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여는 모델하우스마다 사람들 ‘북적북적’

천안·아산에선 지금…

가을 분양이 한창인 요즘 천안·아산 지역이 부상하고 있다. 모델하우스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청약경쟁도 가히 폭발적이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떴다방까지 등장했다.


대규모 산업시설 밀집…인구 꾸준히 늘어
신규 주택 수요로 새 아파트 공급 봇물

천안·아산 지역이 뜨는 이유는 대규모 산업기반 시설이 밀집해 있어서다.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인 천안 동남구 인근엔 천안공업단지, 천안유통단지, 천안 제3일반산업단지, 백석산업단지, 천안 제2산업단지, 천안 제4지방산업단지 등이 있다.

견본주택 문전성시
매매·전월세 강세

충남 아산시는 세계 최대의 LCD 단지인 탕정 삼성 디스플레이 산업단지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삼성반도체, 삼성코닝정밀소재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천안·아산 지역은 대규모 산업단지가 형성되면서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새 아파트 공급은 부족해 신규 주택 수요로 한동안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업기반이 확대되면서 집값도 꾸준히 올랐다. 조인스랜드부동산에 따르면 천안 아파트값은 올 들어 1.47% 올랐다. 아산시도 0.73% 올랐다. 전셋값은 천안시가 1.61%, 아산시가 0.81% 뛰었다. 
KB부동산알리지의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기준 천안 아파트값은 2010년 9월보다 30.87%, 올 들어서만 2.68% 뛰었다. 천안 아파트 전셋값은 3년 전보다 46.73%, 올 1월부터 9월까진 3.57% 상승했다. 인근 지역인 아산 아파트값은 3년 전보다 28.68%, 올 초보다 2.32% 올랐다. 전세가격은 2010년 9월 대비 53.96%, 올 1월 대비 4.9%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4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천안·아산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11개 단지·5583가구에 달한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순위내 청약을 끝냈다. 앞으로도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다음은 천안·아산 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이다.
▲더샵 레이크시티 3차 = 지난 11일 문을 연 포스코건설의 ‘더샵 레이크시티3차’견본주택엔 주말동안 2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앞서 4월 공급된 ‘더샵 레이크시티 2차’도 최고 10.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올 상반기 천안·아산 지역에서 가장 성공적인 분양 단지로 평가받고 있다.
레이크시티 3차는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은 전용 84㎡ 이하 중소형 주택형이 876가구로 전체 공급물량의 78%를 차지한다.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동암지구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2?23층 17개동에 72㎡ 122가구, 84㎡ 754가구, 99㎡ 242가구의 5개 타입 총 1118가구로 구성됐다.
단지 바로 옆 음봉중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2016년엔 단지 인근에 월랑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이전으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를 단지에서 도보로 통학할 수 있다. KTX 천안·아산역과 갤러리아백화점·롯데마트가 인근에 있다. 해발 294m의 연암산과 문화광장·산책로 등을 갖춘 월랑저수지가 단지 옆이다. 단지에서 연암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조성된다.
단지 주변에 업무·산업시설이 몰려 있어 배후 주거 수요가 넉넉하다는 평이다. 2만8000여 명이 근무하는 세계 최대 LCD관련 산업단지인 삼성디스플레이시티(460만㎡)가 자동차로 5분여 거리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 2단지(210만㎡)가 2015년 완공되면 상주 인구만 8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도 가깝다.
포스코건설은 “단지 인근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시설의 근로자가 많아 주거 수요는 꾸준하다”며 “대부분 소득 수준이 높은 젊은 층으로 대단지 브랜드 타운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올들어 11개 단지에 5583가구 분양
일부 제외하고 대부분 순위 내 청약

▲엠코타운 더 퍼스트 =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는 충남 천안지역에선 처음으로 동남구 신부동에 ‘현대엠코타운 더 퍼스트’ 987가구를 분양한다. 엠코타운은 북일고 옆 옛 남영나일론 부지 3만9385㎡에 지하 2층, 지상 11?25층 아파트 12개동 규모로 지어진다. 전용면적 기준 59㎡ 376가구, 74㎡ 339가구, 84㎡ 272가구 등 소형 중심으로 구성됐다. 
수도권 전철 두정역, 천안시외버스터미널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 천안IC가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입지하고, 천안동서대로 등 쾌속 도로망도 인접한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다. 이 아파트는 중대형에서 적용되던 4베이 구조로 설계, 아파트의 채광과 통풍이 뛰어나고 겨울철 난방비 절감 효과가 있다.
인근에 단국대·호서대·상명대·백석대·공주대 등 6개 대학이 밀집해 있고, 천안북일고·북일여고·두정중·신부초 등 5개 초중고교가 있다. 신부동 학원타운이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대형백화점·대형마트·영화관·축구센터·종합병원 등 생활편의시설도 가깝다. 삼성 디스플레이 단지와 3개 산업단지가 인근에 위치 개발압력이 높은 곳이다.
현대엠코는 “지역주택조합 사업방식으로 공급되면서 공동구매로 인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3.3㎡당 710만원대 가격을 책정,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최고 100여만원 이상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모집조건은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현재 천안시, 아산시를 포함한 충청남도·대전시·세종시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입주시까지 무주택자이거나 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주만 가능하다.  현대엠코는 향후 인근에 아파트 5500여 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어서 이 지역은 대규모 엠코타운이 형성될 전망이다.
▲불당 지웰푸르지오 = 신영과 대우건설은 ‘천안의 강남’으로 불리는 불당신도시에 ‘천안 불당 지웰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아산탕정지구 1-A4 블록에 들어설 이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28층, 7개동 총 682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84㎡ 356가구, 99㎡ 326가구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3.3㎡당 800만원 후반대. 99㎡의 경우 3억4000만?3억5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당신도시는 천안 불당·백석·신방동 및 아산시 탕정면 일원 512만㎡에 조성되는 택지개발지구다. 삼성전자 탕정LCD 산업단지가 인접해 배후 단지로 각광받고 있다.
KTX 천안아산역과 가까워 서울역까지 4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장항선과 수도권 전철 1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내년엔 천안?세종?청주공항을 연결하는 수도권 전철 연장구간 건설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천안?당진간 고속국도도 2015년 개통된다.

