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의 여름휴가 엿보기

나만의 방식대로 경영구상 몰두한다



“내 사전에 휴가란 없다”…김승연 조양호 박용현
휴가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허창수 강덕수 최태원

대기업 총수들은 과연 어떤 여름휴가를 보낼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림 같은 해외휴양지에서의 한가로운 여름밤을 보내지는 않을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각 그룹들이 휴가시즌을 맞이하자 자연스레 수장들의 여름휴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룹의 1인자인 만큼 뭔가 특별한 계획이 있을 것이란 동경에서다. 돈 걱정도 없고 시간 걱정도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올여름 피서 계획은 어떤지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앞두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그룹 내 고위 임원부터 신입들까지 전 직원들이 휴가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자연스레 지난 1년간 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어 온 그룹 총수들의 휴가 계획도 궁금해진다. 특별한 사람인 만큼 특별한 휴가를 보낼 것이란 기대감 탓이다.

하지만 정작 총수들에게 멋진 휴양지에서 보내는 특별한 휴가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예 휴가 갈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행여 짬이 생기더라도 출장을 휴가 대용으로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 일이 태산인데
피서는 무슨…

실제 상당수의 재벌 총수들이 올여름 휴가계획을 ‘별도로’ 세워 놓지 않고 않다. 대부분 휴가를 포기하고 하반기 경영구상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의 여파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까닭이다.

수년째 휴가와 담을 쌓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도 별다른 휴가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올여름 휴가를 반납하는 대신 대우조선해양 이행보증금 소송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한화석유화학 등 한화컨소시엄이 산업은행과 캠코를 상대로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관련 사항을 점검하는 데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휴가를 가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8월에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를 맞아 특별수송체제에 들어가는 관계로 경영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역시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매년 휴가 때마다 모친이 있는 전남 광주를 찾았지만 올해 계획은 불투명한 상태다. 그룹 유동성 확보를 위한 시한이 7월말까지 1개월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 마련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총수들 중에서 가장 바쁜 여름을 보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휴가계획이 없는 것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특별히 휴가를 내어 쉬어 본 기억이 없다.

올여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과거처럼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에 매진하다 신입사원 연수에 참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현대·기아차 신입사원 하계수련회에 참석해 ‘현장경영자’로서의 위상을 뽐냈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움직임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삼성 내 그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다는 평가다. 이 전 회장은 사퇴하고 맞는 첫해지만 아직 별다른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직시절에도 이 전 회장에게 있어 휴가란 평소 스타일대로 집에서 보내는 게 고작이다.

현장경영을 통한 해외출장길로 대신하기도 했지만 별도로 계획을 세워 즐기진 않는다. 자신의 사생활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탓이다. 삼성 본관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한 적이 거의 없는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가족과 휴식하며
하반기 도약 구상


따라서 이 전 회장은 집에서 휴식을 통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아직 특별한 휴가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기업 총수들이 휴가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7월말~8월초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할 계획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예년처럼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고 휴가 기간 일부는 출장에 사용하면서 해외 사업장을 챙길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환경이 급변한 점을 고려해 가족과 함께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위기극복과 하반기 경영 구상에 초점을 두고 여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대개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1주일 정도의 휴식과 재충전 기간을 가져왔다.



“별장 부럽지 않은 내 집이 최고”…‘방콕파’ 구본무
틈틈이 찾는 ‘아지트’ 있다…정몽구 신격호 김준기

별장 못지않은 자택을 자신의 ‘아지트’로 삼아 휴가를 보내는 총수도 있다. 소위 ‘방콕파’로 불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매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휴가를 보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5~7일간 쉬면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LG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면에서 선방했지만 하반기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느긋하게 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휴가기간 중 구상한 내용은 8월 혹은 9월쯤 경영지침 발표를 통해 실천에 옮겨지는 게 그간의 관행이다.

대부분의 총수들이 매년 휴가를 떠날 엄두도 못내는 게 현실이다 보니 틈틈이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이들도 있다.

여름휴가를 따로 챙기지 않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대신 여유 있을 때마다 경기도 광주의 퇴촌 별장을 찾는다. 별장이라곤 하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깨끗한 농가 수준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전언이다.

휴가 대신 틈틈이
‘비밀아지트’ 찾기도

퇴촌 별장엔 소나무가 많고 꽃과 새를 키울 수 있는 온실도 있다. 정 회장은 출장이 없는 주말이면 퇴촌으로 가 혼자서 몇 시간이고 산책을 하며 경영 구상을 한다. 정 회장은 비자금 사건 이후 부쩍 이곳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주로 찾는 아지트는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롯데별장’이다. 신 회장은 롯데별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연말연시와 명절 때 항상 이 별장에서 고향 인사들과 만나 담소를 나눈다. 매년 이곳에서 ‘귀향 잔치’를 베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별장 인근엔 신 회장의 생가도 잘 보존돼 있다. 그 주변엔 문수산이 있어 풍경이 일품이며 별장 옆 넓은 잔디와 호수는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정도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한가할 때면 고향인 강원도 동해시를 찾아 사업구상을 하곤 한다. 김 회장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에 있는 어머니 고 김숙자씨의 묘소 옆에도 별장을 지어놓고 수시로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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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