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18조’ 김우중 재산 미스터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16 11: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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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전두환’ 어디에 돈 꼬불쳤나

[일요시사=경제1팀] ‘전두환 추징금’ 사태가 일단락되자, 세간의 관심은 이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일가에 쏠리고 있다. 지금은 ‘빈털터리’라는 김 전 회장과 달리, 가족들은 ‘빵빵’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18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추징금. 이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돈을 꼬불치다 보니 ‘재산 은닉의 달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몰락한 대우의 황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분식회계 및 사기 대출 혐의로 선고받은 추징금은 무려 17조9253억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100배, 국내 총 미납 추징금 중 84%에 달한다. 그

러나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887억8376만원으로 0.5%에 불과하다. 이 엄청난 추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재산이 한 푼도 없다’던 김 전 회장이 최소 수백억 대 재산을 가지고 넉넉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정황이 이어 지고 있어 논란이 가속화 되고 있다.

18조원 미납
추징금 1위

최근에는 김 전 회장의 은닉자금이 방콕은행계좌를 통해 거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터넷언론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PTN(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 내부 이메일, 자산관리공사와 김 전 회장이 진행한 민사소송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김 전 회장의 은닉자금 다수가 페이퍼컴퍼니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선 <뉴스타파>는 PTN 내부문서 분석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인 ‘노블에셋’과 ‘노블베트남’ 사이에 대규모 자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가 (유)옥포공영이라는 회사를 통해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에 위치한 반트리 골프장을 실제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블에셋과 노블베트남은 골프장 개발사업권이 선용씨에게 가기 전 거친 유령회사들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PTN 직원들의 이메일에는 방콕은행 뉴욕지점이 노블에셋의 지시를 받아 노블베트남으로  2003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670만달러를 보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었다.

“한푼도 없다”버티며 넉넉한 노후생활
망명하듯 떠난 베트남 검은돈 은닉처?

당시 노블에셋의 관리대행업체였던 PTN직원들조차 노블에셋이 방콕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으며, 돈의 출처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말 기준으로 노블에셋은 단 2달러를 소유한 회사였다.

<뉴스타파>는 또 지난 2002년 제기된 자산관리공사와 김 전 회장 사이의 민사소송 판결문에서 또 한 번 방콕은행의 존재와 대규모 자금 거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우 미주법인을 동원해 김 전 회장이 홍콩에 있는 ‘KMC’라는 페이퍼컴퍼니에 수천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특히, 판결문에는 KMC가 2500만 달러를 데레조프스키라는 인물이 개설한 방콕은행 계좌에 송금한 내용이 나온다. 재판 과정에서 데레조프스키라는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의 가명으로, 계좌의 실제 주인은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령회사 거쳐
골프장 소유


이에 따라 선용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방콕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김 전 회장은 여러 회사를 거쳐 빼돌린 거액의 자금을 선용씨 계좌로 송금, 이후 선용씨는 여러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베트남 골프장을 인수했다고 <뉴스타파>는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PTN 내부자료와 법원 판결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방콕은행 비밀계좌의 존재와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라며 “선용씨가 베트남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유령회사와 방콕은행 사이를 통해 오간 거액의 돈은 김 전 회장의 은닉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들 선용씨가 보유한 반트리 골프장은 태생부터 묘하다. 이 골프장은 지난 1993년 대우와 하노이 전기공사가 합작한 대하(Daeha Co.Ltd.)가 최초 개발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대우의 지분은 70%였으며 하노이 전기공사 지분은 30%였다.

그러나 1999년 대우그룹의 부도 이후 이 골프장 사업권은 2003년 노블에셋이라는 회사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인 김 전 회장의 그림자가 다시 튀어 나온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인 김주성 전 ㈜대우 하노이지사장이 2005년 노블에셋에서 회사 소유구조를 바꾸는 서류 절차 등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아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이다.

실제 그로부터 1년도 안 돼 노블에셋의 지분 구조가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다. 2006년 6월 노블에셋의 모든 지분은 탄한송이라는 인물에게 100% 넘겨진다. 탄한송은 ‘ACS-SEA’라는 유령회사 설립대행업체의 직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고는 두 달도 안 돼 탄한송 지분의 51%가 김 전 회장 의 두 아들 선협·선용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옥포공영과 썬인베스트먼트로 넘겨진다.

