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금의환향 류현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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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내년도 올해처럼만 ‘고고씽’

[일요시사=사회팀] ‘괴물투수’ 류현진 선수(26·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금의환향’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 포스트시즌 선발승. 192이닝 동안 154개의 삼진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등 눈부신 활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류현진의 내일이 기대된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달 29일 귀국한 류현진은 시즌을 마치고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저스에서 보낸 한 시즌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면서도 “내년 시즌에도 10승과 평균자책점 2점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겨우내 잘 쉬고 열심히 운동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귀환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팀내 3선발 입지를 굳힌 류현진은 내년 목표를 올해와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 승리와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2점대 자책점으로 잡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다른 새로운 목표는 없다. 프로 들어와서 9년째 처음부터 똑같이 처음 목표는 10승에 2점대 내년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리그 첫 해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부지역 원정경기였다며 시차 적응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한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를 잠재운 포스트시즌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말했다.

“승리투수 되고 나서는 어느 때보다 좋았었고 0승 2패로 끌려가는 3차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입국 당시 본인의 첫 시즌을 놓고 99점을 준 이유에 대해서는 “100점을 다 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동부에서 시차 적응에 대한 부분 때문에 1점을 뺐다. 등번호가 99번이라서 그렇게 준 것도 있다”고 답변하며 미소를 지었다.


또한 류현진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차이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야구가 힘이 좋은 점은 있지만 야구는 결국 똑같은 야구다”며 빅리그 도전에 앞서 가졌던 본인의 생각에 변화가 없음을 알렸다.
또 그는 앞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는 동료들과의 친화력, 그리고 한국에서 하던 방식의 운동방법을 조언했다.

팬과 미디어, 야구 관계자 등의 투표로 뽑는 메이저리그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류현진은 당분간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개인 훈련을 소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정상적인 신인은 아니라고 높이 평가했다. 류현진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가 발표한 2013 메이저리그 ‘올해의 신인’ 최종 후보 3명에 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SB내이션>은 류현진이 보통 신인과는 다르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이 매체는 류현진의 탈락 소식을 전하며 “류현진은 한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7년이나 했다. 정상적인 신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첫 해에 훌륭한 활약을 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눈부신 활약
뜨거운 환영 받으며 위풍당당 귀국

류현진은 26살로, 30경기에 선발로 나와 192이닝을 던지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54개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는 22회로 팀 내 2위였고 퀄리티스타트 비율 역시 73%로 내셔널리그 8위였다며 높이 평가했다. 특히 30경기 중 19경기에서 2점 이하로 실점했음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는 ‘신인’이란, 이전 시즌까지 130타석 이하로 들어선 타자, 50이닝 이하로 투구한 투수, 그리고 메이저리그 등록 일수가 45일 이하인 선수로 규정하고 있다. 즉, 규정상 다른 리그에서 얼마나 선수생활을 했는지는 메이저리그 신인 자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한국에서의 경력이 결국 걸림돌로 작용하며 신인왕 최종 후보에서 제외됐다. 지난 2000년과 2001년, 사사키 가즈히로와 스즈키 이치로가 연속으로 신인왕을 석권하며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 ‘신인왕 자격’에 관해 논란이 일었다. 2001년 이치로 이후 중고 신인왕의 명맥은 끊겼다. 2003년 마쓰이 히데키, 2012년 다르빗슈 유도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신인왕 투표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 9월에도 미국의 <CBS스포츠>는 “류현진은 26살의 나이, 그리고 10년 가까이 되는 한국에서의 경력 때문에 투표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신인 같지 않다”
 미 ‘류뚱’극찬

류현진은 귀국 후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기획한 게릴라 경기를 펼쳤다. 라인업까지 직접 손본 감독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 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HJ99와 팀조마의 게릴라 자선 경기에서 HJ99 감독 겸 선수로 출전했다. 경기 전 류현진이 바쁜 일정으로 늦는 바람에 해프닝이 있었다. 4번 타자로 나선다는 보도와 다르게 그의 이름은 전광판에 1번 타자로 올랐다. 류현진이 경기장에 도착한 뒤에야 다시 라인업이 꾸려졌다. 감독으로서 직접 타순을 정한 것이다. 류현진은 자신의 이름을 4번에 새겨넣었다.

