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넘치는 식욕 해소! 음식테마 거리 탐방 ③ 전북 남원

추어탕, 싱싱한 미꾸라지가 전하는 가을 진미

남원 추어탕은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20여 개 식당이 모여 추어탕거리를 형성할 정도로 유명한 토속음식이다. 남원 추어탕은 ‘새집’을 필두로 조금씩 다른 조리법과 맛을 보여주는 식당들이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물과 시래기를 모자람 없이 주는 인심도 닮았다. 남원 미꾸라지와 지리산 고랭지에서 재배한 추어탕 전용 무청으로 끓여 다른 지역 추어탕과 차원이 다른 맛을 보여준다. 


남원 추어탕의 걸쭉하고 얼큰한 맛
<춘향전> <혼불> 등 작품 속 무대 생생

‘가을 보양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추어탕이다.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면 몸속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를 최고로 치고, 이름에도 ‘가을 추(秋)’자를 넣어 추어(鰍魚)라 부른다. 

서민 보양식 추어탕

찬바람이 부는 계절, 보글보글 끓는 추어탕 뚝배기에 밥 한 그릇 말아 훌훌 떠먹으면 지난여름 더위에 지친 원기를 회복하고 추운 겨울을 든든하게 버틸 힘을 얻는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온가족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A·B·D가 풍부해 자양강장, 피부미용에 좋고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며, 추어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여 다이어트 하는 여성들이 먹기에도 좋다.
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사골국물에 두부를 넣는 서울식이나 고추장으로 칼칼하게 끓이는 원주식과 달리,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만 사용하고 된장과 들깨 불린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다른 채소 없이 시래기로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남원에서 추어탕이 발달한 것은 지리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소백산맥과 지리산 사이에 있고 섬진강 지류인 요천과 축천이 드넓은 평야를 만들어주니 다양한 농산물이 나고 미꾸라지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특히 남원 추어탕에는 미꾸라지와 조금 다른 미꾸리가 주로 들어간다. 미꾸라지보다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해서 ‘동글이’라고도 불리는데,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다. 남원시농업기술센터가 토종 미꾸리 치어 생산에 성공해서 인근 미꾸리 양식장에 공급하며, 남원 추어탕거리의 식당들은 이곳에서 미꾸리를 받아 추어탕을 끓인다. 
지리산 인근의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추어탕 전용 무청도 남원 추어탕 맛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이다. 전국 어디서나 파는 추어탕이지만, 남원에서 먹는 추어탕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맛에 따라 잰피가루를 살짝 뿌려 먹는 것도 남원 추어탕의 특징이다.


 춘향이와 이몽룡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는 광한루원 주변으로 형성된 남원 추어탕거리에는 20여 개 식당이 모여 있다. 그중 ‘새집’은 1959년 하동에서 시집온 고 서삼례씨가 광한루원 뒤편에서 추어탕을 끓여 팔기 시작한 곳으로 역사가 50년이 넘는다. 이후 광한루원 주변에 추어탕집이 하나둘 생겼는데,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한다. 부산에서 시집와 식당을 연 ‘부산집’, 아들 삼형제의 돌림자를 쓰는 ‘현식당’ 등 이름에 담긴 사연도 정겹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식은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꾸리를 삶아 주걱으로 눌러가며 체에 걸러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손으로 뼈와 내장을 일일이 발라내는 집도 있고, 믹서에 갈아서 체에 거르는 집도 있다. 미꾸리 삶을 때 된장을 풀기도 하고, 생수를 쓰는 집도 있다. 시래기 역시 소금에 절인 것을 쓰는 집이 있고, 바로 삶아서 냉동한 것을 쓰는 집도 있다. 저마다 비법이 있는 셈이다. 
어떤 식당도 자기네 추어탕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어머니 손맛이 있듯, 남원 추어탕도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어탕 국물도, 시래기도 손님이 원하면 한 그릇 더 주는 인심은 모든 식당이 지키는 원칙이다. 


추어탕과 함께 추어튀김, 추어숙회도 맛보자. 미꾸리를 통째로 튀기는 추어튀김은 추어탕을 잘 못 먹는 어린이도 그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요리다. 미꾸리에 갖은양념을 넣어 찐 다음 채소에 싸 먹는 추어숙회 또한 별미다.
남원 추어탕거리의 중심에는 광한루원이 있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가 깃든 광한루원은 광한루를 중심으로 오작교, 완월정, 영주각, 춘향사당 등이 어우러진 전통 정원이다. 

