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면 코 닿을 가게? ‘무늬만 역세권’주의보

초역세권 상권 체크포인트

‘역세권’은 부동산 시장에서 영원한 투자 1순위다. 하지만 같은 역세권이더라도 크게 초역세권과 근거리 역세권으로 나뉘게 된다. 최근 새로운 노선의 역세권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어 이른바 ‘무늬만 역세권’인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역서 반경 100m 이내…도보 1?3분 거리
공실 위험 적지만 초기 투자비 많이 들어

‘무늬만 역세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진정한 초역세권의 의미를 알아야만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초역세권이라고 하면 역에서 좁게는 반경 100m, 넓게는 200?300m 이내의 점포를 의미한다. 역에서 도보로 1?3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섹터를 말한다.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일수록 임대수요가 풍부해 공실 위험이 적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부담이 있다. 지하철로 여러 지역이 연결될 경우 큰 축을 보고 어떻게 상권이 변화해 갈지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 접근보단
중장기 투자 요구

특히 신설 역세권 주변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려면 최소 2?3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단기적 접근보단 중장기적 투자가 요구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역세권의 경우 400여개 이상이 되고 출구도 많아 상권의 구조 및 유동 인구의 동선을 파악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서울지역 역세권 상권 가운데 어디가 뜨고 어디가 질까.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이 수도권 전철 중 2년 연속 수송인원이 가장 많은 역으로 조사됐다.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신사역은 수송인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반면 삼성역, 선릉역, 명동역, 압구정역은 수송인원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었다.
상가정보회사 상가뉴스레이다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서울메트로의 119개 역별 수송집계를 분석한 결과, 강남역이 2년 연속 역세권 수송인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1호선 서울역, 3위는 홍대입구 순이다. 반면 하위 10위는 도림천, 신답, 남태령, 지축 등으로 2012년에 이어 큰 변화가 없었다.
역세권 수송인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곳은 2호선 홍대입구역·합정역, 3호선의 신사역, 1·2호선 시청역 등이다. 인원이 줄어든 곳은 2호선의 삼성역·선릉역, 4호선의 명동역, 3호선의 압구정역 등이었다.
2호선에서 수송인구 증가가 컸던 홍대입구역은 2012년 일 평균 8만9241명에서 2013년에는 9만7728명으로 하루 8487명이 늘었다. 10% 가까운 성장률로 역세권 수송인구 순위를 4계단이나 뛰어올라 3위에 등극했다. 공항철도가 개통된 데다 대학가 상권과 오피스 상권의 결합, 게스트하우스 확장 등과 같은 시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대·합정역 ‘뜨고’
삼성·선릉역 ‘지고’
강남역 수송인원 1위

합정역의 경우도 2012년 일 평균 3만7773명에서 2013년에는 일 4만3331명으로 일 5558명이 증가해 14%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합정역에 오픈한 초대형 주상복합 멀티복합상가인 메세나폴리스의 운영과 맞물려 수송인구가 증가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종필 상가뉴레이다 대표는 “메세나폴리스를 위시한 합정 균형발전촉진지구와 주변 대규모 주상복합 등이 추가 진행되면 팽창하고 있는 홍대 상권과 이어져 새로운 대형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호선에서는 신사역에서 변화의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만3522명에서 2013년에는 4만5414명으로 일 1892명, 4.35% 증가했다.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로수 길과 세로수 길 상권의 확대팽창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 가로수 길에 밀려 위축된 압구정역 상권은 일 4389명이 줄고 2012년 대비 8%가량이 감소해 상권의 축 이동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호선 시청역의 경우 7%와 8%대의 증가세가 나타났다. 선 대표는 “시청역은 새 정부 들어 소통문제 등과 맞물린 정치적 집회와 시위에 따른 유입인구 증가가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전히 유동인구 상위권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수송인구 감소세가 두드러진 삼성역(9만155명→8만4389명/-일 5766명)과 선릉역(7만7894명→7만1901명/-일 5993명)은 각각 -6.4%, -7.7%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T기업 중심으로 비싼 임대료를 피해 판교테크노벨리 등과 같은 신흥지역이나 구도심으로 회귀한 넥슨그룹, 엔씨소프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탈 강남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금융권구조조정에 따른 테헤란로 공실의 영향도 반영됐다.
강북의 맹주상권으로 자리하고 있던 명동역도 중국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일평균 5만9025명에서 5만7811명으로 일평균 1214명이 감소했다.
선 대표는 “2012년 대비 2013년 수송인구는 수도권 개통 추가와 부분개통 등이 반영됐지만 전체증가율은 0.94%로 미미했다”며 “반면 주요역세권 별로는 상권의 변화 등과 맞물려 평균수송율 변동폭 이상으로 증감된 곳들이 많아 역세권 투자 시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입지 고를 때
동선 파악 중요

