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꼭 봐야 할 동양에 밟힌 슬픈 사연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4: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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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회장님 밥이 넘어 가십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피해자 5만명에 1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피해금액. 동양사태의 결과물이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양증권 여직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상 여부와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기만 하다. 피해자들은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지난 9월 말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 동양네트웍스,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인터내셔널 등 5개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동양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 CP와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자금 규모는 1조5500억원을 넘어서고 개인 투자자수는 5만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주로 동양증권의 전화 권유로 해당 상품에 투자했으며 가입 시 채권의 조기상환청구권·CP의 원리금 상환 가능 여부·채권이 예금자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등에 대해 동양증권 직원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피해자들도 줄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집단 소송
줄소송 준비 중

하지만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계열사들에 대한 대출과 회사채, CP 등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면서 당분간은 자금이 묶였고, CP나 회사채는 변제 순위가 낮은데다가 자본잠식 상태여서 보상 여부는 불문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사태로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의 사연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날리게 된 주부부터 10년간 결혼자금으로 모은 돈을 날리게 된 사람 등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남편 사망보험금]
[묻은 세아이 엄마]

세 아이의 엄마인 양모씨(이하 가명)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남편으로부터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사망보험금을 타 아이들을 키워달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당장 세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양씨는 남편의 사망보험금으로 동양 채권에 투자를 했고 빚까지 내 가게를 계약했다.

만기 날을 기다리던 양씨는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고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 하루하루를 뜬눈으로 보내고 있다.

양씨는 인터넷 카페 '동양 채권 CP 피해자모임'에 글을 올리며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낼 때보다 더 미칠 지경"이라고 썼다. 남편 목숨 값 하나 못 지키는 자신을 얼마나 원망할까 싶어서 라고 했다.

8살 난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박모씨도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6년 아이 돌 지나고 한 달 뒤 남편이 암 투병을 하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살길이 막막해진 박씨는 남편이 아이를 위해 남겨놓은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판돈과, 남편의 암 진단금, 사망보험금 등 약 2억원을 들고 집 근처 동양증권 영업소를 찾아 CMS 통장을 만들었다.




박씨는 담당 직원에게 "평생 살아가야 할 돈이며 우리 아이 공부할 돈이니 위험한 건 절대 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채권이 뭔지, CP가 뭔지 잘 몰랐던 박씨는 동양그룹 위기설에도 "걱정말라"고 큰소리치는 직원의 말만 믿었다.


하지만 박씨가 빈털터리가 된 건 순간이었다. 박씨의 돈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 5곳에 분산 투자가 되어 있었다. 직원은 "몰랐다"는 말뿐. 일평생 살 돈 2억은 휴지조각이 됐고 박씨는 아이와 앞으로 살아갈 일이 두렵고 무섭기만 하다.

[결혼 자금 맡겼다 ]
[돈 없어 파혼할 판]

동양증권 CMA 통장에 1억원 가까이 넣어놓은 지난 8월 박모씨는 동양증권으로부터 "좋은 상품이 있다. 자리 하나 남았다"는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결혼 자금이라 걱정된다는 박씨를 직원은 "3개월짜리니까 괜찮다" "동양이 망하면 우리나라 망한다"고 설득, 박씨는 이자 6.3%에 5000만원을 넣었다.

고교 졸업 후 군대 다녀와서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 퀵 서비스, 음식점 배달 등을 하며 모은 5000만원이었다. 이 돈은 모두 날릴 처지가 됐다. 내년 2월 결혼 예정인데 빚을 져야 하나 하는 걱정에 막막하기만 하다.

사태가 이런데도 상품 권유를 한 직원은 가타부타 말도 없다. 오히려 "저도 피해자"라는 말만 들었다. 아직 여자친구는 이 사실을 모른다.

피해자 5만명 피해금액 1조5000억원 추산
보상여부·책임소재 불분명…입증이 관건

고등학교 교사인 김모씨는 근무 8년차에 대학시절부터 차곡차곡 모아놓은 돈 6500만원을 그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조금 더 좋다는 이유로 동양증권 CMA 통장에 넣어두었다.

