 정식 준공허가가 떨어져 광명시에 기부채납되면서 건축 10년 만에 광명운전면허학원과 골프연습장은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체결했다.

그 후 2003년 11월 임대기간이 만료돼 광명시가 기존 수의계약 방식에서 '공개입찰' 방식의 위탁운영 결정을 내렸지만 기존 운영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2008년에는 운영자가 3개월 분의 사용료를 미납하면서 법적제재에까지 돌입하는 등 문제점은 끊이지 않았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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