맛 따라 길 따라 비경이 가득

광한루는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광통루’를 시초로 1434년(세종 16)에 하동부원군 정인지가 고쳐 세운 것이다. 정유재란으로 불에 탄 뒤 1638년(인조 16)에 다시 지은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보물 281호로 지정되었을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누각이다. 
광한루 앞 수변무대에서는 오는 10월19일까지 매주 토요일 국악 뮤지컬 〈가인 춘향〉을 공연한다. 어둠 속에 환히 불을 밝힌 광한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국악 공연이라 더욱 특별하다.


남원 추어탕거리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요천을 건너면 춘향테마파크다. 만남의 장, 맹약의 장, 사랑과 이별의 장 등 〈춘향전〉의 내용을 테마로 꾸며진 산책로를 걸으며 영화 〈춘향뎐〉 촬영 세트장, 동헌, 전망대 등을 둘러보자. 특히 동원에서는 판소리 배우기, 장구 배우기 등 신명 나는 국악 체험으로 남원의 풍류를 맛볼 수 있다. 남원전통문화체험관에서 진행하는 전통 놀이, 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는 어린이들에게도 인기다. 춘향테마파크 입구에는 남원향토박물관과 심수관도예전시관도 있다.


춘향테마파크 위쪽에 위치한 남원항공우주천문대는 놓치지 말아야 할 탐방지다. 돔형 천체관측실과 천체망원경을 갖추어 낮에는 태양흑점을, 밤에는 달과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다. 오후 10시까지 개관하기 때문에 예약하는 번거로움 없이 천체관측이 가능하다.
천문대에서 나오면 덕음산 솔바람길이 이어진다.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느긋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완만한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국립민속국악원 뒤편까지 갔다 오는 코스로 왕복 약 2km다. 숲해설가가 들려주는 숲의 생태 설명도 재미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남원 추어탕거리→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남원 추어탕거리→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 
·둘째 날 : 만복사지→만인의총→국악의 성지→실상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남원시 문화관광 : http://tour.namwon.go.kr
· 광한루원 : www.gwanghallu.or.kr 
· 춘향테마파크 : www.namwontheme.or.kr 
· 남원항공우주천문대 : http://spica.namwon.go.kr 

문의 전화
· 남원시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 광한루원  063)625-4681
· 춘향테마파크  063)620-6180
· 남원항공우주천문대  063)620-690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원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5회(06:00~22:2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 남원고속버스터미널에서 광한루원까지 택시 이용, 약 3500원 예상.
일반버스 220번 승차, 광한루원 하차.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www.hticket.co.kr 
                남원고속버스터미널 063)632-2000
<기차> 용산-남원 : KTX 하루 8회(05:20~21:15)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 남원역에서 광한루원까지 택시 이용, 약 3300원 예상.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남원역 063)631-3229


자가운전 정보 
88올림픽고속도로 남원 IC 남원·순천 방향 우측 출구→남원·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충정로 따라 약 3km 
이동→시장사거리에서 좌회전→광한루원 이정표 보고 우회전→약 400m 진행, 광한루원

숙박 정보
· 그린피아모텔 : 주천면 제바위길,  063)636-7200 
· 지리산칸호텔 : 산내면 지리산로, 063)626-2114, www.jirisankhanhotel.com
· 호텔마음 : 남원시 소리길,  063)631-9999            
· 켄싱턴리조트 남원점 : 남원시 소리길 02)583-7164, www.kensingtonresort.co.kr
· 스위트호텔 남원 : 주천면 원천로,  063)630-7100,  http://namwon.suites.co.kr

식당 정보
· 새집 : 추어탕, 남원시 요천로 1397, 063)625-2443
· 부산집 : 추어탕, 남원시 요천로 1411, 063)632-7823
· 현식당 : 추어탕, 남원시 의총로 8, 063)626-5163
· 가나안식당 : 한정식, 남원시 관서당길, 063)632-0909
· 심원첫집 : 산채정식, 남원시 모정길, 063)632-5475 
· 자연밥상 : 한식 뷔페, 주천면 장안용궁길, 063)634-8849
· 깜돈 : 흑돼지구이, 남원시 하정2길, 063)630-5092

축제와 행사 정보
· 뱀사골단풍제 : 2013년 10월18일(금) 예정, 지리산국립공원 
  달궁주차장 일원, 063)620-6183

주변 볼거리
만인의총, 만복사지, 혼불문학관, 국악의 성지, 실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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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