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핏줄' 동양-오리온 이상기류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0: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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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최후의 선택…담철곤 위험한 딜레마

[일요시사=경제1팀] 자금난에 몰린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이 오리온 담철곤 회장에게 SOS를 쳤다. 동서지간인 두 사람은 서울 성북동에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사촌. 동양과 오리온은 계열분리 전 하나의 기업이었다는 깊은 인연도 있다. 관심은 담 회장이 과연 팔을 걷어 부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재계 30위권인 동양그룹. 주력 계열사인 레미콘 등 건자재 부문이 건설경기 불황에 적자 폭이 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장 기업어음(CP) 상환을 앞두고 ‘10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금융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양시멘트ㆍ동양증권ㆍ동양파워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발행한 CP는 총 1조1100억원 수준으로,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줄줄이 만기가 돌아온다.

그간은 만기가 돌아오면 동양증권이 CP나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빚을 갚아 왔다.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CP도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7∼8%의 고금리로 개인투자자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 도와줘

하지만 ‘계열사 채권을 계열 증권사 창구를 통해 판매할 수 없다’는 금융투자업법 개정이 올 10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동양증권은 더 이상 계열사 CP를 일반 투자자에게 팔 수 없게 된다.

다른 증권사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이지만,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이미 크게 떨어져 동양증권 외에는 취급이 힘든 형편이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궁지에 몰린 동양그룹은 계열사 보유 자산들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최대 1조원 가량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동양그룹의 신용등급이 낮아 독자발행은 힘든 상황이다. 결국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그의 부인이 보유한 오리온주식(각각 12.91%, 14.49%)을 담보로 신용을 보강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리온그룹이 신용보증을 해준다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하는 등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이후 동양매직 등 계열사 매각을 성사시키면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동양그룹은 동양파워 일부 지분(5000억원)과 동양매직(2500억원) 등의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현 회장을 만나 “개인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 등을 통해 만기 도래하는 CP 상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현 회장도 오리온의 지원 없이는 ABS발행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보고, 담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이른 아침 담 회장 자택에서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사위들이다. 이 창업주는 생전 두 딸을 두었는데 장녀가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둘째 딸이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이다. 일종의 ‘자매 그룹’인 셈. 창업주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도 담 회장 부부에게 동양그룹을 지원해줄 것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너몰린 현 회장 결국 담 회장에 ‘SOS’
이럴수도 저럴수도…돕자니 경영권 위험

하지만 담 회장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너가의 일원이 총수로 있는 그룹은 맞지만 오리온은 지난 2001년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 했고 사실상 남과 다름없다. 더욱이 지난해 지분관계도 완벽하게 정리된 터라 지원을 해주고 말고 할 처지도 아니다.

오리온도 곳간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성사 가능성은 두고봐야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올 상반기 말 계열사를 포함한 오리온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2조8129억원이고, 이 가운데 유동자산은 1조168억원으로 분석됐다. 이 중 보유현금과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만 놓고 본다면 400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오리온은 현재 국내 제과부분 신규라인 강화 등 여기저기 돈 쓸 곳이 많다. 중국시장 판매확대를 위한 선양공장 신축을 진행 중인데, 내년까지 총 1억달러가 소요된다.

실탄이 충분치 않은 오리온이 동양그룹 지원에 나선다고 가정할 경우, 외부차입금을 늘려야 하는 구조라 두 그룹이 동반부실화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만일 향후 동양그룹이 기초자산으로 맡긴 계열사 자산 등의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 ABS 등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맡긴 주식을 팔아 대지급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발생 할 수도 있다.

YES? NO?

이 외에도 담 회장이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터라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오리온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지원이 아닌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개인 지분을 바탕으로 한 신용도 보강 요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담 회장이 현 회장의 부탁을 아예 뿌리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간 오너 일가가 동양을 지원해 준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창업주 부인인 이 이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을 동양에 무상 대여했고, 동양은 이를 바탕으로 1600억원을 확보했다. 이 여사가 동양그룹을 살리기 위해 뛰고 있고 동서 간이면서 이웃사촌인 것이 현재 두 회장의 관계다. 동양그룹의 미래에 담 회장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양-오리온 관계는?

동양그룹은 국내 재벌가에서 최초로 사위가 승계한 그룹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고 이양구 창업주의 맏사위 현 회장은 동양그룹을, 둘째 사위 담 회장은 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오리온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고 이양구 창업주가 슬하에 딸만 둔 탓이다. 북한에서 홀로 월남해 가족이 단출한 이 창업주는 6·25전쟁통에 만난 교사출신 이관희씨와 사이에서 혜경-화경 딸만 둘을 뒀다. 장녀 혜경씨는 1976년 현 회장과 결혼했다. 고려대 초대총장을 역임하고 6·25전쟁 때 납북된 현상윤 박사가 그의 조부다. 현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대학 3학년 때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77년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다 혜경씨와 결혼, 경영수업을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갔다온 뒤 곧바로 동양시멘트 이사로 경영에 참여했다.

차녀 화경씨는 1980년 담 회장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온 화교 집안 출신인 담 회장은 서울외국인학교를 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그의 부친은 한의사였다. 담 회장은 외국인학교 재학 시절 화경씨를 만나 10년 열애 끝에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1981년 동양제과에서 일을 시작했다. 혜경씨와 화경씨는 일찍이 경영에 참여했지만 ‘대권’은 두 사위인 현 회장과 담 회장에게 돌아갔다. 이 창업자는 생전에 사위들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혹독한 경영수업을 시켰다. 


현 회장은 외환위기로 심각한 부채에 시달릴 당시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져 회사를 안정시켰고 담 회장은 식품과 유통사업에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군을 확대시키며 저돌적인 경영수완을 발휘해 이 창업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989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이후 동양의 경영권은 가족 간 협의를 통해 맏사위인 현 회장이 승계했고, 둘째 사위인 담 회장은 오리온을 맡았다. 두 사위는 10여 년 동안 두 그룹을 한지붕 아래에서 이끌다가 2001년 각자의 길을 떠났다. 분가 이후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은 나름대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독자행보를 걸었지만, 예전의 화려했던 영광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다. 담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현 회장은 채무상환압박에 그룹 골간이 흔들리고 있다. 난국을 맞이하고 있는 동양가의 위기탈출 해법이 주목된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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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