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스토리> ‘M-C 전파무기’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5: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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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머리를 조종합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마리오네트’는 몸통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위에서 조정해 연출하는 인형을 뜻한다. 이 꼭두각시 인형은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만약 이러한 인형극이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로부터 조종당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그림자 정부가 최첨단 전파무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가해자들은 집단스토킹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불가능하다. 자신의 몸에 칩이 박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미스터리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인드컨트롤
진실은 무엇인가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전파무기는 최첨단 성능으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전파무기는 원거리 공격도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마인드컨트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끼리 함께 연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박모씨는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로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방방곡곡 뛰어 다니며 이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씨는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이며 무직 상태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마인드컨트롤 집단스토킹’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단스토킹 가해자들은 주로 20대 후반의 청년들이라고 한다. 박씨는 이들의 정체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정부나 국정원을 지목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이단종교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간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몸에 나노칩 삽입해 일상 감시·조종 주장
고의 집단스토킹 공격 시달린다는 사람도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박씨는 “일요일 오후 2시가 되면 항상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며 “그리고 그들은 내 방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외출 시 누군가 자신을 째려보며 따라온다는 것. 이렇게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집단적으로 스토킹하는 세력이 있다고 했다. 모든 주변인이 적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경계의 눈초리를 뗄 수 없다. 이런 박씨를 ‘피해망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박씨는 본인의 우울증세는 인정하지만 과대망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병원 진단 결과 ‘초기 우울증’ 증세가 나왔다.

보통 가족들은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무시한다. 몇몇 피해자들은 가족들로 인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했다. 이렇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는 자체가 그들의 계략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 중에는 실제로 과대망상 환자가 있다고 전해진다.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온·오프라인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피해자들 간에 분란이 생겼다.

박씨는 피해자 커뮤니티에 대해 “각자 겪은 피해 내용이 다르다 보니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저 사람은 위장 피해자라는 식으로 서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 모임 안에 프락치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들은 가해자 집단과 손잡고 피해자인 척 접근해 우리를 공격한다”고 속 터지는 내부사정을 밝혔다.


새장에 갇힌 신세…
이게 바로 트루먼쇼?

박씨는 마인드컨트롤의 가해자가 정부기관 및 종교단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 피해자들 대부분은 ‘그림자 정부’가 그 배후라고 주장한다. 그림자 정부는 일명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으로 불리는 비밀조직을 뜻한다.

기자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의 피해자이자 이들의 멘토인 이모씨가 있는 안산의 한 요양원에 찾아갔다. 한 때 목사였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는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와 집단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마인드컨트롤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상담도 해주고 있다. 이씨는 “마인드컨트롤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노력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집단은 튼튼한 조직과 자본이 있고 최첨단 마인드컨트롤 기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 위치 및 건강상태를 손바닥 안에서 보고 있다”며 “심지어 피해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독 안에 든 쥐’라는 것이다.

이씨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휴대폰도 마인드컨트롤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한다. 전원을 끄지 않는 이상 모든 대화내용이 가해자 집단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가해자는 누구일까.

이씨는 “지금은 정확히 그 주체를 단정지을 수 없다”며 “지금 기자와의 대화도 도청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내부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았다. 문이 열려있으면 그 사이로 대화 내용이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원거리에 있는 음성도 최첨단 마인드컨트롤 기계로 분류시키고 쪼개서 도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는 타깃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 등 다양한 크기로 나뉜다.

인공환청으로 생활 불가능
의학적으론 과대망상 환자

이씨는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하루하루 한계에 부딪힌다”고 말하며 “피해자 규모는 우리의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마인드컨트롤 조종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씨는 피해자 모임의 또 다른 박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씨는 자신이 부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인드컨트롤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면 본인이 부대통령이 된다는 것이다. 박씨는 대통령이 자신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이렇듯 피해자 모임은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중단한 상태다.

이씨는 가해자 집단이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루미나티와 프리메이슨, 예수회로 추측할 뿐. 이들이 마인드컨트롤 프로젝트를 계획한 실체라는 것이다. <그림자 정부>는 음모론자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힌다. 이 책의 저자 이리유카바 최씨는 한때 피해자들과 만나 많은 조언을 해줬었다고 한다.


이씨에 의하면 일루미나티와 프리메이슨이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를 운용하고 있다. 그림자정부는 인류를 노예화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계획 중 하나가 바로 마인드컨트롤이다. 이씨는 “우리의 잠재의식을 지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또한 이씨는 각 종교 지도자 중 프리메이슨이 있다고 믿는다. 이들의 목적은 ‘종교통합’이라는 것.

현재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대학도 이들에 의해 변질되어 자유주의, 인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은 신흥종교, 즉 신천지, 통일교 등을 통해 종교통합에 앞장서고 있고 개신교 탄압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도 마인드컨트롤에 걸렸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신천지 이만희도 마인드컨트롤에 걸렸다”며 “한 사람의 정체성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마인드컨트롤과 집단스토킹이 무서운 이유는 인공환청으로 예언을 들려주고 그 예언에 맞는 상황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인공환청으로 인한 예언 때문에 피해자는 공황상태에 빠지고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정신병력’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씨는 해외에도 피해자들이 많다고 했다. 미국,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정부 위에 군림하는 그림자 정부가 인류를 노예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왜 약자들에게만 접근할까?

