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⑤경찰백서로 본 우리 고향 건달들 얼마나 설치나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41:29
  • 댓글 0개

지난해 조폭검거 853명…전년 552명 비해 늘어


[일요시사=특별기획팀]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간 이들은 저마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개중에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오랜만에 둘러앉아 옛 무용담을 꺼내놓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무용담하면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다. 바로 조폭과 얽힌 사연. 그때 그 조폭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철없는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조폭. 최근 경찰청이 한국형사정책원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2 범죄통계'를 보면 우리 동네 건달들의 지난 행적을 가늠할 수 있다. 올 추석에도 조폭 영화는 변함없이 안방을 찾지만 실제로 검거된 조폭은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다.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건수는 179만3400건이다. 이는 2011년 전체 범죄건수인 175만2598건보다 4만802건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이중 조폭이 연루된 조직폭력 범죄의 발생건수는 얼마나 될까. '2012년 범죄발생 및 전국 검거현황'에 따르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125건이다.

앞서 말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조항은 흔히 '조폭 맞춤형' 규정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인정되면 피고가 이미 개별 폭력 행위로 처벌 받았더라도 가중 처벌이 가능해진다.

조폭인지 아닌지
혐의적용 어려워


법률에 명시된 형벌 수위는 단체 수괴에게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조직원에게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조폭들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명과 조직 계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이후 조폭세계에 이 같은 불문율이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막가파’와 ‘지존파’ 등 조폭과 유사한 범죄단체 수괴가 사형을 언도받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아무에게나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씌우진 않는다. 형벌이 무겁다보니 해당 법률을 적용하는 기준 또한 엄격한 까닭이다.

지난 2010년 12월15일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에 따르면 '조폭들이 단합대회를 하거나 요란한 교도소 출소식을 했더라도 범죄단체 활동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와 있다. 실제로 범죄 조직을 구성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했는지 혹은 위해를 가할 준비를 했는지 등이 법률 적용의 핵심 요소다.

즉 조폭들이 연루된 범죄는 조폭 스스로 조직원 전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할뿐더러 법률 적용 역시 까다롭기 때문에 사건 발생 빈도가 통상 범죄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이 지난 2011년 밝힌 조직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모두 63건(552명)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 조직폭력 범죄 검거가 2배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기준 파악된 국내 조직폭력배 수는 모두 5384명이다.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 조폭 수는 5년 전인 2007년의 5296명과 비교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규모면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범죄 늘었거나
경찰 뛰었거나


이는 종합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첫째, 조폭 수는 그대로인데 조직범죄의 발생 건수가 증가했을 가능성. 둘째, 조폭을 겨냥한 경찰의 집중단속이 강화됐을 가능성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청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 모든 조직 수는 217개였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조직 29개·조직원 9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22개·484명) ▲전북(16개·410명) ▲경남(18명·400명) ▲경북(12개·391명) ▲부산(23개·381명) ▲광주(8개·322명) ▲대구(11개·310명) ▲인천(13개·297명) ▲강원(17개·264명) ▲충남(16개·252명) ▲충북(6개·252명) ▲전남(8개·233명) ▲울산(6개·197명) ▲대전(9개·144명) ▲제주(3개·137명) 순이었다.




2008년부터 2012년 초까지 경찰이 파악한 조직범죄 유형은 ▲폭력행사 7991명(39.2%) ▲유흥업소 갈취 3703명(18.2%) ▲서민상대 갈취 2189명(10.7%) ▲탈세 및 사채업 750명(3.7%) 순이었고, 같은 기간 검거된 조폭 현황은 경기청이 4357명(21.4%), 서울청이 3922명(19.2%) 그 뒤를 ▲부산 2199명(10.8%) ▲인천 1448명(7.1%) ▲대구 1304명(6.4%) 순으로 따랐다.

다만 올해 들어 광주를 근거로 한 '범서방파'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조직 수는 216개로 줄고, 전체 내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조직원은 5425명으로 증가했다는 발표가 지난 4월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조직폭력원은 모두 몇 명일까. 개별 범죄를 제외하고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검거된 조폭은 모두 853명이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단체 등의 구성·활동 발생 건수가 125건이고, 검거된 건수도 125건이라는 점이다. 통계상 나타난 검거율이 100%에 달한 것.

그러나 조직범죄 수사 활동이 통상 '인지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결과다.

경기·서울·전북·경남·경북·부산·광주 순
216개 조직에 5425명 활동 중
전국구 범서방파 와해로 감소

앞서 말했듯 조폭들은 자신의 조직 이름을 스스로 발설하지 않는다.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알려진 '범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의 작명도 실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솜씨다. 수사기관이 조폭에게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씌우기 위해 조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조직범죄 사건은 초동 수사 때부터 용의자가 조폭인 것을 인지한 채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조폭 수사가 결국은 기획 수사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는 반대로 경찰 입장에서 평소 조폭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신원이 노출된 조폭들은 비정기적으로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조폭들이 매번 물리적인 폭력만을 동원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21세기형 조폭들은 본인들의 활동무대를 합법적인 영역으로 옮겨왔다.

