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장 '정치인맥도' 대해부

학연·지연·고시연…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리그'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수장은 대통령 다음 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다. 국가 의전상 서열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이 더 높지만 '수사권'을 가진 이들 권력기관 수장들이 실질적 '파워'는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그리고 알파에서 '인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해봤다.





정권의 힘은 권력기관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은 정권 교체기 인사권자(대통령)에 의한 수뇌부의 물갈이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잘못된 관례가 되풀이된 것이다.

권력기관 수장
‘능력+α’ 필요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권력기관의 수장이 되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이고 인맥·관운 등의 알파가 더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단행한 주요 권력기관장 물갈이 인사 이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권력기관 수장들은 현재까지 자리를 잘 보존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의 경우에는 현 정권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밀어붙이다 찍혀져 나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지난해 12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김진태 총장이 임명됐다. 채 전 총장의 사례는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이 자리를 보존하거나 혹은 잃게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김 총장 임명의 사례는 인맥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재 4대 권력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정부 들어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는 국정원의 수장 남재준(69) 원장부터 살펴보면 '서울 배재고→육군사관학교(25기)' 출신인 남 원장 인맥의 근간은 육사다. 남 원장은 40여년간 군에 몸담으며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4성 장군인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냈다.

지난 2005년 퇴임 후 정치와 거리를 뒀던 그는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고, 지금껏 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박근혜 캠프 안보자문그룹에서 4성 장군 출신은 남 원장과 새누리당 정수성(68·갑종 202기) 의원 두 명뿐으로, 남 원장이 좌장 역할을 맡고 정 의원이 뒤를 받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에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남 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박 대통령에게 꾸준히 안보 관련 조언을 해 오던 남 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실세로 부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 원장이 언제까지 국정원장으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정부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핵심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나친 원칙주의와 고지식함으로 "2013년을 국정원의 해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잦은 남 원장의 정치 전면 등장에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임은 변함없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검·경,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장 인맥
실질적 '파워'에선 국무총리·국회의장보다 앞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 외에도 남 원장은 군 출신으로 짜여진 외교·안보 라인 실세들과도 돈독한 사이다. 남 원장을 포함한 육군 대장 출신 4인방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 김관진 국방부 장관(28기) 등은 모두 남 원장의 육사 후배로 주요 보직을 앞뒤로 물려주고, 이어 받으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 강창희 국회의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육사 동기로 생도 때부터도 친했고, 육군대학에서 교관으로도 같이 재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7인회 멤버는 강 의장을 비롯해 김기춘 비서실장,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갑·현경대 전 의원 등인데, 남 원장은 강 의장을 고리로 이들과도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검사 시절 인연
검찰총장 지명 기여?

사정기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검찰의 새 수장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김진태(61) 검찰총장은 일선 검사 재직시절 맺은 인연이 눈길을 끈다.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 3인(채동욱, 소병철, 김진태)에 이름을 올렸으나 3위로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2순위였던 소병철 후보자가 포함된 최근 인사에서는 그를 제치고 검찰총수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 실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평검사였던 김 총장을 총애했고, 그래서 총장으로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에서 김 총장의 출신(경남 사천)을 이유로 "PK(부산·경남) 편중인사다"라는 비판과 김 실장과의 관계를 들어 "청와대의 검찰 장악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총장은 "법무부 법무심의관 재직시절 평검사와 장관 관계로 만났을 뿐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 총장이 보고서 작성 등 일처리를 깔끔하게 잘해서 당시 김 장관이 총애했다는 얘기는 법조계의 유명한 일화다.

김 총장은 또 정홍원 국무총리와도 가까운 사이다. 정 총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총장은 특수부 검사로 함께 근무했는데, 검찰에선 같은 부에서 근무했다는 것을 대단한 인연으로 여긴다. 

이외에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사법시험 동기(24회)다. 김 총장 임명 당시 홍 지사는 "검찰에 남아 있는 사람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김 총장을 극찬 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의 이성한(57) 경찰청장은 정치색이 옅고 새 정부의 경찰수장으로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통솔형'보다는 '관리형'에 가까워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경찰을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찰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정치외압에 따른 잦은 교체로 비판을 받았던 경찰청장의 임기 보장을 약속했는데, 취임 후 20일 만인 지난해 3월15일 김기용 청장이 임기(2년)를 1년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수리한 뒤 곧바로 이 청장을 후임으로 내정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3월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며 대대적 인사 물갈이를 예고했는데 '김기용→이성한' 총장 교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화답한 이 총장도 내정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4대 사회악 제거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권의 방침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성한 - 문재인'
청와대 함께 근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경찰간부후보 31기로 임관한 이후 줄곧 경찰로 근무한 탓에 그의 정치적 인맥에 대해선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그의 이력을 더듬어 보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004년 1년여간 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파견 근무를 나갔었는데, 당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문재인 의원이다.


조세징수 및 집행의 최고기관인 국세청의 수장인 김덕중(54) 청장은 대전 출신으로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세무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해 천안세무서장, 국세청 전산운영담당관, 청와대 파견근무,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 서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세원관리국장·조사1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징세법무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쳐 국세청장에 올랐다.

김 청장의 정치권 인맥도 이성한 경찰총장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출신지역, 학교, 근무 이력을 통해 명품 인맥들과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우선 57회 졸업인 김 청장의 대전고 동문으로는 청와대 유민봉(55회 졸업) 국정기획수석과, 정황근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58회), 한창훈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60회) 등이 있다.

능력은 기본, 인맥·관운 등 +알파 필요
정치적 색깔, 때로는 전문성보다 중요

또 국회의원 중에서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 등이 대전고 출신이다.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가급 고위공무원의 주축을 이루는 대표적 행시 기수가 바로 27회다. 27회 합격자 100명 중 40여명이 현재 가급 보직을 맡고 있거나 거쳤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김경식 국토교통해양비서관, 김영석 해양수산비서관, 권혁소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 소기홍 지역발전위 지역발전기획단장, 오형국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원용기 문체부 콘텐츠정책실장, 정기창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융합실장 등이 모두 행시 27회 출신이다.

민주당 유성엽 의원도 행시 27회다. 유 의원은 전북도에서 공직생황을 하다가 정치에 발을 들여 민선 정읍시장을 거쳐 국회에 진출, 18?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행시 27회 출신들은 성과를 밖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내실을 챙기는 외유내강형 인물이 많아 대부분 각 기관에서 주춧돌 역할을 맡고 있다"며 "향후 장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은 김 청장의 든든한 인맥풀로 분석된다.  

전문성보다
코드 고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권력을 바라고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느냐"라며 "능력을 도외시한 인맥에 따른 인사는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에 따른 선임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수사'에 불과하다"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이들이 권력기관에 배치돼 사실상 청와대가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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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