중소형 중심 구성
수도권 접근 용이

특히 녹지율이 25%에 이른다. 여가·휴식·놀이·운동공간 등 친환경 테마공원이 다양하게 조성될 예정이다. 주변에 우수한 생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천안시청과 종합운동장, 갤러리아백화점, 이마트, 롯데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CGV 등이 가깝다. 단지 앞으로 초·중학교도 들어설 예정이다. 공원 조망이 가능한 피트니스센터와 가족캠핑장, 북카페, 코인세탁실 등도 마련된다.


▲우방 아이유쉘 = SM그룹은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 160가구의 ‘우방 아이유쉘 트윈팰리스’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17층에 210㎡ 32가구, 228㎡ 16가구, 255㎡ 32가구, 256㎡ 16가구, 263㎡ 32가구, 270㎡ 32가구로 대형 위주로만 구성된 프리스티지 단지다. 
천안시청이 단지와 인접해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마트 등 대형 쇼핑시설도 가깝다. 복합문화공간인 CGV천안펜타포트, 와이몰 등을 통해 문화와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 교육시설도 집중해 있어 자녀가 있는 수요자들에게 최상의 교육여건을 제공한다.
KTX 천안아산역이 차량으로 5분 거리고, KTX는 서울까지 34분이면 도착한다. 봉서산이 아파트 앞에 위치해 입주자는 조망권과 웰빙 프리미엄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고품격 로비라운지와 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GX룸, 독서실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옥상정원, 썬큰가든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통해 원스톱 라이프를 실현했다. 
중앙 정수시스템, 자동 환기 시스템, 친환경 마감재를 적용했다. 시스템도 유비쿼터스 아파트로 홈 네트워크를 비롯해 통합보안시스템 등이 설치된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주거민과 비주거민들의 접촉 및 진·출입로를 구분했다. 주차 공간 역시 상가 및 비주거 주차장과 입주민 주차장을 구분해 보안성 및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 효성은 충남 천안시 차암동 3산업단지 내에 ‘스마일시티 효성해링턴 플레이스’1318가구를 분양한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7?26층, 15개동 전용면적 51?84㎡의 중소형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600만원대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전 가구가 정남향 판상형으로 설계돼 통풍과 채광이 우수하고 단지 내에 조성된 근린공원을 따라 생태하천이 흘러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인근엔 2산업단지, 4산업단지, 백석산업단지, 천안유통단지 등이 있어 직장 가까이 거주를 원하는 근로자들에게 최적의 입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 병원, 시청, 구청 등 생활편의 시설이 가깝다. 경부고속도로 천안IC, KTX천안아산역, 종합버스터미널, 두정역 등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교통망도 뛰어나다. 지구 내에 삼성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신설되고 환서초교, 오성중, 환서중, 두정고 등 4개 초중고가 차로 5?10분 거리에 있다.


▲아산 반도유보라 = 반도건설은 충청남도 아산시 온천동 1019번지 일원에 ‘아산 반도유보라’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25층, 8개동, 전용면적 59㎡의 전 세대 소형 단일 평형으로, 총 650가구로 구성된다. 한강신도시, 양산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에서 분양한 바 있는 반도건설은 ‘세상에서 가장 크게 누리는 59㎡ 평면’이란 콘셉트를 내세워 지난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선보인 59㎡-4베이 평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방 3개와 거실이 일직선으로 놓이는 4베이 구조로 설계된 59㎡는 확장 시 최대 사용공간이 90㎡에 달한다. 주택 양면이 개방돼 채광과 통풍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도건설은 “선택이 가능한 가변형 공간 구성으로, 작게 사서 넓게 쓰는 주거 공간이 적용되어 많은 아산 시민들의 주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유보라는 아산시의 중심에 위치해 교육, 생활, 자연 환경까지 모두 갖춘 3박자 입지를 자랑한다. 단지 가까이 초중고교가 인접하다. 특히 아산시 최초로 YBM과 연계한 ‘단지 내 영어마을’을 선보일 예정이다. 입주민들의 자녀들을 위해 단지 내에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탕정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교통이 편리하다. 관공서와 교육문화센터, 대형마트가 인접한 생활 인프라와 더불어 단지 인근에 위치한 온천천 복개하천 생태조성사업이 완료되면 다양한 수변공간 및 야외공연장, 자전거 체험장 등으로 쾌적한 녹색자연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현대차, LG…
배후 주거수요 넉넉


▲천안 비즈타워 = 동아토건은 충남 천안 제3산업단지 B2블록에 ‘천안 비즈타워’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15층, 계약면적 31㎡ 414가구로 조성된다. 천안 최초로 입주 지정일 후 1년간 월 40만원의 임대료를 보장하는 ‘임대가 확정보장제’를 실시한다. 
단지 내엔 운동시설, 피트니스센터, 바비큐장 등의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되고, 보안 강화를 위해 여성 전용층도 배치한다 반도체, 전자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는 천안 제3산업단지와 주변의 제2·4산업단지를 통틀어 유일한 소형 오피스텔이라 공실 위험이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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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