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14탄] LIG손해보험 ‘행복한 인생스타 플랜’

‘하나로 묶어 크게 보장’ 믿어도 될까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보험업계가 바쁘다. 민영 의료보험의 의료비 보장한도를 100%에서 90%로 축소하는 방안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8월부터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형 개인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낮추고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개인의료보험 개선안’을 발표했다.
실손형 의료보험이란 개인이 병원이나 약국에서 부담한 비용(손실)을 보상해주는 민영 의료보험이다. 금융위의 개선안에 따르면 입원과 치료비의 경우 현재 100% 가능한 보장한도가 90%로 축소된다. 보험가입자가 10%를 부담해야 되는 것.

보장한도 100%→90%
약제비 부담도 늘어

단 연간 본인이 실제 부담하는 금액이 200만원을 초과하는 분에 대해선 종전과 같이 전액 보장된다. 결국 200만원 이하 의료비(입원)의 본인부담금을 100% 보장받으려면 7월 말까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현행처럼 실손 의료보험이 의료비(입원)의 본인부담금을 100% 보장할 경우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장 축소 이유를 밝혔다.

보험의료비 보장 축소법 시행 앞두고 가입자 몰려
“때는 이때” 보험사 계약자 유치 혈안 ‘상품 홍수’

경미한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외래 환자들의 외래 및 약제비 본인부담금도 늘어난다. 지금까지 외래와 약제비는 방문 회당 5000원∼1만원 내에서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부담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에 따라 외래 진료는 병원 방문 때마다 의원은 1만원, 병원은 1만5000원, 종합병원은 2만원 이하까지 보험가입자가 부담하게 됐다. 약제비도 8000원까지 환자가 부담하도록 변경됐다.

이 같은 금융위의 결정으로 개정안 실효 전 실손 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보험사들도 ‘때는 이때다’는 식으로 계약자 유치에 혈안이다. 앞다퉈 다양한 실손 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경쟁적으로 보장한도를 높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이런 와중에 보험 하나로 질병은 물론 사망, 상해 등 여러 위험을 한 번에 보장받을 수 있는 통합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5가지 보험을 하나로 묶어 보장해 준다는 LIG손해보험의 ‘행복한인생 스타플랜’상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합보험이란 말 그대로 각종 보장 내용을 한데 묶은 보험 상품을 말한다. 그동안 통합보험은 손해보험사들만 판매했지만, 손·생보사 간 교차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생명보험사들도 속속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통합보험은 여러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 그만큼 관리가 편하다. 특히 보험사들은 일반 보험에 비해 통합보험 보험료가 20∼30% 싸다고 설명한다. LIG손보의 ‘행복한인생 스타플랜’도 마찬가지다.

LIG손보 측은 “더 이상 따로따로 보험에 가입해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며 “질병의료실비, 상해보험, 암보험, CI(치명적 질병)보험, 일상생활배상책임 등 5가지 보험을 하나로 통합한 이 상품이 저렴하고 합리적인 보험료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8월부터 시행되는 보험업 규정 개정 이후엔 절대로 볼 수 없는 보장 혜택”이란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LIG손보가 각 항목마다 ‘큰 보장’이라고 내세운 ‘행복한인생 스타플랜’의 매력은 이렇다. 우선 당뇨병, 관절염, 심장병, 혈관질환 등의 질병입원 병원비를 1억원까지 보장한다. 눈병, 위염, 감기 등 사소한 질병통원비도 하루 30만원까지 반복 보장이 가능하다.

35세 남성 월보험료  
통합보험 5만5110원
기존보험 4만6699원

또 발목을 삐는 등 살짝 다치기만 해도 상해의료비를 1000만원까지 보장한다. 대중교통으로 크게 다쳐 80%이상 후유장해 땐 병원비는 실비로 1000만원, 후유장해 보험금을 4억원까지 지급한다. 따로 돈 내고도 가입하는 암보험을 질병의료실비에 진단금까지 2중으로 보장하는가 하면 암 진단금은 최초 1회 1000만원까지 지급하고 질병입원 병원비를 1억원까지 보장한다.
여기에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도 진단금을 1000만원씩(1년 미만시 500만원) 일시에 지급하고 질병입원 병원비는 1억원까지 준다. 마지막으로 실수로 남을 다치게 하거나 남의 물건을 망가트려도 1억원까지 물어준다.

