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정은 ‘사생결단 승부수’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4.01.02 11:22:08
  • 댓글 0개

고비서 꺼낸 히든카드…묘수냐 악수냐

[일요시사=경제1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오너다.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세자녀를 둔 가정주부에서 그룹 총수로 변신, 지난 10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크고 작은 풍파가 끊이질 않더니 해운업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시월드’와의 갈등도 새나왔다. 현 회장은 결국 회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또 한 번 눈물의 결단을 내렸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에 미온적 태도로만 일관해오다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핵심은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금융업 철수. 고심하던 현 회장은 현대증권을 포함한 금융계열 3개사를 파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지난 2003년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타계 후 그룹 총수 직에 오른지 딱 10년째에 맞는 일이다. 

“돈 되는 건…”
현대증권 포기

현대증권은 현 회장에게 의미가 남다른 회사다. 1962년 설립된 국일증권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 인수하면서 그룹 내 금융사업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남편인  정 전 회장이 2000년 ‘왕자의 난’에서 승리했을 당시 현대건설과 현대증권을 ‘그룹 적통’의 양대 기반으로 삼기도 했다.

현대증권이 현 회장에게 단순히 핵심 금융계열사로서의 역할을 넘어 ‘옛 현대그룹의 계승자’인 셈이다. 2010년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대결에서 현대건설을 넘겨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현 회장에겐 그룹 정통을 이어갈 마지막 기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운경기 악화로 현대상선의 유동성 압박이 거세지자, 채권단은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요구해왔다. 현 회장은 이를 완강히 거부했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진그룹, 동부그룹 등이 3조원 이상의 ‘통큰’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면서 현대그룹에 가해지는 압박도 더욱 거세졌다.


장고 끝 결단…돈줄 팔고 4개 사업부문 재편
‘손실만 6000억’낸 대북사업은 그대로 유지

매각 카드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현 회장은 결국 정통을 포기하는 통탄의 결단을 내렸다. 현대그룹은 이 자구안을 바탕으로 최소 3조 3400억원의 자금 조달하고 1조 3000억원가량의 부채를 탕감, 2조원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세부적으로는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매각을 통해 7000억∼1조원 이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과 벌크 전용선 부문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서는 약 1조5000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과 유가증권, 선박 등도 48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유가증권,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 미국·중국·싱가폴 소재 부동산 등이 포함된다.

자산 매각 외에도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 등으로 3200억원 이상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내부 구조조정, 반얀트리호텔 매각 등을 추진해 총 3400억원 이상을 조달키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의 부채비율을 지난 3분기 말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웨이’
남편 뜻 유지


뼈를 깎는 그룹 구조 개편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대아산은 사업을 유지키로 했다.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은 국내여행 사업 등 일부 사업은 경영개선 조치에 나설 방침이지만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등의 대북 사업 조직은 그대로 놔둔다는 방침이다.

이는 남편 정 전 회장이 살아생전 아버지인 정 전 명예회장의 뜻을 받아 공을 들였던 회사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남편의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현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 회장은 지난 8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정 전 회장의 선영을 찾은 자리에서 “한길을 개척해 나간 정 회장의 꿈과 도전정신을 잘 이뤄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등에 의지하지 않고 자구책을 마련한 것도 남편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전 남편이 형들과 형제의 난을 벌일 정도로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 사망 이후 현 회장 역시 범 현대가와의 경영권 분쟁을 수차례 반복해왔다. 일부에서는 현 회장을 두고 ‘시련의 여인’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정 전 회장이 사망한 2003년,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현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사이에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시숙의 난’이 벌어졌다. 당시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국민기업화’라는 빅 카드를 내밀었다. 즉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민주’를 발행하는 것이다.

국민이 주주가 되는 주인 없는 회사가 되고 현 회장마저도 소유권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될지언정 현대그룹을 KCC그룹으로 계열화시킬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내린 결단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기로 했고, 주주들이 현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시숙의 난부터
시동생의 난까지

2006년엔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사전 협의 없이 매입하며 현대그룹과 맞섰다. 이른바 ‘시동생의 난’. 현대그룹은 당시에도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파생상품 회사와 계약을 맺고 우호지분을 확보해 가까스로 경영권을 지켰다.

2007년에도 ‘사단’이 벌어졌다. 현대그룹은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주 이외의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변경을 시도했으나 범 현대가의 강한 반발로 관철되지 못했다.

2010년엔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정면충돌이 있었다.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해서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현대차그룹이 이의를 제기했고 우선협상자가 현대차그룹으로 바뀌는 곡절을 겪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통해 현대상선 지분 7.7%를 보유하며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고 정몽헌 사망후 시댁가와 갈등·반목 반복
경영권 방어만 집착하다 주력사업 손실 누적


2011년 현대상선의 주총에서도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의 표 대결이 전개됐다. 현대그룹이 올린 우선주 발행 한도 확대 안건은 범 현대가의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KCC, 현대산업개발 등이 주총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 64.95%, 기권·무효·반대가 35.50%로 안건이 가결되지 못 했다.

재계에선 현 회장이 잇따라 경영권 분쟁을 빚으면서, 경영권 방어에만 집착한 것이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그룹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와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에서 큰 손실을 부담해 영업흑자가 났음에도 2011년, 201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상선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실만 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이 파생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신용 위험을 전가시켰다”며 현 회장을 상법 신용공여 금지 규정 위반 혐의로 지난 11월 말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 중단과 주력 사업인 해운업이 불황 사이클을 타고 있다는 점도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1998년 11월18일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11일 발생한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으로 5년 넘게 중단돼 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금까지 입은 매출 손실만 6000억원에 육박한다. 현대상선은 해운업 침체로 2011년부터 현재까지 1조 4000억원이 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허리띠 조르고
몸집 줄이고


과정이 어찌됐건 전환점을 맞은 현대그룹의 앞날은 ‘해운’과 ‘대북사업’으로 점철될 예정이다. 해운(현대상선), 물류(현대로지스틱스), 산업기계(현대엘리베이터), 대북사업(현대아산) 등 4대 사업을 새롭게 그룹의 축으로 조정한다. 해운과 대북사업이 전면에 서고 산업기계와 물류 산업이 그룹의 수익 창구로 발돋움하도록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게 현대그룹의 방침이다.

물론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책 세부 계획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을 뿐 아니라 해운업계 시황 회복이 더뎌 자금 확보에 악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현대그룹에 입성한 후 오너의 자리에서 가시밭길을 걸어온 지 어언 10년. 그룹의 회생을 위해 내린 현 회장의 결단이 과연 현대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