그러던 중 동양증권 모 지점 직원이 동양그룹 계열사에 신탁이라는 것으로 넣어 6개월 혹은 3개월간 1000만원 이상의 자금을 묶어서 보관하는 제도가 있으니 이를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

내년에 결혼 예정이라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김씨의 요구에 직원은 "동양그룹은 30여년간 이어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계열이 튼튼해 결혼자금으로 쓰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득했다.

직원의 말을 믿은 김씨는 어머니 노후연금 8500만원까지 같은 방식으로 신탁을 맡겼다. 만에 하나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김씨의 말에 직원은 "망할 이유도 없지만 혹시라도 동양계열이 안 좋아지면 ㈜동양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돕는 관계에 있으니 원금손실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동양사태 후 김씨는 채권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떼러 가서 "이래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직원의 조롱 섞인 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요즘 일상생활도 불가능할 정도로 불안감을 느낀다. 계속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고 한다.

[지금도 속고 있는]
[  시골 어른신들  ]


추석에 고향에 내려간 한모씨는 아버지로부터 평소에 거래하던 동양증권을 통해 채권을 사 놓았다는 말을 들었다. 동양그룹이 상태가 안 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한씨는 동양증권 울산 지점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가 ㈜동양의 회사채 5건, 동양증권 회사채 1건, 동양시멘트 1건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게다가 올해 4월 동양증권에서 판매한 전자단기신탁에 8000만원이 추가로 투자된 사실까지 확인했다. 팔십평생 모은 아버지의 노후자금이 몽땅 동양 채권에 투자된 것.

한씨에 따르면 담당자는 "어르신, 채권이라는 것은 회사가 부도나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라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채권을 판매했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로 가면 투자된 것들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 간다고 누가 그러느냐"고 큰소리를 내며 따졌다.


하지만 결국 동양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한씨와 그의 아버지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강화도에 사는 김모 할머니는 동양증권 골드센터 목동점에서 "좋은 상품이 있다. 빨리 나오시라"는 전화를 받고 74세 고령의 나이에 목동까지 나가 3000만원짜리 CP에 가입했다.

CP가 뭔지, 회사채가 뭔지 잘 몰랐던 김씨는 단지 이자를 조금 더 주는 고금리 예금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다. 그러다가 TV 뉴스에서 동양그룹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상품이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혼절, 뇌진탕 판정을 받고 앓아 누웠다.

김씨의 딸이 해당 지점에 2회 방문해 불완전판매에 대해 강력 항의 했지만 CP를 판매한 담당 직원은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어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며칠 뒤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전국 방방곡곡서 ]
[자살소동 차라리…]

최모씨는 동양증권에 칼까지 들고 가서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최씨의 피해금액은 자그마치 2억원. 11월 만기인 전셋집에서 2억원을 올려 달라 해서 이사를 갈 요량으로 마련해 둔 돈이었다.

딸 또래 여성 직원이 집까지 찾아와 상품을 권유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0월1일 그 '딸 같은' 직원에게 "소식 아시죠? 2억은 찾을 수 없는 거 아시죠?"라는 전화를 받았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 직원에 "네가 책임지라"고 했더니 "책임 못진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 1일 오후 1시께 서울중구 을지로 2가 동양투자금융빌딩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이다 119 구급대에 의해 구조됐다. 최씨는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돼 자살 시도 동기 등에 대해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 고모씨는 "회장님 이러실 수는 없잖아요. 고객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꼼꼼한 일처리로 동료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고씨는 지난 9월 말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부터 큰 심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한 남편의 아내다.