선발 1루수로 경기에 나선 류현진은 번뜩이는 수비 변경을 보였다. 친형 류현수가 6실점하며 난타당하자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기가 죽은 형을 다독이며 마운드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1회초 1사 만루에 공을 넘겨받아 두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와인드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볍게 공을 뿌렸지만 조마조마팀에겐 너무 빨랐다.

‘구원 투수’ 류현진은 4회초 3루수로 자리를 바꿨다. 연달아 실책이 발생해 실점하자 류현진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류현진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다. 5회초 3루쪽으로 타구가 오자 공을 잡아 ‘빙글’ 돌며 2루로 송구했다. 보기 드문 왼손 3루수의 수비 장면이었다. 결국 이 수비는 병살로 연결됐다. 자신의 작전이 적중하자 류현진은 환하게 웃었다.

마지막 7회초는 ‘화룡점정’이었다. 비록 자선 경기였지만 그의 승부욕은 뜨거웠다. 팀이 15-13으로 역전에 성공한 7회초 다시 마운드에 섰다. 6회말 조마조마팀 공격이 끝나자 가장 먼저 경기장으로 나와 어깨를 풀었다.
‘마무리 투수’ 류현진은 2루타를 허용했지만, ‘여유만만’이었다. 미소는 유지하고 구속은 조금 올렸다. 류현진은 남은 타자들을 손쉽게 범타 처리하고 감독 데뷔전에서 자신이 경기를 끝냈다.

이날 류현진은 ‘승리’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직접 치킨을 선물하는가 하면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해 줬다. 류현진 특유의 장난기 많은 모습에 관중석에서 연신 웃음이 터졌다.

선발 자원이 풍부한 LA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시즌 전 가장 많이 듣던 이야기가 있다. “안정적인 4~5선발의 자리만 꿰차도 성공적인 시즌일 것이다.”

사이영 듀오인 커쇼와 그레인키를 시작으로 하랑과 카푸아노, 릴리까지 이미 5명의 검증된 선발 투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류현진은 LA다저스의 3선발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록
‘괴물급 신인’으로 우뚝
10승-2점대 방어율 유지

류현진은 시즌 초반 그레인키의 부상으로 커쇼와 함께 원투펀치의 역할로 높게 평가 받기 시작했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며 급부상한 것.


물론 출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무려 10피안타를 맞으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괴물이었다. 두번째 경기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6 1/3이닝 3피안타 2실점의 성적을 올리고 메이저리그 첫 승을 달성했다.

1회에 맥커친에게 투런홈런을 먼저 맞으면서 잠시 흔들리나 싶던 류현진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안정적인 경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얻은 자신감을 통해 이후 치러진 4경기에서 패배없이 2승을 추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산고 4번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4월14일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은 류현진 선수를 전설의 타자 ‘베이브 루스’와 비슷한 별명을 만들어준 경기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지명타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 투수 선수는 타격의 기회가 거의 없다. 류현진 역시 한화이글스에서 뛰는 6년 동안 단 한번도 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경기를 통해 숨겨왔던 타자로서의 본능을 여지없이 폭발시켰다.

한국인 출신
역대급 메이저리거

작년 시즌까지 애리조나의 부동의 에이스로 군림해온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3타수 3안타(2루타 1개 포함), 1득점까지 기록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류현진의 재발견이었다. 이를 통해 시즌 2승을 달성한 것은 물론 ‘베이브류스’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최고의 경기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 하나는, 시즌 이 끝난 후 각 팀의 1~3선발의 타율을 합산한 결과, 커쇼와 그레인키, 류현진의 LA다저스가 압도적인 선두를 보여줬다고 한다.(그레인키 0.347의 타율로 투수 중 타율 1위, 커쇼 10타점으로 타점 1위, 류현진 2루타 3개, 3루타 한 개의 장타기록은 투수 중 유일)

한국에서는 완투를 밥먹듯이 하며 최고의 투수로서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던 류현진. 메이저리그에서는 단 한번도 완투를 하지 않았다. 5월 29일에 열린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는 류현진이 올 시즌 가장 완벽했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경기였다.