4 년 뒤인 2010년에는 선용씨가 최대주주인 옥포공영이 나머지 모든 지분을 인수해 골프장 소유권을 완전히 확보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회사가 개발사업권을 가졌던 베트남 골프장이 여러 유령회사를 거쳐 7년 만에 아들의 품에 안긴 것이다. 이 때문에 문제의 골프장의 실질 소유주가 아들이 아닌 김 전 회장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호텔 펜트하우스서
여전히 호화생활

실제 ‘무일푼’이라는 김 전 회장의 말과 달리, 김 전 회장 일가는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엔 1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가져다 사적으로 사용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월 옛 대우개발을 인수한 우양산업개발은 “김 전 회장 부부가 십수년간 회사를 사적으로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해왔다”면서 김 전 회장과 부인 정희자씨를 상대로 3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우양산업개발 측은 경남 양산의 골프장 에이원컨트리클럽의 회계장부를 근거로 제시하며 정씨가 지배주주이던 시절 지위를 악용해 회사를 개인소유처럼 운영하며 고액의 임금과 퇴직금을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 대규모 자금거래
부인·자녀들은 천문학적 재산 보유

우양산업개발 측은 “정씨가 ‘대우사태’ 이후 대표이사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으면서 고액의 보수금을 받아갔다”며 “김 전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이 검찰에 발각된 후 공매로 매각되기 전까지인 2008∼2012년 압류기간 동안 받아간 임금만도 12억5700만여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씨는 경주힐튼호텔 등이 공매로 팔리기 직전인 2012년 7월 사임서를 내고 퇴직했는데 당시 받아간 퇴직금이 14억원에 이른다”며 “이 밖에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1740만원의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구입하는 등 회사의 비용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우양산업개발은 정씨가 34억5500여만원을, 이 가운데 2억2500여만원은 부부가 함께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2억2500여만원은 김 전 회장이 임차한 서울힐튼호텔 객실의 청소도우미에게 2008년 이후 수년간 보수로 지급한 돈이다.

우양산업개발은 또 아도니스골프장과 모회사 돈을 합하면 김 전 회장 일가가 챙겨간 회삿돈은 1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화려한 휴가’
이제 끝내야…

김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분식회계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23조30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중 17조9253억원이 김 전 회장의 몫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과 임직원 5명에게 부과된 추징금 중 840억원을 납부했고, 남은 추징금은 22조9460억원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을 지속적으로 집행해왔지만, 김 전 회장은 19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할 당시 전 재산(당시 주식 1조2553억원과 임야 452억원 상당)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탓에 재산이 없다며 1%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일가는 여전히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다. 실질적 재산이 없는 김 전 회장과 달리 그의 부인 정씨는 선재아트센터 관장이고, 그 일가족은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이 드나드는 아도니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호텔, 미술관 등이 김 전 회장 가족의 소유물이다.

가족들의 재산이 이처럼 ‘빵빵’한데다 최근 방콕 골프장 소유부터 수상한 계좌 거래가 포착된 점을 감안하면 김 전 회장이 무일푼이라는 말에 걸맞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전두환 추징법)’은 미납금 환수의 바탕이 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김 전 회장과 같은 경제인은 포함되지 않는 등의 여러 미비점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러한 문제점들이 더 확실히 근절되기 위해서는 전두환 추징법이 보완되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하며, 그와 함께 유명무실화된 금융실명제법이 강화되어야 하고, 또 동시에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벌어지는 해외 거래 정보에 관한 투명성이 증대될 수 있는 법 제도적 방안들이 특별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법무부는 지난 8월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압수수색과 금융거래 추적 등의 추징금 집행이 가능한 ‘김우중 추징법’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전두환 일가’의 경우처럼 제3자 명의로 은닉해 놓은 재산에 대해서도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추징 집행이 가능해진다.

김 전 회장 측은 그동안 추징금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게 아니라 회사 일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니 정치인들의 추징금과 성격이 다르다는 항변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추석 전날 귀국 시 기자들의 질문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대로 모든 것을 얘기하면 다 달라지겠죠. 때가 되면 진실을 밝히려면 모든 게 합당한 계산서가 나와야지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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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