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입과 몸이 즐거운 건강여행 ③전남 영암

소백산맥 끝자락 칼바람 잊게 하는 ‘힐링 천국’

소백산맥의 끝자락을 장식한 월출산 아래 월출산온천은 물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약알칼리성 식염천으로 ‘맥반석 온천수’라 불리는데, 신체에 부담이 적고 피로회복 효과가 탁월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수중 안마 장치가 부착된 매그넘탕에서 기포 마사지를 받으며 뭉친 어깨 근육이나 관절을 부드럽게 풀 수 있다. 온천과 함께 건강을 위한 영암의 대표 음식이 갈낙탕이다. ‘산낙지 한 마리에 지쳐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낙지는 기력을 회복하는 데 최고의 보양식이다. 독천 낙지마을 30여 개 낙지 전문점에서는 펄펄 끓인 갈비 국물에 산 낙지를 살짝 끓여 내는 갈낙탕을 비롯해 연포탕, 낙지구이, 낙지초무침 등 다양한 낙지음식을 선보인다. 월출산 자락에 영암구림마을, 왕인박사 유적지, 도갑사 등 이름난 여행지도 많아 보는 즐거움까지 주는 오감 만족 여행지다.


영암 월출산온천과 독천 낙지마을
몸도 지지고 입도 즐거운 그 곳…

수은주가 영하를 가리킨다고 방 안에 움츠리고 있으면 몸은 더 무겁고 나른해진다. 활동량을 늘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야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이야 밖에 있지만, 몸은 따뜻한 걸 원한다. 이런 때 건강 에너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가 영암이다. 그곳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줄 월출산온천과 쇠한 기력을 회복시킬 낙지 요리가 있다.

소백산맥의 끝자락을 장식한 월출산 아래 물 좋기로 소문난 월출산온천이 자리한다. 온천의 상큼한 맛은 피부가 먼저 아는 법. 그런 면에서 월출산온천은 일단 합격점이다. 월출산 암반대의 주요 구성 암석인 홍색장석화강암(맥반석)을 수원으로 하여 ‘맥반석 온천수’로 통칭된다. 맥반석은 흡착·정화 성질이 강해서 온천수의 유해물과 오염물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피로회복 효과가 탁월하다. 수질은 약알칼리성 식염천으로, 각종 미네랄 성분과 용존 산소량, 원적외선 방사량이 풍부하다. 신체에 부담이 적고 게르마늄, 나트륨, 유황, 미네랄을 함유해 피로회복, 신경통, 류머티즘,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 무좀 등에 좋다. 

뜨끈한 온천 
몸 담그고

월출산온천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필수코스는 매그넘탕이다. 다양한 수중 안마장치가 부착되어 어깨가 결리거나 몸이 찌뿌둥한 사람에게 제격이다. 뜨거운 물 속에서 강한 기포가 마사지 효과를 일으켜 굳은 관절을 부드럽게 해준다. 레저 개념으로 조성된 유수기류탕도 인기다. 노천탕이 있지만 겨울철에는 운영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온천욕이 몸에 이롭다고 해도 알아두어야 할 상식이 있다. 먼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식사하고 한 시간쯤 지나 10~15분 입욕했다가 30~60분 푹 쉬는 것이 좋다. 탕에 너무 오래 있거나 하루 4회 이상 온천욕을 하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 때수건으로 힘껏 미는 것은 피부를 지나치게 자극하니 피한다.
온천욕으로 몸이 개운해졌다면 독천 낙지마을에 가서 원기를 돋운다. 40여 년 전만 해도 학산면 독천리는 갯마을이었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갯벌이 사라지고 낙지도 자취를 감췄지만, 낙지전문점 30여 곳이 영암 낙지의 명성을 잇고 있다.


낙지 골목의 대표음식은 갈낙탕이다. 소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이는 음식으로, 연포탕과 갈비탕을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우시장이 열려 소갈비를 구하기 쉬웠기에 갈비탕에 낙지를 넣고 끓였는데,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더란다. 쫄깃한 낙지를 씹는 재미와 갈비를 뜯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연포탕도 인기다. 채소를 넣고 말갛게 끓인 연포탕은 낙지의 부드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데치듯이 끓인다. 
낙지 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산낙지를 선호한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기름소금 바른 낙지를 통째로 먹는다. 입안에서 꿈틀대는 낙지의 차진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낙지를 데쳐서 각종 채소와 함께 무친 낙지초무침은 새콤해서 산낙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좋다. 낙지초무침 양념에 참기름, 김가루를 뿌려 밥을 비벼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다음은 눈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월출산으로 간다. 영암 여행은 월출산에서 시작해 월출산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명산 아래 영암의 대표 여행지가 모여 있다.


