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메이커 '대한민국 헌정회'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4.02.12 0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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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 연금 꼭 필요하십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일명 국회의원 연금이라 불리는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발표한 정치개혁안에서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언급이 쏙 빠졌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는 국회의원 연금 폐지를 약속해왔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한때 잘 나가던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월120만원의 지원금은 꼭 필요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국민들에게 트러블메이커로 전락한 대한민국 헌정회를 집중 해부해봤다.




민주당이 지난 3일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언급은 쏙 빠졌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여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자 한다면 원로회원 지원을 폐지하는 법안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김선동 의원이 전직 국회의원의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준비했으나 다른 정당의 외면으로 발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을 외면한 생색내기식 처방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권?


국민들의 비판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국회의원 연금이라 불리는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전직 국회의원들은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역임했다면 만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받아왔다. 이는 일반 국민이 결코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 같은 연금은 일반 국민들이 박봉을 쪼개 20년 이상 연금을 부어도 받기 힘든 금액이다.

일례로 6ㆍ25 참전 명예수당이 고작 월 9만원인데, 국회의원을 한번 했다고 매달 120만원씩 연금을 지급받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치쇄신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 연금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여야의 약속은 지난해 7월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국회의원 재임기간 1년 미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사면 복권되지 않은 경우 △가구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2인 가족 기준 월 약 294만원) 이상 △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18억5000만원 이상인 경우 등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연금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당초 약속과 비교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법은 순자산 기준에 대해서는 헌정회 정관에 위임했는데, 정관은 순자산가액을 18억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서울시 가구당 평균 순자산 3억6600만원과 비교하면 5배나 많았다.

헌정회의 방만한 운영도 문제다. 헌정회는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총 125억 가량을 지출했다. 국회의원 연금을 제외한 사업비 6억8926만원 가운데 총 3억8829만원을 회원 복지사업, 친목단체 지원, 역사탐방, 회원접대 비용으로 썼다.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헌정회는 매년 창립기념식 때마다 80세 이상 모든 회원에게 시가 120만원짜리 순금 공로패를 수여하면서 4000여만원의 예산을 썼다. 또 매년 역사탐방 1억원, 친목단체지원비 2350만원, 회의비 1억1500만원을 지급했다. 심지어 회원이 아닌 내부 직원 경조사비를 국비로 내기도 했다.

헌정회가 한해 지출한 경조사비만 6000여만원이었다. 주요선진국에서는 헌정회처럼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에 국고가 지원되는 사례가 전무하다.


아직도 못 내려놓은 특권, 국민 '부글부글'
"셋방 전전하는 전직 의원 많다" 하소연


물론 헌정회 측도 할 말은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의원연금제도가 있는데 한국은 의원연금제도가 없다.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선 의원의 경우 영국에선 연금을 4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겨우 120만원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헌정회 회원들 간 모임에 국고를 지원한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헌정회 권해옥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권 총장은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의원연금제도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국가에 헌신한 분들에 대한 지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자 바람"이라며 "사실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에 우리 헌정회가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들은 국회의원연금이 폐지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헌정회의 압력을 첫 손에 꼽는다. 한때 잘나가던 정치인들의 모임인 만큼 정치권이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단법인 단체다. 현재 헌정회의 정회원은 1111명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모두 특별회원이다. 헌정회는 국회의원 연금 논란이 일 때마다 나름 국가의 큰 현안이나 외교적인 일이 있을 때 원로로서 목소리를 내고 정책도 개발해 왔다며 항변해왔다. 

하지만 근본적인 궁금증도 있다. 한때 잘나가던 전직 국회의원들이 연금 지원을 꼭 받아야 할 정도로 가난할까라는 점이다. 지난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경우 고액자산가인 정몽준 의원(1조 9249억4952만원)을 제외하고도 평균재산이 46억여원이나 됐다. 헌정회 회원들은 전직이기 때문에 재산을 공개할 이유는 없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이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헌정회 측은 물론 경제적으로 매우 부유한 회원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회원들도 많다고 항변한다. 지금은 선거가 있는 해에 상한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고, 법정선거비용을 선거관리위원회가 보전해주는 제도가 생겼지만 당시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한때 수십억 재산을 가졌던 의원들도 선거 몇번 낙선하고 나면 재산 까먹는 것은 금방이었다는 것이다. 전직 의원이 마땅히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도 어려우니 경제적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노년이 어렵다보니 전직 의원이란 간판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되는 회원들까지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도 회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은?


실제로 헌정회 사무실을 찾는 회원들의 삶은 비루해보였다. 대다수가 요금을 내지 않는 지하철을 이용해 회관에 나오고, 헌정회에서 주는 식권으로 국회 주변 지정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모 전직의원의 경우 식비가 모자라 식권을 모았다가 부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전직 국회의원은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별세했는데 입원비를 해결하지 못해 시신을 기증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상당수 회원들이 셋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헌정회 측은 주장했다. 국회의원 연금을 받아도 각종 부채 등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전직 의원들이 많은데 국회의원 연금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등장으로 정치쇄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정치권. 국회의원 연금과 헌정회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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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