지만 전문가들은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통합보험에 가입하면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무조건 싸다고 무턱대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라는 것.
우선 통합보험 가입시 불필요한 중복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를 실손 보장해주는 보험에 이미 가입해 있다면 통합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치료비를 중복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

5가지 혜택 모아
1000만∼4억 보장

통합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기존 보험을 정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셈이다. 보험은 대부분 중도 해약하면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보험료 산출 항목을 조목조목 짚어봐야 한다.
보험소비자협회(보소협) 측은 “보험사들은 통합보험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높은 보장을 받는다고 선전하지만 더 많은 혜택을 보장받기 위해선 추가보험료를 내고 별도의 특약에 가입해야 하는 등 사실상 일반 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저렴하다’는 기준이 없을 뿐더러 통합보험이라 해도 보험료는 설계에 따라,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쇼핑 등을 통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15세부터 60세까지 가입 가능한 ‘행복한인생 스타플랜’의 보험료는 35세 남자(상해급수 1급·30년납·100세 만기) 기준 월 5만5110원이다. 언뜻 보기엔 꽉 찬 보장에 비해 싼 가격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보장 내용과 조건들로 구성된 기존 의료실비형 보험료와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같은 보험사인 LIG손보의 의료실비형 모 상품에 역시 동일 조건에서 35세 남자(상해급수 1급·30년납·100세 만기) 보험료를 의뢰한 결과 월 4만6699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질병입원 병원비(1억원까지 보장)와 질병통원비(1일 30만원까지) 6017원 ▲상해의료비(1000만원까지) 3107원 ▲암진단비(1000만원까지) 8920원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진단금(1000만원까지) 6190원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364원 등이다.
여기에 기본계약료 3330원과 적립보험료 1만8771원이 포함된다. 결국 통합보험료보다 일반보험료가 싸다는 계산이다.

보험사 측은 각 항목별 혜택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이다. 특히 납입보험료를 나중에 되돌려 주는 환급금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고 반박했다.
LIG손보 관계자는 “통합보험과 일반실비형 보험의 구성이 다른데 어떻게 금액을 비교할 수 있냐”며 “가장 큰 차이가 환급금 부분에서 나는데 통합보험은 99% 이상 환급 해주는 이유로 보험료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의 말대로 ‘행복한인생 스타플랜’은 만기시 납입보험료의 99%를 환급해 준다. 단 적용이율 및 갱신보험료 변동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실상 일반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환급율이 높을수록 적립보험료가 늘어나 전체적인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보험료 총액을 올리기 위해 마이너스 부분을 적립보험료로 채우는 ‘꼼수’로 소비자를 농락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거의 100% 보험료를 되돌려 준다’는 조건에 현혹되기 일쑤다.

하지만 환급금에도 ‘함정’이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 만기 시점의 화폐 가치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기 기간이 길수록 소비자 입장에선 화폐가치 하락에 따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보험 계약 전 가입설계서의 해약환급금 예시표와 물가상승률을 꼼꼼히 비교 확인한 뒤 만기 당시의 가치를 살펴봐야 한다”며 “의미 없는 만기 환급율만 보고 섣불리 계약했다간 적립보험료로 인한 지출만 늘기 때문에 적립보험료를 최소화해 부담을 줄이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보험 설계사가 상품을 설명하면서 “화폐가치의 추락을 염두에 두라”고 덧붙이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비자도 당장 눈앞에 ‘억대’의 돈만 아른거려 10년 후, 20년 후 물가 인상분의 비교를 놓치기 쉽다.
보소협에 따르면 1987년과 2007년 물가는 △담배 4.2배(600원→2500원) △시내버스 6.4배(140원→900원) △자장면 5.6배(600원→3500원) △라면 8.0배(100원→800원) 등으로 평균 6배나 증가했다.

20년 전엔 2000만원으로 번듯한 집을 살 수 있었지만, 현재 이 정도의 돈은 겨우 자동차 1대 값에 불과하다. 결국 지금의 1억원이 커 보일 수 있어도 20년, 30년 뒤엔 자동차 1대 값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김미숙 보소협 회장은 “통합보험은 과거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과자선물세트와 같은데, 먹고 싶지 않은 과자까지 떠안아야 하는 점에서 통합보험과 다를 바 없다”며 “보험사마다, 상품마다 혜택과 보험료 등이 각양각색인 만큼 자신의 또는 가족의 몸에 딱 맞는 옷을 고른다는 자세로 세심하고 정교한 체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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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