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3 국정감사 총결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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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놀고먹다 한건 노린 'C학점의 선량들'

[일요시사=정치팀] 2013년도 국정감사가 지난 2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 등 겸임 상임위들의 일정은 일부 남아있지만 주요 상임위원회는 이미 모든 일정을 마쳤다. 올해 국감은 역대 최다인 628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됐다. 국회의원들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벼락치기 국감' '부실 국감' 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국감스타는 탄생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일요시사>가 키워드를 통해 2013년도 국정감사를 총결산했다.




국정감사(이하 국감)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막말'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감장에서 윽박지르기나 막말, 저속어 사용 등은 여전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적 공분을 국회의원이 대신해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감 준비를 충실하게 하지 못해 부족한 논리를 윽박지르기로 대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막말 국감
개선될까?

실제 사례를 보면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자신보다 연장자인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진 않죠?"라며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용부가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취지에서였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부자감세 관련 논쟁 중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떠드는데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해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설훈 의원은 "내가 왜 모르냐. 숫자 다 있는데"라며 맞대응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국토부 산하 기관장 인사가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서승환 장관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서 장관이 "낙하산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하자 "낙하산이 아니면 공수부대냐"고 면박을 줬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밤늦게 재개된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의 자리가 상당수 비자 "술이나 퍼마시고 다니고 있네"라고 발언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고성과 막말, 매년 반복되는 구태
기업인 잔뜩 불러놓고 '증인장사'?

이외에도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무총리실 국감에서 "이러니까 '붕어 없는 붕어빵' '총리 없는 총리실 국감'이라고 비웃는다"면서 "조선시대 수렴청정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고,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국토위의 서울시 국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장 시절 기업에게 협찬 받은 내용을 거론하며 '협찬시장'이라고 맹공해 국감 NGO 모니터단으로부터 막말 국회의원 사례로 지적됐다.




두 번째 키워드는 '기업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최악의 기업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유독 '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 등 경제와 관련된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증인으로 출석시킨 기업인만 해도 200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2개 이상 상임위에 중복으로 출석해야 하는 기업인도 많았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경우는 산업위와 환노위, 정무위 등 3개 상임위 국감에 불려나가야 했다. 지난달 17일에는 환경노동위 야당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다가 새누리당이 반대하자 국감을 파행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는 정작 국감내용은 부실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고작 몇 마디 답변을 하고 돌아가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기업들 사활 건
'증인 빼내기'


때문에 일각에선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증인장사'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감기간 여의도에서는 대관업무를 맡은 기업관계자들이 증인출석명단에서 자신들의 기업관계자 이름을 빼내기 위해 엄청난 로비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또 국감장에 불려나온 기업들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일부 의원들은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몰아붙여 엉뚱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일례로 과일주스인 세레스를 수입ㆍ판매하는 에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국감에서 제기된 '납 검출' 지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납이 검출된 제품은 2011년 이전에 다른 업체를 통해 수입된 제품이어서 현재 유통되고 있지 않는데 한 의원이 과거의 일을 국감장에서 다시 들춰내면서 새삼스레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기업인들은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에 대한 감사를 해야 하는데 왜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몰아세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같은 국감행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몰지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인지 가장 많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는 증인별 신청의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심야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유독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되는 심야국감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국감으로 언뜻 보기엔 국회의원들이 무척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한낮에는 파행으로 시간을 낭비하다 저녁때야 부랴부랴 국감이 재개돼 자정을 넘긴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상임위별 국감 가운데 밤 11시를 넘겨 끝난 경우는 14차례나 됐다. 그 중 자정을 넘겨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경우도 8차례나 됐다. 이중 상당수는 국감 안건과는 무관한 정치적 공방으로 인한 파행이었다.




특히 국감기간 6년 연속 파행을 빚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올해도 첫날 교육부 국감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교학사 집필진 3인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다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이날 국감은 새벽 1시가 넘어서 산회를 했다.

또 국감이 길어지는 이유로는 의원들이 이미 질의한 내용을 반복 질의하는 경우가 많고 국감 종료시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국감을 늦은 밤까지 진행할수록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언론 등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되는 경우도 많아 심야국감을 내심 반기기도 한다고 한다.

반가운 심야국감?
공무원은 죽을 맛

하지만 피감기관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피감기관은 물론이고 증인들까지 잔뜩 불러놓고 여야 의원들이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싸우다 국감을 파행시켜버리면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말 미칠 노릇"이라며 "의원들이야 어디 가서 푹 쉬고 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마땅히 갈 곳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네 번째 키워드는 '충성국감'이다. 매년 반복되는 피감기관들의 과도한 충성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감기간이 되면 피감기관들은 의원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고 국회의원들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내건다. 의원 전용 주차장에 밀려 일반 민원인들은 주차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민원인보다 의원님 먼저 '충성국감' 여전
국감스타 초선의 활약, 대형스타는 '아직'


경찰청 국감장에선 여경들이 의원 안내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등장했다. 피감기관이 제공하는 의원 전용 화장실과 의원 전용 칫솔은 이미 관례화된 지 오래다. 한 의원은 칫솔을 한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워 가지고 오다보니 국감이 끝난 후 남는 것은 칫솔뿐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피감기관들은 감사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한다. 한 피감기관은 건물 자체가 금연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에서 의원들의 흡연을 방치해 구설수에 올랐고, 공군 제1전투비행단의 경우는 국감 현지시찰에서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HI-TAXI'(지상고속활주·활주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이륙 전 단계) 행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과잉충성이라는 지적을 받고 취소하기도 했다. 

국감스타?
반짝스타!

다섯 번째 키워드는 '국감스타'다. 올해 국감도 '부실 국감' '정쟁 국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어김없이 국감스타는 탄생했다. 과거와는 달리 여야의 중진의원들도 국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초선의원들의 경우는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 국감'을 실현하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이번 국감은 특히 첨예한 여야의 정쟁 틈바구니에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초선들의 재발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 국감하면 떠오를 만큼의 대형 국감스타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올해 국감에서는 오히려 증인과 참고인이 뜻밖에 스타로 떠오른 경우도 있었다. 유례없는 검찰 항명사태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감장에서 이른바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붙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 지검장은 이 과정에서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국감 NGO 모니터단은 보고서에서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백미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감사하는 자리인데, (올해 국감은) 국민을 대신하기 보다는 정당을 대신했다"며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올해 국정감사는 'C학점'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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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