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진흥기금 면제 그 후

골프장들 불황 탓하며 그린피 인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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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입장료)에 붙었던 체육진흥기금이 올해 1월1일부터 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피를 인하하지 않은 골프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회원제 골프장들이 그린피를 인상한 것으로 기금 면제 혜택이 골퍼들에게 돌아가도록 감독관청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 227개소 중 회원 그린피가 인하된 곳은 지난 3월5일 기준 42개소로 전체의 18.5%, 비회원 그린피가 인하된 곳은 26개소로 11.5%였는데, 이 중 회원·비회원 그린피를 모두 인하한 골프장은 17개소에 불과했다. 심지어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난을 핑계로 회원 그린피를 인상한 곳이 10개소, 비회원 그린피를 인상한 곳이 24개소에 이르고 있다.
블루헤런CC는 비회원 주중·토요일 그린피를 각각 2만원씩 인하해 인하폭이 가장 컸다. 여주CC는 회원 주중·토요일 그린피를 각각 7000원, 1만2000원씩 인상한 반면, 비회원 그린피는 3000원씩 인하했다. 주중·토요일 그린피를 모두 인상한 골프장은 2개소였다.
이에 따라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 주중 그린피는 3월5일 기준으로 지난해 5월보다 평균 500원, 회원 토요일 그린피는 평균 400원 인하되었을 뿐이다. 비회원 주중 그린피는 평균 300원 인하되었지만 토요일 그린피는 오히려 600원 올라갔다. 체육진흥기금을 면제할 경우,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 그린피는 약 2500원, 비회원의 그린피는 3000원 인하되어야 한다.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를 인하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그린피를 인상한 것인데, 이는 체육진흥기금을 면제시키면서 그린피를 인하하려는 정부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비회원의 그린피를 인상시킨 것은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난을 일부나마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 붙었던 체육진흥기금을 보면, 그린피가 2만∼3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1500원, 3만∼4만원 미만은 2000원, 4만∼5만원 미만은 2500원, 그리고 비회원들에게 적용되는 그린피 5만원 이상은 3000원이었다. 정부에서 징수하는 체육진흥기금은 지난해 4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는 2000년대 들어 골프붐이 일면서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반면, 회원 그린피는 골프회원권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그린피를 면제하는 골프장이 급증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즉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평균 주중 그린피는 3월5일 기준 16만1000원으로 10년 전인 2004년보다 11.8%, 토요일 그린피는 20만8000원으로 16.2% 인상되었다. 반면 회원 평균 주중 그린피는 4만200원으로 2004년보다 9.7%, 토요일 그린피는 4만3100원으로 10.8% 인하되었다.

체육진흥기금 면제에 따른 혜택이 골퍼가 아닌 회원제 골프장에 가서는 안될 것이다. 기금면제에 따른 정책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감독관청인 각 지자체들이 실태조사 등을 통해 그린피 인하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들어 골프장 회원권 무용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골프장 회원권은 이용가치와 투자가치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수도권 인기 종목들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분양가와 연동해 시세가 상승했다. 하지만 그토록 잘나가던 골프장 사업은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주변 변수의 영향으로 현재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입회보증금 반환 러시는 바로 그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이 이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1, 제2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러시, 골프회원권 담보 대출(50~70%), 건설회사 시공사 지급보증과 책임분양제, 고가 회원권 분양 전략, 회원혜택 과다, 퍼블릭 골프장 증가, 골프장 간 그린피 할인 경쟁, 회원권 남발(정회원권, 평일회원권, 선불카드, 상품권, 무기명회원권, 골프텔회원권, 인터넷 회원 등등), 정부의 골프 금지령, 과도한 세금, 기후 변화 그리고 골프장 오너들의 모럴 해저드 등이 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한 골프장 회원들이다. 대부분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현재 입회 보증금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측에 입회금 반환을 요구하지만 십중팔구는 한마디로 ‘배째라’식으로 묵묵부답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2년 전부터 입회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회원은 입회일로부터(취득세 납부일로부터) 5년이 도래하면 골프장에 입회보증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골프장 사업주는 그것을 즉시 반환해줘야 한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다. 이는 분양, 양수 회원권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반환기간이 도래한 국내 골프장 수는 약 100개, 금액으로는 7조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입회보증금을 모두 다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반환청구 요건에 해당되는지 입회 계약서를 확실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골프장별로 약정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정관, 회칙, 회원모집 안내서, 회원입회계약서 등에 관해 변호사에게 조언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법정관리 중이거나 파산 신청 골프장, 경매처분 골프장, 공사 중 부도난 골프장, 시공사가 인수한 골프장 등은 자산 동결이 우려되므로 서두르는 게 좋다.
현재 법정관리 신청 골프장은 경기 여주 캐슬파인, 신라, 렉스필드, 아름다운골프장, 전북 전주 스파힐스, 타니, 제피로스, 로드랜드, 아델스코트, 경매 진행 중인 골프장은 제주라헨느, 레이크힐스순천, 그리고 공사 중 부도난 골프장으로는 산요수골프장 등이 있다.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입회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골프장은 법인통장에 마이너스만 남겨 놓고 재정적 어려움을 회원에게 전가시키는 골프장”이라며 “이는 명백한 책임회피, 운영실패, 약속불이행 그리고 횡령과 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런 사업주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골프장 입회금 반환청구 소송은 해당 회원들의 당연한 권리이자 소중한 재산을 보전하는 길”이라며 자신의 재산권 보호에 망설이지 말 것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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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