2000년대 들어 조폭들은 건설, 금융, 증권,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영향력을 넓혀왔다. 이들 중 일부는 법인을 만들어 합법적인 주식회사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엔 조폭들이 수십명씩 떼를 지어 다니며 막무가내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면 요즘 조폭들은 조용히 등에 칼을 숨긴 채 전화 몇 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이제 '형님'이란 표현은 장례식에서만 쓰이며, 평소에는 '회장님'이란 호칭으로 대변된다. 이들의 범죄가 점차 '화이트칼라 범죄'의 성향을 띠면서 구속률 또한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속율 줄고
회장님 늘고

지난해 10월 한 언론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폭 구속율은 꾸준히 감소했는데 2008년 27.12%였던 구속율은 ▲2009년 23.55% ▲2010년 22.77% ▲2011년 18.02%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폭력조직의 전체 규모는 대동소이했는데  2008년 기준 221개 조직, 5413명이었던 조폭은 ▲2009년 223개(5450명) ▲2010년 216개(5438명) ▲2011년 220개(5451명) ▲2012년 217개(5348명)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시 말해 ▲폭력조직의 규모는 그대로지만 ▲검거율은 매년 낮아지면서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이 높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이와 동일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국정감사 자료에는 조폭 구속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포함됐다.


2003년 1191명이었던 구속자 수는 ▲2005년 879명 ▲2007년 667명 ▲2009년 604명 ▲2011년 416명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검찰 수사망에 오른 간부급 조폭은 매년 증가했다. 2003년 283명(147개)이던 '형님'은 ▲2005년 351명(185개) ▲2007년 366명(166개) ▲2009년 410명(177개) ▲2011년 421명(191개) 순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선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일부 경찰청은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중 경기청은 지난해 6월20일부터 8월12일까지 59일 동안 무려 1394명의 '골목조폭'을 검거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경기청은 검거한 조폭 중 161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 조폭에게는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상권이 크지 않은 골목을 중심으로 단속하다보니 '거물급 조폭'이 포획되지 않은 까닭이다. 경찰이 특별 관리하는 '거물급 조폭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 4월 이후 막을 올렸다.

검찰과 경쟁?
윗선 밝혀야

일각에서는 범서방파의 두목 고 김태촌씨가 사망한 후 김씨의 후계자로 불리는 사업가 나모(48)씨가 납치된 사건이 이번 '기획수사'의 도화선을 당겼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2월 '국제PJ파' 부두목 조모(54)씨 등은 나씨에게 살인청부 의뢰와 함께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나씨가 이를 거절하자 조씨 등은 나씨를 납치·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배경 하에 경찰은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수집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을 브리핑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최근 폭력조직 간 다툼이 잦고 신흥 폭력조직이 발호하는 등 조직폭력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집중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경찰의 집중단속 1호는 조폭들의 건설·대부업을 가장한 이권 개입, 그리고 폭력을 동원한 갈취 행위였다. 또 전통적으로 조폭들의 '돈줄'이었던 도박장, 게임장, 성매매 업소 등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이미 노후화된 과거 조폭세력보다는 신흥 조폭세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게 경찰이 세운 복안이었다.

비슷한 시기 검찰도 조폭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4월 대검찰청 강력부는 전국 9대 지방검찰청 조폭전담 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어 "조폭 척결에 전 수사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중점 단속 대상은 고리 대부·사채업을 하거나 불법 채권추심에 가담하는 조폭, 영세 상인들에게 자릿세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조폭, 사행성 게임기 공급 및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조폭 등이었다.

이는 검찰과 경찰이 각각 조폭을 겨냥한 대규모 기획수사를 예고한 격이었다. 이후 검찰은 지난 6월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 '신20세기파' 두목 홍모(39)씨 등 조직원 14명을 검거하며 수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경찰의 '2012 지역별 검거 현황'은 검경 간의 묘한 신경전을 암시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해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적용해 검거한 조폭 수는 경기청이 336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청은 98명, 인천청은 84명이었다. 이중 경기와 인천은 일선 수사력이 가장 센 곳으로 꼽힌다.

이어 울산청은 73명 광주청은 70명이었고, 뒤를 이어 ▲전남청 50명 ▲전북청 41명  ▲경남청 36명 ▲제주청 22명 ▲충북청 17명 ▲서울청 14명 ▲대구청 2명 순을 기록했다. 부산청과 강원청, 대전청은 공식 기록이 없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