기자의 의문에 이씨는 “임상실험”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모든 약품은 시중에 판매되기 전에 동물에게 실험한다. 그리고 지원자를 모집해 임상실험을 거친다. 이처럼 인류 노예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임상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나노칩을 이식해 마인드컨트롤 전파무기, 집단 스토킹 등으로 실험한다는 주장이다.

마인드컨트롤 피해자들은 그림자 정부의 실험용 쥐다. 현재는 실험의 정확도가 높아진 편이라고 한다.

이씨에 따르면 마인드컨트롤 실험은 ‘ABCDE…’유형별로 나뉜다. A형 피해자와 B형 피해자의 피해 내용이 다르다는 것. 이 자체가 그들의 계략이라고 말한다. 마인드컨트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바로 위장 피해자로 찍힌다.

믿기 힘들지만…
고통받는 소수자

이씨는 박사과정을 수료할 정도로 열심히 연구했던 목회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과정 당시 처음으로 일루미나티와 프리메이슨에 대해 접했다. 그도 처음엔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반신반의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들을 하나, 둘 취합하면서 점점 생각이 달라졌다.

대화 도중 이씨는 머리를 살짝 흔들며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자꾸 다음에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이것도 마인드컨트롤 무기의 영향이다”고 말했다. 그들이 이씨의 뇌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처럼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24시간 365일 모니터링 한다. 그림자 정부는 실험군에 속한 피해자 개개인의 모든 것을 수치화한다. 실험대상의 상태에 따라 공격 방법이 달라진다. 이씨는 “성적인 오르가즘이 제일 중요하다”며 “성적 모욕이나 수치심을 인공환청을 통해 전달한다”고 전했다. 결국 패배주의에 빠져 피폐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어떻게 조종하는 걸까. 피해자들의 몸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이씨는 “베리칩보다 작은 나노칩이 삽입돼 있다”며 “가해자들이 공기압으로 쐈거나, 길거리에서 부딪히는 척 하면서 삽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수증기 형태로 뿌려서 삽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몸에 나노칩이 삽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공환청이 들리기 때문에 확신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들이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커뮤니티 형성해 서로 정보교환
“아무리 설명해도 정신병자 취급”

이씨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이씨의 음성을 몰래 녹음해 그 인공환청을 주변 사람들에게 퍼트린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 통화로 욕을 하지도 않았는데 지인이 화내는 경우라고 한다. 즉 가해자가 미리 녹음해 둔 음성을 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환청 때문에 인간관계가 악화돼 사회에서 고립된다는 것이다.

“내 일이 틀어지고, 상대방이 이유없이 나를 적대시 하는 경우, 대부분이 인공환청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 증거라고 내놓을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해자 중에서는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고소장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말도 중구난방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씨는 피해자 간의 연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몇몇 피해자들로부터  ‘프락치’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 또한 마인드컨트롤의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과거에 이유없이 따귀를 맞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마인드컨트롤을 의심했다. 이후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집단스토킹을 확신했다. 또 한 번은 지하철 공익요원이 자신을 째려보고 미행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왜 따라 오냐”며 화를 냈지만 공익은 중얼거리면서 도망가기 바빴다고 했다.

그때 공익요원이 갖고 있던 무전기가 자신을 감시하는 마인드컨트롤 무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씨는 “내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나”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가족들과 4년째 별거 중이다. 가족들은 이씨의 이러한 주장을 믿지 않는다. 자식들은 이씨를 피해망상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밀결사대 ‘프리메이슨’ 실체
“권력 막후서 조종?”

주로 음모론의 소재로 영화나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현존하는 최고 최대의 비밀 결사 단체가 있다. 바로 프리메이슨이다. 이른바 권력 뒤에서 그 권력을 배후 조종하는 그림자단체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은 국내에서는 댄 브라운의 소설과 영화 ‘다빈치 코드’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프리메이슨 측이 젊은 남녀 회원들을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메이슨 영국 지부 대변인 줄리앙 리스는 “18∼25세 사이의 젊은 남녀들을 대상으로 프리메이슨 회원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프리메이슨 측의 이같은 계획은 조직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림자 세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음모 조직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프리메이슨은 이에 더해 나이 많은 백인 신사가 그 주체로 묘사되어 있다.

현재 젊은 회원 모집 중

대변인 리스는 “나이많은 백인 할아버지 이미지는 조직에 있어서 큰 문제” 라면서 “30살 미만의 젊은 회원들이 조직 내에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격 조건은 성,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면서 “SNS 사용에 능하면서 교육적, 직업적 성취가 있는 젊은이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리메이슨은 1717년 영국 런던에서 엘리트 남성 사교클럽으로 만들어진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회원으로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벤저민 프랭클린, 이탈리아 통일의 아버지 주세페 가리발디, 작곡가 하이든, 모차르트, 작가 볼테르, 괴테 등이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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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