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혼의 경제학<재계뒷담화>

<이혼 후>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고…”

외식업계에는 ‘부부경영’을 앞세웠던 대표 기업들이 있다.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 (주)놀부NBG와 네네치킨을 운영 중인 (주)혜인유통이 그곳이다. 이 두 기업의 부부 대표들은 사업 초기부터 동업자이자 동반자로서 회사를 함께 이끌어 왔다. 그러나 현재 두 기업의 수장들은 모두 홀로서기에 나선 상태다. 이혼 후 각 기업의 경영권을 부부 중 한 명이 넘겨받은 것. 놀부의 경우 아내가, 네네치킨은 남편이 경영권을 차지했다. 눈여겨 볼 만한 점은 부부가 갈라선 후 두 기업 모두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관련업계에는 ‘누구는 웃는데 누구는 괜스레 배 아파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실제 그들의 이혼 후 손익계산서를 따져봤다.

‘놀부’ 김순진 회장 ‘돌싱’된 후 승승장구…주식가치 110억원
‘네네치킨’ 현철호 회장 홀로서기 후 대박…연매출 700억원

(주)놀부NBG는 현재 국내외 640여 개 가맹점과 6500여 명의 직원, 일일고객수 12만명이 사용하는 한식 대표 외식기업이다.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 놀부솥뚜껑삼겹살, 놀부항아리갈비 등 소유한 브랜드만도 10여 개나 된다.

‘부부’경영에서 ‘여성’경영으로

소위 외식업계의 ‘재벌그룹’으로 불리는 이 기업의 수장은 업계 유일한 여성 CEO 김순진 회장이다. 김 회장은 이른바 ‘돌싱’이다.
지난 2003년 오진권 전 남편과 이혼했다. 사실 김순진 (주)놀부NBG 회장과 오진권 (주)이야기가 있는 외식 공간 회장은 한때 부부이자 훌륭한 사업파트너였다. 1987년 서울 신림동에 단돈 300만원으로 시작한 보쌈집인 ‘골목길’을 열 당시부터 이 둘은 함께했다.

외식프랜차이즈 회사인 ‘놀부’도 부부가 공동대표로 올라 함께 일궜다. 오 회장이 회장으로 경영 전반을 관리했고, 김 회장이 사장을 맡아 점포관리 및 대외홍보를 책임졌다. 당시만 해도 외식업계의 ‘부부경영’은 다소 생소했던 때로 놀부는 이 점을 마케팅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후 금실 좋은 ‘잉꼬 경영자’ 부부로 여러 매스컴의 관심을 끌었고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2003년을 기점으로 놀부의 경영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부부경영을 이뤘던 놀부가 이혼으로 김 회장의 단독 경영으로 바뀌었다.

결국 김 회장은 외식업계 유일한 여성 CEO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놀부는 즉시 CEO 마케팅의 초점을 부부경영에서 여성경영으로 바꿔 김 회장을 홍보하기에 전념했다. 2003년 9월 ‘21세기 여성 CEO 연합’ 회장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최근 관련 기사의 대부분이 김 회장과 관련된 내용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홍보 마케팅이 효과를 이룬 탓일까. 이후 놀부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할머니보쌈이 대표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지만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이전에는 어렵던 해외진출 사업도 2004년 이후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일본, 중국 등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히 매출액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2001~2002년 230~32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던 놀부는 경영권을 바꾼 2003년 390억원, 2004년 456억원을 달성했다. 2007년 연매출 910억원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무려 1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00년 초기에 비해 회사 매출액이 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덩치가 커진 만큼 김 회장의 보유자산도 늘어났다. 2002년 전체 주식의 41.16%를 소유했던 김 회장은 2003년 전 남편인 오 회장의 주식을 흡수, 전체 54.58%의 주식을 차지했다. 2005년 이후에는 이를 79.58%로 높여 놀부의 최대주주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게다가 2006년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기존 6만 주에서 26만 주로 늘려 재원을 확보해 회사의 몸집을 키웠다. 현재 김 회장은 2008년 12월 기준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10억원 규모로 국내 비상장 여성주식부호 34위에 랭크됐다. 김 회장의 이혼 후 앞날이 승승장구인 반면 오 회장의 움직임은 이와는 상반되는 형국이다.  2002년 놀부의 지분 30%를 소유했던 오 회장은 2003년 이혼하던 해 16.58%로 지분율이 반으로 줄더니 이듬해에는 주주명부에서 아예 이름이 빠졌다.

놀부의 주당 가격이 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002년 당시 시가총액 1억여 원의 주식을 내놓은 셈. 이 주식은 고스란히 김 회장이 넘겨받았다. 오 회장의 고난은 또 있었다. 이혼 이후 오 회장은 ‘놀부집’ 등 직영 매장으로 별도 회사인 ㈜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을 차렸지만 2년이 채 되지 않아 김 회장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이다. 이혼 합의 당시 ‘동종업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소송에서 패한 오 회장은 패소 후 4일 만에 직영점 5곳을 철수하고, 손해배상을 통해 50억원을 날렸다. 최근 오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오 회장은 최근 다시 외식업계에 얼굴을 드러내며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네치킨을 운영 중인 (주)혜인유통은 놀부와는 반대의 케이스로 이혼 후 남편이 경영권을 차지했다. 2005년 7월 이혼하게 된 현철호 회장은 이후 홀로서기에 나섰다. 1999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늘 부부경영을 하며 상당 부분 힘이 됐던 아내가 빠진 상황에서도 현 회장이 홀로 이끈 ‘네네치킨’은 오히려 대박행진을 기록했다. 네네치킨은 사실 2005년 이전만 하더라도 업계 대표기업인 비비큐, 교촌치킨과는 비교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강북’ 지역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번진 네네치킨의 성장은 주목할 만 했다. 특히 2007년은 동종업계 내 최고의 성장률을 보이며 호황을 누렸다. 유재석, 노홍철, 정준하 등 무한도전 멤버들을 모델로 한 CF 한 편이 대박의 주인공이다. CF 한 편으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네네치킨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홀로서기 후 대박행진

당시 CF로 인해 지출한 광고비는 30억원으로 알려지는데 업계는 네네치킨이 수배에 달하는 홍보효과를 봤다고 해석한다. 실제 2006년 전국 494개 가맹점을 보유하던 네네치킨은 2007년 182개의 신규매장을 개점해 672개의 매장을 확보했다.
 
이 같은 성장 속도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져 약 9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자연히 매출액도 크게 성장했다. 2007년 기준 500억원을 기록했고, 2008년에는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9년 1개의 가맹점을 시작으로 발판을 다진 것을 감안한다면 눈부신 성장인 것이다. 현재는 1000여 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비비큐와 교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반면 이혼 당시 경영권을 넘기고 퇴사한 현 회장의 전 아내는 큰 수혜를 입지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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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