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추석 이후 터진다① 폭풍전야 정치권 3災

천둥에 번개, 비바람까지 몰아친다



용산참사·미디어법·노무현 수사 등 국감 이슈 ‘와글와글’
 MB 지지율은 상승…내각 불신임으로 기상도는 ‘흐림’

10월 정치권이 폭풍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9·3 개각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후폭풍은 정치권을 한바탕 휘저을 수 있을 만큼 몸집을 불려가고 있고 굵직한 이슈들을 품고 있는 국정감사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화두는 개헌으로 이어질 도화선이다. 10월 재보선을 향한 여야의 거침없는 질주도 더해진다. 특히 인사청문회나 국감, 재보선은 따로 떨어져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파장을 확대시키고 있어 시한폭탄의 시계추를 빠르게 돌려놓고 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정치권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추석 연휴에 한숨 돌리고 나면 바로 여야가 격돌할 정치 이슈들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야 격돌의 시작은 인사청문회 후폭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9·3 개각을 통해 인선한 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에게 ‘큰 하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인준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이들을 ‘비리백화점’ ‘기네스북에 오를 추악한 내각’이라고 비판하면서 ‘인준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드러난 ‘비리 백화점’
‘폐업 선언’ 할까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경우 인준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간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정도다. 민주당뿐 아니라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세종시 원안 처리’를 주장하며 정 내정자의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당당과 창조한국당도 뜻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인준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훨씬 웃도는 167석을 거느리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정 내정자의 인준은 무난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정 내정자는 9·3 개각 인사들 중에서도 수위를 달리는 수많은 의혹을 받았고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이미 심한 상처를 입었다.


정 내정자뿐 아니라 이귀남 법무부장관 내정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내정자도 도덕성과 능력 문제로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내정자는 법을 집행할 최고책임자가 법을 어겼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며, 백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전문성 부족 등 자질 문제로 인해 ‘자진사퇴설’이 나오고 있다.

야당 한 관계자는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 의혹, 배우자 위장전입, 소득세 탈루, 논문 이중게재, 국가공무원법 위반, 아들 이중국적, 1000만원 뇌물수수, 배우자 그림 고가 판매 등 끝없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 만큼 국민의 실망도 크다”면서 국민의 65.5%가 정 내정자의 총리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한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처럼 ‘성인군자를 뽑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끄러운 사람을 뽑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야당시절 인사청문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잣대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의 철면피함과 이중적인 태도가 절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정 내정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결격사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정권 초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에 버금가는 ‘도덕 불감증 내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는 이러한 사태가 내각불신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5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은 각 상임위마다 굵직한 이슈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감에는 이번 국감 최대 이슈로 부상한 신종플루가 자리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에도 용산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과잉수사, 미디어법,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 심사를 앞두고 4대강 사업과 감세정책을 조목조목 따져 묻겠다고 나서 여야간 전선은 더 확장될 전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국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국감 후 바로 재보선이 찾아오는 만큼 국감 기간 동안 여야가 격렬히 다투는 일이 빈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15 메시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문제도 불씨가 살아 있다. 여야 모두 이를 개헌과 연계시켜 바라보고 있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상임위마다 이슈 가득
국감 ‘보물창고’ 열렸네

이 대통령은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개헌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제한적 개헌론’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처리하려면 이뤄지기 힘든 만큼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도록 범위를 좁혀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이나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놓고 여기에 통치 권력이나 권력구조에 대해 제한적으로 개헌하면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개헌은 시대적 요구”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 10월 재보선이 끝나면 국회에서도 개헌특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본격적으로 권력구조 중심의 개헌 논의를 다뤄 내년 상반기까지 완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몽준 대표는 “개헌은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집권 초기에 해야 하는데 늦었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개헌은 졸속하게 몰아치듯 속도전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면서 “개헌과 관련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여야가 개헌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재보선 후 다시 한 번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청문회 이후 내정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 국감 등 각종 정치 이슈가 결국 향하는 곳은 10월 재보선이다. 사안마다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재보선에 미칠 영향력을 배제한 채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경기도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 충북 증평 진천 괴산 음성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김근태라는 ‘빅카드’로 다시 한 번 ‘수도권 상륙작전’을 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과 함께 지원유세를 약속하고 나서면서 김근태 카드까지 포기했다. 대신 수원 장안에 한나라당 후보로 박찬숙 전 의원이 뛰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상 최고위원을 ‘대항마’로 내세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양산에는 박희태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원을 받고 있는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격 준비를 마무리했다. 박 전 대표라는 ‘거물’이 버거울 것이라는 평이지만 한나라당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이들이 무소속으로 속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여당이 지리멸렬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제법 탄탄한 친노 진영의 ‘뒷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안산 상록을은 지역 일꾼들의 승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재보선 지역에 포함된 충북 증평 진천 괴산 음성에는 아직 후보군만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경제회복의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데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야권의 ‘중간심판론’을 견제하며 ‘지역 일꾼’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4월 재보선에서의 아픈 패배로 당 지도부가 휘청거렸던 만큼 이번 재보선에서도 쓴잔을 마신다면 대대적인 당 개혁과 조기전당대회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상임위별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세종시법, 부자 감세 이슈들을 역할 분담해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정치 이슈도, 국감도
목표는 10월 재보선

특히 충청권이 재보선에 포함됨에 따라 정국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세종시’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정 내정자까지 세종시를 변경해야 한다고 나선 것이 충청권 민심을 움직일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

한 정치분석가는 “이번 재보선에서는 4월 재보선 때보다 여권에 유리한 구석이 보인다”면서도 “재보선은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한데다가 재보선 바로 전에 있을 국감에서 정부의 실정이 계속해서 거론될 것이기 때문에 여당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0월 정치권엔 수많은 이슈들이 혼재돼 있어 어떤 사안이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 예측이 힘들다”면서 “여야간 정쟁으로 재보선 판도가 바뀌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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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