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포스트 이석채’ 각축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3: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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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통신공룡’ 삼성맨이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버티고, 버티던 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새 KT 수장 물색 작업에 쏠리고 있다. KT가 국내 통신업계의 간판 기업인 데다, 관치 논란이 뜨거운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미 다양한 인물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 과연 이석채호 바통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누가될까. 




소문은 무성하다. 통신 및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KT를 이끌 새로운 CEO 후보자로 민간출신 IT전문가들, 전직 고위관료 등 약 10명 내외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민간 기업출신 인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전자의 ‘스타 CEO’ 출신들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기업 유전자가 있는 KT가 글로벌기업으로 혁신하려면 ‘삼성’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선장 잃은 KT
참여정부맨으로?

이중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우리나라 국비유학생 1호인 진 전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ㆍ박사를 마쳤다. IT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뒤 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 연구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64메가, 128메가, 1기가 메모리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해 오늘날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난 실적에 힘입어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등 고속승진을 거듭하다 지난 2000년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에 취임하면서 ‘미스터 칩(반도체)’ ‘미스터 디지털’ 등으로 불리며 디지털 세계화에 힘을 쏟아 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직을 맡으면서 스타 장관으로 떠올랐다. 자타 공인하는 IT전문가이자 KT 주무부처인 정통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진 전 장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드웨어와 테크놀로지 쪽에만 강할 뿐 통신 쪽은 잘 모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이미 KT회장 자리가 진 전 장관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버티던 이석채 회장 검 압박에 사의
세간 관심 자연스레 새 수장에 쏠려

진 전 장관의 급부상 배경에는 이른바 ‘방패막이 역할’이라는 시각도 한 몫 한다.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KT 낙하산 문제가 사회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라 티 나는 낙하산을 내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 장관’ 출신의 진 전 장관의 이력은 매우 유용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그 뒤를 이어 반도체 분야 ‘황의 법칙’을 만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거론된다. 황 전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책임연구원 생활을 한 전통 ‘테크니션’ 출신이다.

이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1년 반도체 연구소 이사직을 맡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혁신적인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입사 5년 만인 1994년 ‘256 메가D램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반도체 시장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등 IT업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KT 새 수장으로의 기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 신화에
친박계 인사까지

‘혁신 전도사’ ‘경영의 달인’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지난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40여년에 걸쳐 ‘월급쟁이’로 지내온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한 달 월급이 21억 원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으로 주목 받았다.




또 국내 대기업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남기는 한편, 삼성전자란 거대 기업의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TV 등 사업을 세계 1·2위로 육성하는데 기여했다. 배우 윤태영의 부친으로도 유명한 그는 ‘혁신 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지금 스마트폰을 있게 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1973년 입사 이래 34년간 삼성전자에 뼈를 묻어 온 ‘순혈 삼성맨’이다. 회사 내에서는 무선 부문에서만 한 우물을 팠다. 이런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정보통신총괄부문 사장으로 올랐다.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는 7년 동안 ‘애니콜 신화’를 낳으며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황금알로 키웠다.

내부승진? IT전문가? 또 고위관료?
소문만 무성…후보자 10여명 거론

이 전 부회장이 하마평에 오른 것은 그의 ‘뚝심 경영’에 후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하대 출신으로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부터 밟아 온 그가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최고 자리인 부회장에 오른데 대해 또 하나의 ‘샐러리맨 신화’라는 시각도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장 사장도 삼성출신 후보군에 포함됐다. 홍 사장은 2002년부터 5년간 KT 와이브로 사업 본부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돋보인다. 그는 이 회장 취임 전인 2007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나,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경우 친정부 인사로 후보에 들고 있다.

현 전 회장은 재계 내 IT전문가 중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2006년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현 전 회장은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07년 경선캠프에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 전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물러난 뒤 2006년과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한 후 정치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 했지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었다. 현 전 회장은 현재 한국마사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 안팎을 중심으로 ‘삼성 발탁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 출신 인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KT 수장에 중용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 출신이 오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다. 휴대전화, 반도체와 IPTV 등 내부 기기 등을 삼성 제품으로 구매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KT 잘 안다”
“관료의 관록”

이밖에 차기 KT 회장 물망에 오르는 그룹으로는 KT 출신과 ICT정책을 맡았던 관료출신이다. KT 출신의 경우는 전현직 사장급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표현명 T&C 부문장, 최두환 전 SD 부문장, 이상훈 전 G&E 부문장,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 등이다.

표 사장은 이 회장의 경복고 후배로 김일영, 김홍진 사장과 함께 KT내 실세 3인방으로 불린다. 오랜 기간 KT에 재직하면서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KT의 무선사업의 수익 악화 등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 전 사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산고 후배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데,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전 사장은 미국 벨연구소 출신으로 정치색은 거의 없는 반면 KT 내부직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 교수 스스로가 차기 KT CEO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전 사장은 KT내 ‘TK’세력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관료 출신 중에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세 사람 모두 정통부에서 잔뼈가 굵어,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 출신 ‘스타 CEO’유력
‘박근혜 캠프’인사들도 물망

이중 ‘박근혜캠프’ 출신인 형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행정고시 22회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현재 CJ헬로비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이 한때 그를 대외업무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진대제 회장- 형태근 부회장’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색이 짙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재임 시절 청렴결백한 관료로 정평이 나 있으며, 법무법인 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ICT 업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데이콤 대표이사와 LG 유플러스 고문을 거쳐 현재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문기 장관 보좌관인 한운영씨와 연구원 근무 시절 인연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를 KT 회장 후보로 점치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높다.

선임 절차 가속도
제3 인물 가능성

여러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후임 선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임시 주총을 거쳐 새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KT 이사회는 우선 이 회장의 퇴임 일자를 정한 뒤, 퇴임일 기준 2주일 이내에 ‘CEO 추천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CEO추천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사외 이사 전원(7명)과 사내 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에는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교수, 이춘호 EBS 이사장, 송도균 태평양 고문(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등 7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김일영 그룹CC장(사장)과 표현명 T&C부문장(사장) 등 사내 이사 가운데 1명이 참여한다. 위원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이 맡고 회장 후보는 위원장을 제외한 7명의 재적위원 과반으로 결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미 2∼3달 전에 후보군 3배수에 대한 검증 작업이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마쳤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른 대부분의 인사들이 대부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현 정권 들어 유력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가 실제 등용된 경우가 적었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3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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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