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OCI 파문’ 의문 <7>

사주일가는 예고편…‘본게임 따로 있다!’

금감원, OCI일가 주식 불공정거래 검찰에 수사 통보
대규모 투자사업 교묘히 맞물려 집중매수 정황 포착


OCI그룹 사주 일가가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수영 회장의 아들 등이 회사의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통보했다. 하지만 검찰이 움직이기 전부터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압설, 축소설, 로비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것.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인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의혹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의문1>
[OCI는 어떤 회사?]

OCI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다. 완전한 ‘그룹’형태를 띠고 있다는 얘기다. OCI는 1959년 동양화학공업으로 설립, 2001년 5월 제철화학을 인수·합병(M&A)하면서 동양제철화학으로 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지난 3월 다시 OCI로 사명을 교체했다.
회사 측은 “철강회사란 기존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차원에서 사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재 불스원, 유니드, 유니온 등 1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무기화학, 석유·석탄화학, 정밀화학 분야를 비롯해 최근엔 태양광 발전산업의 핵심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을 미래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과탄산소다 생산량 세계 2위, 핏치·소다회 생산량 각각 세계 3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1197억원, 직원은 2200여 명이다.

OCI의 최대주주는 2004년부터 경제 5단체 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수영 회장이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12.46%이며, 이 회장 동생인 이복영 삼광유리공업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각각 6.33%, 6.43%를 보유하는 등 친인척 지분율이 모두 30%가 넘는다.

<의문2>
[수사 대상과 혐의?]

이 회장 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는 주식 불공정거래다. 이 회장의 아들 등이 회사의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통보’했다.

우선 이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OCI 총괄사업 부사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2005년 OCI에 입사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이 부사장은 2006∼2008년 태양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수출 관련 공급계약을 발표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 거액의 단기 시세차익을 챙긴(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2006년까지 주당 3∼4만원대에 머물던 OCI의 주가는 2007년 폴리실리콘 계약 시점부터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5월 44만원대로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수천억∼수조원대의 대규모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잇달아 체결되면서 주가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것. 현재 OCI의 주가는 21만원대다.
이 부사장을 비롯해 이 회장의 자녀와 동생 등 일부 친인척들도 이 부사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폴리실리콘 사업 시기와 교묘히 맞물려 주식을 매수한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다.

<의문3>
[집중 매입 시점?]

이 부사장의 주식 매집이 시작된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수차례에 걸쳐 계약 전후 집중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6월28일 OCI가 폴리실리콘 사업에 2500억원 투자 결정을 하기 두 달 전인 4월3일 이 부사장은 2790주를 장내매수했다. OCI는 예정대로 7월11일 2368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부사장은 또 2006년 12월27일∼28일 7000주를 사들였는데 2007년 2월1일 1146억원, 4월18일 1933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이뤄졌다. 이어 이 부사장은 2007년 4월23일 1195주를 장내매수한 데 이어 그해 11월13일∼21일까지 총 4105주를 사들였다.
이 회장의 아들 우정씨와 지현씨도 11월16일 각각 3515주, 1266주를 매수했다. OCI는 그로부터 보름 정도 지난 11월30일 3761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우정씨는 지난해 6월17일에도 280주를 장내매수했는데, OCI는 같은 달 24일 1조1400억원 상당의 폴리실리콘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곧바로 7월4일 2650억원, 7월8일 8332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7월10일 6713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 체결 공시가 나오기 하루 전인 9일과 당일(10일) 이틀에 걸쳐 3493주를 장내매수하기도 했다.

이씨는 잇단 주식 취득으로 지분율이 2005년 초 0.92%에서 현재 1.03%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회사 정보에 접근이 쉬운 특수관계인들이 호재성 소스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적이 없어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정황은 불분명하다. 여기에 OCI의 계약이 어느 한 시점에 몰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는 점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 판단도 쉽지 않다.

<의문4>
[이수영 회장 연루?]

일부 언론은 이 회장도 수사통보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미공개 정보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금감원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이 회장이 주식 불공정거래로 검찰 수사통보 대상에 포함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OCI그룹도 강력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 해명자료를 내고 “이 회장이 OCI 주식을 불공정 거래한 혐의로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통보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OCI는 “이 회장은 OCI 주식 거래와 관련해 금감원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고, 검찰에 수사 통보된 바도 없다”며 “부당한 음해에 대해 법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다만 OCI 측은 이 부사장의 혐의에 대해선 “현재 확인 중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외압설, 축소설, 로비설…’
각종 의혹 정치권 비화 조짐


실제 2006∼2008년 이 회장 본인 명의의 주식거래가 거의 없을 뿐더러 의심을 살 만한 주식거래 내역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선 비록 이 회장이 직접 불공정 거래를 하진 않았어도 아들 등 친인척이 주식을 사들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이 이번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도 사건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문5>
[또 다른 연루자?]

금감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 일가와 함께 5∼6명에서 많게는 10여 명 안팎의 인사들을 검찰에 수사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시 혐의는 불공정거래다. 그 대상엔 중앙 유력언론사 대표 김모씨, 김모 OCI 전 감사 등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씨는 2008년 1월25일 OCI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OCI의 주가는 20여 만원에 불과했다. OCI는 1주일 뒤인 1월31일 2306억원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4월 말까지 독일·일본·중국·대만·스페인의 11개 업체에 2조8884억원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런 호재로 2008년 5월 중순 OCI의 주식은 40여 만원으로 급등했다. 4개월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뛴 셈이다. 김씨는 일정기간이 지난 뒤 주식을 되팔아 수십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감사는 김씨에게 정보를 건넨 ‘브로커’ 역할을 한 인물로 추정된다. 그는 김씨와 먼 친인척 관계로 지난해 3월 OCI 감사에서 퇴임했다. 증권가에선 MB정부 핵심 인사의 자녀도 불공정거래에 연루됐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 등은 이와 관련 일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의문6>
[외압·로비설 실체?]

OCI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을 두고 금융권에선 여러 가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검찰에 수사통보했다. 금감원은 연초부터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를 담당하는 자본시장 조사2국을 중심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OCI 불공정거래 의혹을 집중 조사해 왔다.
하지만 금감원은 당초 ‘검찰고발’로 분류해 안건을 올렸으나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수사통보로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통보는 검찰고발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로, 정상참작 여지가 있거나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하고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을 때 내리는 결정이다.

금감원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그 수위가 낮아진 배경에 ‘뭔가 있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외압으로 인한 축소 의혹과 구명 로비 의혹 등이 불거진 것.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정치권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여권 실세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불공정거래 조사를 담당한 금감원 간부 등을 상대로 외압설과 로비설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사건뿐만 아니라 각종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며 “검찰 고발에서 통보로 바뀐 과정에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작용했다면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캐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01년부터 OCI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외압·로비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민주당은 천 회장과 주변인들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의문7>
[검찰 수사 나설까?]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OCI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에 각종 의혹이 따라붙은 만큼 수사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으로부터 사건 파일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금융조세조사1부에 배당했다. 금융조세조사1부는 8월 초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중대 범죄로 규정해 엄격하게 단속·처벌하고 있다. 혐의가 입증되면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먼저 내사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검찰고발은 검찰이 반드시 수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수사통보는 검찰이 일단 내사를 진행한 후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수사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수사통보의 경우 내사 뒤 사건이 종결되는 사례가 많다. 금감원이 그동안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수사통보한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적도 적지 않다. 더욱이 시세차익 혐의는 분명한 물증이 없으면 입증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낙마 여파로 검찰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 또한 수사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결국 범죄 사실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와 검찰의 수사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 OCI그룹 사주 일가와 연루자들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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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