같은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일지라도 입지를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동선’이다. 유동인구가 많은지 파악하려면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노점상이 역을 중심으로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유명 의류 대리점이 입점한 곳도 유동인구가 많다. 보통 본사에서 동선 입지가 뛰어난 곳이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역세권 내 경쟁 상품들이 포화상태인데도 경쟁력 없는 신규 상품이 선을 보일 경우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수익형 부동산 전문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임대수익이 풍부하다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기본 공식에다 변수로 작용할 세부 공식의 결과 값을 가지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중인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당산역 데시앙루브 = 태영건설은 당산역에서 도보로 2분내에 위치한 ‘당산역 데시앙루브’ 오피스텔과 상가를 분양한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 5층?지상 15층에 총 350실 규모로, 오는 2월 입주 예정이다. 분양 상가는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특화된 중정 설계를 적용, 건물 입구에서 상가로의 접근성은 물론 자연채광과 개방감이 좋다는 게 태영건설 설명이다.
1층 상가는 층고가 7.5m로 높아 복층이나 전용테라스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당산역세권은 지하철 2·9호선이 교차해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에 달한다. 분양가가 인근 신규 분양상가의 약 60%선으로 높은 임대수익과 운영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데시앙루브 오피스텔 일부 잔여분도 분양 중이다. 전용 28㎡의 1.5룸 구조이며 입주 후 3년간 임대수익 보장과 입주지원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강남역 센트럴애비뉴 = 대우건설은 서울 역삼동에서 오피스텔인 단지 내 상가인 ‘강남역 센트럴 애비뉴’를 분양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지하 8층?지상 19층 1개동 총 728실로 이뤄졌는데 100% 분양이 완료됐다. 센트럴애비뉴는 대형 오피스텔(728실) 건물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다. 
상가 연면적 1만3000여㎡에 점포수는 110개에 달한다. 이 상가는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오피스텔) 건물의 지하 2층?지상 3층에 입점한다. 일부층의 상가 전면에 데크공간을 조성해 고객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분당선과 환승이 가능한 강남역 1번 출구와의 거리가 불과 34m에 불과하다. 강남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구는 평일 21만명, 주말 35?40만 명이다. 준공은 2015년 3월 예정이다.


▲주안역 프라움S = 태남건설은 인천시 주안동 23-1번지 일대 ‘프라움S’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 중이다. 국철 1호선과 인천지하철 2호선(예정)이 교차하는 환승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1층은 상가로 운영되고 지상 2?7층 규모로, 전용면적 14.76㎡, 발코니 포함 약 19.8㎡ 총 150가구로 이뤄져 있다. 
프라움S는 선임대 후분양으로 계약과 동시에 임대수익이 가능하다. 수익률은 보증금과 월세가 다소 차이가 있지만 13?15%대로 선착순으로 호수 지정이 가능하다. 도시형 생활주택임에도 주차공간을 자주식으로 시공하였으며 세대당 12㎡가 넘는 공간을 확보했다.
인천 시내버스 80% 이상이 경유하는 주안역이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으로 트리플역세권 개발 및 도시재생사업 또한 개발 호재로 더욱 미래가치가 높다. 인천종합터미널, 시내·시외버스 경유노선이 있는 다양한 멀티광역교통이다. 경인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등이 인접해 전국 어디로든 진입이 용이하다.


▲오류동역 프리가 = 서울 구로구 오류동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인 ‘오류동역 프리가’를 분양한다. 오류동역 프리가는 도시형 생활주택 44채와 오피스텔 143실로 구성됐다. 투자와 동시에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분양가는 9000만원대부터다. 
주변에 가산디지털단지 등 대규모 첨단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7호선 환승 온수역이 가까워 강남까지 30분이면 가능하다. 서울 오류동역 일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됐다. 오류동의 직접적인 개발계획은 처음이어서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행복주택은 철도부지 등에 건설되는 임대주택이다. 국토교통부의 방침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주민 소통공간의 거점 공간으로서 주거 호텔 상업 업무시설 등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향후 임대수요층이 한층 더 탄탄해지고 많은 유동인구가 유입이 예상된다.


▲캠퍼스타운역 재미동포타운 = 국내 최초의 외국인 주택단지인 ‘송도 재미동포타운’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155 (송도국제신도시 국제화업무지구 M2블록) 부지의 지하 4층, 지상 49층, 연면적 38만5733㎡ 규모로 국내 분양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등에서 해외 시민권과 영주권을 가진 교포들을 상대로 분양을 하고 있다. 1월 중에도 독일과 미국에서 분양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천 지하철 1호선 송도 캠퍼스타운역 도보 1분 이내 상업지역에 위치한 재미동포타운은 아파트 830세대와 오피스텔 1974세대, 호텔(312실), 상가(제1종·2종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또한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인천 지하철 캠퍼스타운역 사이에 자리 잡게 될 상업 시설에는 문화, 여가, 공연, 외식, 쇼핑 기능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미국 스타일의 웅장한 복합몰이 갖춰진다. 참소리(에디슨)박물관이 3층에 입점한다. 입주는 2017년 상반기 예정에 있다. 

‘수요와 공급’
원칙 지켜야 


▲부산 전포역 펠리체 = 시행전문회사인 주원개발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 1번 출구 1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오피스텔 ‘펠리체’ 114실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20층, 연면적 3810.89m² 규모다. 2014년 9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인한 창출효과는 약 12조7000원. 직접고용창출효과 9만5000명과 간접고용창출효과 4만3000명을 합쳐 13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펠리체는 63%의 높은 전용률로 공간활용도가 좋다. 부산 최초로 입주민들을 위한 출퇴근 미니버스와 자전거 제공, 아침 샐러드바, 입주민 전용 피트니스 설치 등으로 1인 근무자들을 위한 최적의 생활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분양가는 7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임대수익보장제 1년간 월 40만원을 보장한다. 중도금 50% 무이자, 취득세 100%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시공사 경도종합건설이 자금관리는 한국자산신탁이 각각 맡았다. 입점은 2015년 6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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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