9이닝 2피안타 무실점. 1995년 당시 토네이도 열풍을 불러 일으킨 LA다저스의 노모 선수가 데뷔 해에 기록한 완봉승을 제외하고 아시아 출신의 루키가 데뷔 시즌 완봉승을 하는 것은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던진 113구를 통해 류현진은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메이저리그에 각인 시켰다. 그리고 이후 경기에서 공 개수에 상관 없이 감독 이하 코치진에게 믿음을 주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국인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최대의 성과를 낸 선수들로 박찬호, 김병현 선수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런데 대투수들조차 해내지 못한 기록이 바로 플레이오프 선발 승리다.

류현진이 데뷔 첫 해 이루어낸 것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리그 챔피언십 결정전 3차전에서의 결정적인 승리의 견인차 역할로 4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하는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108개 7이닝 3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기록을 보여주며 앞서 이야기한 완봉승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나 최강 원투펀치인 커쇼와 그레인키가 출격한 앞선 두 경기에서 뼈아픈 2패를 당하며 상당히 침체된 분위기를 가져가던 LA다저스에게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준 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대단한 경기였다.

위대한 업적…
플레이오프 선발

그동안 류현진이 큰 경기에서 약한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150km 가 넘는 강속구를 통해 최근 경기에서 시즌 내내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1회 실점 부분을 봉쇄하는 모습을 보이며, 투수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류현진의 잠재력이야말로 그가 괴물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류현진은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아 한화이글스에 입단했다. 당시 등번호는 15번이었으나 한화 이글스에서 15번을 달고 오랜 기간 활동했던 투수 구대성이 미국 메이저 리그 뉴욕 메츠에서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99번으로 변경됐다. 그 때 그는 별 생각 없이 99번으로 변경했으나 이후에는 소속 팀의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재현을 위해 99번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재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야구는 똑같다. 한미 차이 없다”

프로 야구 데뷔 첫 해인 2006년 다승, 평균 자책, 탈삼진 1위로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신인상과 최우수 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뛰어난 활약으로 '괴물'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데뷔 첫 해 한국시리즈에도 등판했다.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06년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팀에 선출되어 활동하기도 했지만 아시안 게임에서는 부진했다. 2006년 4월1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첫 등판)로 나와 10개 탈삼진을 잡으며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 국가 대표로 참가해 예선전인 캐나다 전과 결승전(대 쿠바)에 선발 등판했고, 캐나다전 완봉승을 포함, 17 1/3 이닝 동안 10피안타 13탈삼진 2실점(평균 자책 1.04)의 뛰어난 성적으로 야구 국가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으로 참가했고, 2009년 3월6일 벌어진 아시아 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3이닝 피안타 1개 탈삼진 3개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SK와이번스의 김광현과 LG트윈스의 봉중근과 함께 한국 프로 야구 3대 좌완 에이스로 꼽힌다. 그러나 사실 그는 공을 던질 때 외에는 오른손잡이다. 야구선수 중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좌투우타이다.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철벽 마운드를 구축,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 CJ 마구마구 일구상 최고투수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스포츠토토 올해의 투수상,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 투수상, 제16회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금메달,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최다탈삼진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방어율1위투수상,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상을 수상하고 방어율 1.82 전적 16승 4패 탈삼진 187개 등을 기록했다.

2012년 11월9일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기간이 종료된 결과 2573만7737달러33센트(한화 약 279억8978만원)의 포스팅 응찰액을 받았으며 최고 금액 입찰팀은 LA 다저스로 밝혀졌다.

마침내 같은 해 12월 10일, LA다저스와의 협상 끝에 계약 기간 6년 동안 총액 3600만달러(한화 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2013 시즌 성적은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면서 한국인 데뷔 최초 10승 투수가 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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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