월출산 아래 영암 구림마을은 22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일본에 학문을 전한 왕인박사,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 고려 태조 왕건의 책사 최지몽 등이 구림마을 출신이다. 마을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전통마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옥과 양옥, 심지어 일본식 가옥도 있다. 길가에 늘어선 전봇대와 전선이 옥에 티이기도 하지만, 정겨운 풍경이 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나지막한 돌담 사이로 소담한 골목길이 펼쳐지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운치 있는 정자가 반긴다. 
비둘기 구(鳩), 수풀 림(林)을 쓰는 마을 이름에는 도선국사의 탄생 설화가 전한다. 마을 중심에는 도선국사의 탄생과 관련한 국사암이 있다. 국사암에서 큰길로 나오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회사정과 만난다. 촌락 사회의 운영을 논의·의결하는 주민자치조직인 대동회의 집회 장소다. 3·1운동 때 독립 만세의 함성이 울린 역사의 현장이다. 
회사정에서 냇가를 따라 마을로 들어가면 죽정서원이 있다. 그 왼쪽으로 조선 성종 때 경기체가 <금성별곡>을 지은 박성건이 후학을 양성하던 간죽정이 자리한다. 이외에도 호은정, 육우당, 서호사, 동계사 등이 있다. 

불끈 낙지 
한 입 ‘캬아~’

구림마을을 돌아보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도기박물관과 하미술관이다. 영암도기박물관은 1986년과 1996년 이화여대박물관이 구림도기가마터를 발굴하면서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출토된 옹관과 구림도기, 가마터 등이 전시되었다. 도기는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구운 다음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가 합쳐진 말로, 굽는 온도에 따라 자기, 도기, 옹기, 토기로 나뉜다. 1280℃ 이상 고온으로 구우면 자기, 1250℃ 정도는 도기다. 항아리나 뚝배기 같은 질그릇이 도기에 속한다. 전시실에는 재일교포 하정웅씨가 기증한 한국과 일본의 도기, 해외의 도기를 전시한다. 여행객이 직접 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교실도 연다.
영암군립하미술관은 하정웅씨가 기증한 조각, 판화, 공예, 사진 등 미술품 3030여 점을 기반으로 전시실을 운영한다. 지역 미술관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전시 작품 수가 많고, 마르크 샤갈, 마리 로랑생 등 수준 높은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왕인박사 유적지가 있다. 왕인박사는 <천자문> 1권, <논어> 10권과 도공, 제기 기술자 등을 데리고 일본에 건너가 우리 문물을 전한 인물로, 일본에서는 ‘고대 문화의 시조’라 불린다. 유적지에는 왕인박사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사당, 왕인박사 탄생지, 왕인박사가 수학하던 문산재와 양사재, 책굴, 후학들이 조각한 2.75m 높이의 왕인석상, 왕인박사를 상징하는 계곡 성천, 전시관 등이 잘 정돈돼 있다.


도갑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해탈문(국보 50호)을 제외한 건물이 대부분 불에 타서 고졸한 멋은 없다. 도선국사가 도갑사를 떠나며 “내가 떠난 뒤 철모 쓴 자들이 와서 절에 불 지를 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한국전쟁 때 군인들에게 화를 당했다. 해탈문은 단아하면서도 예스럽고 소박하며, 계단 소맷돌에 새겨진 태극무늬가 이채롭다. 대웅보전 뒤로 난 산길을 올라가면 투박하지만 단아한 석조여래좌상(보물 89호)이 미륵전에 봉안되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독천 낙지마을→구림마을(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군립하미술관)→왕인박사유적지→월출산온천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독천 낙지마을→도갑사→월출산온천
· 둘째 날 : 구림마을(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군립하미술관)→상대포→왕인박사 유적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암문화관광  http://tour.yeongam.go.kr
· 월출산온천관광호텔  www.wolchulspa.co.kr
· 영암구림마을  http://ygurim.namdominbak.go.kr
· 영암도기박물관  http://gurim.yeongam.go.kr
· 영암군립하미술관  http://haart.yeongam.go.kr
· 왕인박사 유적지  http://wangin.yeongam.go.kr
· 도갑사  http://dogapsa.org


문의 전화
· 영암군청 문화관광과  061)470-2255
· 월출산온천 관광호텔  061)473-6311
· 영암도기박물관  061)470-6851
· 영암군립하미술관  061)470-6841
· 왕인박사 유적지  061)470-6643
· 영암구림마을  061)472-0939
· 도갑사  061)473-512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영암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00, 10:30, 14:40, 16:50) 운행, 
            4시간5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 061)473-3355


자가운전 정보 
· 서해안고속도로→목포IC→2번 국도(영암 방면)→영산호방조제→학산면 소재지(독천 낙지마을)→819번 지방도로→월출산온천


숙박 정보
· 월출산온천 관광호텔 : 군서면 마한로, 061)473-6311,  www.wolchulspa.co.kr
· 한옥호텔 영산재 : 삼호읍 나불외도로, 061)463-0300,  http://ysjhotel.com (한옥에서의 하루)
· 구림전통한옥민박 : 군서면 죽정서원길, 061)472-4581,  http://구림전통한옥.kr (한옥에서의 하루)
· 목원당 : 군서면 죽정서원길, 061)473-7077,  www.mokwondang.co.kr (한옥에서의 하루)
· 월인당 : 군서면 모정1길, 061)471-7675,  http://moonprint.smarter.or.kr (한옥에서의 하루)


식당 정보
· 청하식당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3-6993
· 독천식당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2-4222,  www.nakji1970.com
· 학산정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1-2877
· 동락식당 : 낙지 요리, 영암읍 서문안길, 061)471-3388


축제와 행사 정보
· 영암호 해맞이 축제 : 2014년 1월 1일, 호텔현대 야외광장,  061)470-2259,          


주변 볼거리
마한문화공원, 천황사, 기찬묏길, 가야금산조테마공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