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 반격’ 노리는 재벌가 공주들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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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한명” 무서운 딸들의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에선 아들이 곧 기업을 잇는다는 가부장적 공식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딸들은 늘 아들보다 못한 자리에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재계는 지금 ‘딸들 전성시대’다. 누구의 남매, 누구의 아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는 딸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男부럽지 않은 파워를 자랑하는 재계 실세 딸들. 그들의 활약상과 특징을 짚어봤다.




매년 연말·연초 인사 시즌이 되면 ‘재벌가 황태자’들의 승진이 관심거리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독 재계 딸들의 약진이 거세다. 삼성그룹의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에서 에버랜드로 적을 옮기며 언니와의 경쟁을 예고했고, 대상그룹의 임상민 부본부장(부장급)은 기획관리본부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이밖에 한진과 오리온, 농심의 오너 딸들도 ‘공주경영’에 돌입, 딸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딸들 전진배치
우먼파워 과시

시작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끊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 부사장은 지난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2013 연말 인사에 에버랜드 사장으로 올라섰다. 지난 9월 제일모직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데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패션 전문가로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해 쭉 패션·광고 계통에서 일해 왔다.

제일모직 패션연구소에 몸담으며 여성복라인 개편과 유명 디자이너 영입 등을 추진했고, 단순한 패션 비즈니스를 넘어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복합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과의 통합 작업을 시도했다.


지난 2012년에는 글로벌 SPA(제조일괄화의류)에 맞서 새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출시하고 럭셔리 편집숍인 10꼬르소꼬모 개점과 ‘띠어리’와 ‘토리버치’, ‘이세이미야케’에 더불어 이탈리아 콜롬보백까지 인수해 뛰어난 추진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이 사장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아웃도어 사업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기반을 마련해왔다고 평가했다.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일모직은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이 사장은 패션부문의 제 2의 도약을 견인해야 하는 짐을 떠맡았다. 또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보폭을 넓혀야 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이 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눈길을 끄는 장면도 연출됐다. 에버랜드에 두 자매가 모인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사장의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에버랜드 경영전략 사장을 맡고 있다. 한 회사 안에서 이들 자매의 ‘경영 경쟁’도 지켜볼만 하다.

딸딸이 집
3세경영 본격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부장이 최근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진에 합류했다. 임 상무는 지난해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으로 복귀한 후 경영전반에 관한 업무들을 하나씩 익혀왔다.

지난해에는 장녀인 임세령씨가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로 임명됐었다. 1년간 식품사업총괄 부문에서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해 왔다.

임 상무도 이번 승진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해 기존의 기획관리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을 강화해 본부로 승격한 신설 조직이다.


안살림 역할 넘어 경영인 자리매김
연말 승진으로 후계구도 속속 편입

임 상무는 2003년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미국 뉴욕에 위치한 파슨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9년 8월 대상 프로세서 이노베이션(PI)본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전략기획팀에서 기획실무를 담당하고, 2010년 8월부터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업계는 앞으로 대상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상무는 ‘딸딸이 아빠인’ 임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몰아줘 실질적으로 차기 후계자가 된 상태에서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 7일 기준 임 상무는 대상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을 37.42%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언니인 임세령 상무가 19.9%로, 임 상무보다 먼저 임원이 됐지만, 지주사 지분은 동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임 상무의 나이가 33세에 불과한 만큼 차기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톡톡 튀는 마케팅
실적 가시화

한진그룹의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도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에 임명된 지 꼭 1년 만이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언니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그룹 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2005년 9월 LG애드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입사 2년 만에 부장급으로 초고속 승진해 주목받았다.

조 전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10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TV광고-뉴질랜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팀장이었던 조 전무는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TV광고 촬영에 동행했다가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돼 광고에 출연했다. 당초 현지인 모델을 쓸 예정이었으나 “한국인이 좋겠다”는 촬영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접 번지점프에 몸을 던진 것. 이 밖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 ‘지금 나는 호주에 있다’, ‘유럽 귀를 기울이면’ 등 히트한 대한항공 TV CF의 대부분이 모두 조 전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8년 출범 때부터 진에어에 몸담았던 조 전무는 진에어의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세계 항공사 최초로 청바지차림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를 제공한 게 대표적. 일부 국내선을 10번 이용하면 1번은 무료로 탈 수 있는 ‘나비포인트’ 제도와 e스포츠 마케팅도 조 전무의 아이디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8월에는 해외 여행 전문 매체 ‘스마트 트래블’이 집계한 아시아 LCC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도 선임되면서 한진그룹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공주경영 YES!
경영 참여? NO!


이 밖에도 잘나가는 재계 딸들은 많다. ‘리틀 이명희’라 불리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씨는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씨도 애경산업내에서 화장품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9년부터 부사장 직함을 달고 오너 경영인으로써 보폭을 넓히면서 2006년부터 생활·항공부문장을 맡고 있는 남편 안용찬 부회장과 ‘부부경영’ 체제를 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딸들도 각각 직함을 갖고 있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다. 다만 이들은 주요 경영 현황을 보고받는 수준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가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보필하며 ‘모녀파워’를 일궈가고 있는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있다. 1977년생인 정 전무는 지난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2006년에 상무로, 2007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식품업계에도 ‘공주경영’은 만연하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장녀 경후씨가 계열사를 옮겨 가며 일을 배우고 있다. 그는 현재 CJ오쇼핑에서 언더웨어팀 상품기획 담당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과장은 지난 2011년 7월 대리로 CJ 기획팀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그해 12월 CJ에듀케이션즈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3월 과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장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 조만간 주력사인 CJ제일제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대상…언니와 동생 경쟁
LG·GS·LS 딸들은 경영 참여 ‘NO!’

분유업체인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의 장녀인 윤지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회사 유아용품 업체인 제로투세븐에 대리로 입사해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의 장녀인 경선씨는 아직 정식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의 주요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며 경영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장녀인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의 두딸인 박혜성·혜정씨도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반면 경영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내는 재벌가 딸들도 있다. LG와 GS, LS가 딸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엄격한 유교적 가풍 때문에 경영수업을 받는 딸이 단 1명도 없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4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손녀는 무려 12명이나 된다. 하지만 두 딸은 물론이고 12명의 손녀 중 LG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딸과 손녀들은 전부 전업주부이거나 학생들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의 장녀 연경씨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결혼했으며 차녀 연수양은 서양화가를 꿈꾸는 여고생이다.

LG그룹에서 갈라져 나간 GS, LS그룹에서도 딸들의 경영참여는 전무하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독립해서 만든 LS그룹의 3세들 중에는 딸이 12명이나 되지만 그룹에 입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GS 허창수 회장의 딸인 윤영 씨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딸인 지영 씨도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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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