피해자들 대부분 직원 권유로 상품 투자
평생 모은 재산 날리고 거리로 나앉을 판

고씨가 발견된 아반떼 차량 안에서는 냄비와 함께 번개탄 두 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냄비 안에 번개탄을 피워 놓고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당시 제주지역 모 일간지에 의해 공개된 고씨의 유서 두 장에서는 고씨의 자살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이 담겨 있었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서 고씨는 "여보 정말 사랑하고 미안해. 애들 잘 부탁할게. 이런 선택을 하게 돼서 미안해. ○○(딸)야 ○○(아들)야 사랑한다. 엄마가 지켜줄게"라고 적었다.

나머지 하나의 유서는 현재현 회장에게 남겼다. 고씨는 유서를 통해 "동양회장님 이러실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도 믿었습니다. 정말 고객님들께 조금이라도 이자 더 드리면서 관리하고 싶어서 그룹을 믿고 권유했습니다. 하루속히 개인고객님들 (피해가) 전부 해결됐으면 합니다"고 전했다.

고씨의 가족들은 출격에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동양사태가 직원들의 희망까지 앗아간 셈이다.

[ 장애인 딸 위해  ]
[17년 모은 돈 날려]

개인 투자자 중 가장 큰 규모의 손해를 본 이는 장애인 딸을 둔 캐나다 교포 이모씨다. 이씨는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을 치료하기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딸은 캐나다에서 17년 동안 뇌수술을 비롯해 7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차도가 없었고 이씨는 자신이 사망한 뒤에도 딸이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목돈을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하고 투자 상품을 찾던 중 동양증권 직원을 만났다.




이메일을 통해 상품 설명을 받던 이씨는 CP와 회사채에 투자하라는 직원의 말을 믿고 캐나다서 17년 동안 아끼고 아껴 모은 돈 29억원을 모두 투자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직원은 투자설명서나 상품안내서조차 보여주지 않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소개했다. 동양그룹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인 9월 중순에도 직원은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동양증권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상태. 불완전판매 입증이 관건이다.

개별·공동소송전
금감원 조정 우선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동양사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법원의 채권회수율과 불완전판매율에 의해 결정된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신청 계열사는 법원의 기업회생계획에 따라 채권회수율이 확정된다. 불완전판매율은 금감원이 인정한 불완전 판매건수가 많아질수록 높아진다.

불완전 판매를 통해 1000만원을 투자했을 경우, 법원에서 채권회수율을 60%로 정하고 불완전판매율이 40%로 결정됐다면 투자자는 회사채 발행회사로부터 원금의 60%인 600만원을, 판매한 증권사로부터 나머지 금액인 400만원의 40%인 16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가 불완전판매를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 다르면 불완전판매에 의한 손해배상 공동소송은 투자성향, 투자이력 등 개인별 불완전판매의 정도가 다르다. 개별적으로 설명의무이행 정도가 다르며 더구나 원고인 피해 투자자가 불완전판매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

같은 약관을 적용한 금융사 '근저당설정비반환' 공동소송은 약관무효라는 대법원의 위법 판결이 있었음에도 원고의 개별 입증에 어려움이 있고 증거 부족 등으로 피해소비자들이 1심에서 패소판결을 받는 실정이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불완전판매 행위를 조사할 수 없어 감사권이 있는 금융감독원이 감사와 조사를 해 불완전판매임을 밝혀주어야만 보상이 가능하다. 이 불완전판매비율의 조정안을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비 지원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금감원에 피해신고를 해 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한 분쟁조정절차를 거친 후에 상황에 따라 소송절차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고 효과적이다.

금감원은 규정에 따라 소송진행 중인 사안은 민원이나 분쟁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송을 먼저 제기하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받을 수 없어 개별적 소송이나 공동소송 전에 반드시 금감원 조정절차를 먼저 밟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강형구 금소연 금융국장은 "금감원은 투자자의 소중한 재산을 투자부적격 회사의 회사채·기업어음을 매입하게 한 것은 불완전판매로 인정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여 이를 신속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은 공동소송을 하기 전에 금융감독원에 반드시 피해신고를 해 분쟁조정을 거친 이후 상황에 따라 소송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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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