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동서남북 체험여행 ⓛ남해

‘한여름의 추억’ 농어촌 마을에 새겨볼까

보물섬 남해의 여름은 뜨겁고 풍요롭다. 지난해 전국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문항어촌체험마을은 다양한 체험활동과 그에 걸맞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체험활동이 조금씩 다르다. 여름 바다에서는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개막이, 조개 캐기, 쏙 잡이 등이 인기다. 갯벌생물을 관찰하거나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 길이 열리는 자연현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현장학습이 된다.


조개 캐고, 쏙 잡고, 맨손 고기잡이까지
자연 벗삼는 다양한 체험으로 알찬 방학

개막이 체험의 시작을 알리는 말과 함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갯벌로 내달린다. 개막이란 어촌에서 별다른 도구 없이 물고기를 잡는 일이다. 갯벌에 기둥을 박아 그물을 설치하고, 밀물이 가장 많이 들어왔을 때 그물을 올려 물고기를 가둔다. 물이 빠지면 갯벌에 남은 물고기를 주워 담으면 된다. 

올여름 휴가는 보물섬 남해로

체험은 물 높이가 어른들 무릎 정도일 때 시작한다.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갯벌에서 진흙이 올라와 물속이 보이지 않지만, 손으로 더듬다 보면 뭔가 잡힌다. 물고기 비늘이 미끄러우니 면장갑을 끼는 게 좋다. 엉금엉금 네 다리로 기는 사람, 몸을 최대한 낮추고 바닥을 더듬는 사람, 그물을 등지고 주저앉아 주변을 훑는 사람 등 물고기를 잡는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미끌미끌한 촉감에 놀라 소리 지르는 아이, 물고기를 잡고 환호성을 지르는 어른 등 반응도 제각각이다. 
물이 빠지면서 물고기 등이 살짝 보인다. 이때부터는 초등학생도 혼자서 너끈히 잡을 수 있다.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놀이만으로도 신이 난다. 요즘 잡히는 물고기는 숭어, 농어, 광어, 전어 등이다. 잡은 물고기를 동네 아낙들이 그 자리에서 손질해 소금까지 뿌려준다.
개막이 체험이 끝나면 조개 캐기와 쏙 잡이를 할 수 있다. 바닷물은 어느새 개막이 체험을 한 그물 뒤편으로 물러났다. 마을 앞바다에 있는 상장도, 하장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온전히 드러난다. 그 너른 갯벌이 온통 조개 캐기 체험장이다.
호미로 살살 파면 칼국수에 넣기 좋은 바지락이 나온다. 검은 갯벌을 30cm 정도 파면 아이 주먹만 한 우럭조개가 나온다. 속살이 두툼해 씹는 맛이 그만인 우럭조개는 깨끗이 손질해 조개탕을 끓이거나 미역국에 넣는다. 손질법은 체험이 끝나고 조개 씻는 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자세히 알려준다. 


갯가재를 닮은 쏙 잡이 체험에는 부녀회 할머니들이 도우미로 나선다. 갯벌을 삽으로 살짝 걷어내면 동그란 구멍이 뽕뽕 뚫린 게 보인다. 이 구멍에 된장 푼 물을 살살 끼얹은 다음 털이 달린 막대기를 넣고 아래위로 움직이면 쏙이 털을 꽉 잡는다. 쏙이 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천천히 들어 올린다. 쏙이 막대기를 집게로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비결. 이렇게 잡은 쏙은 튀겨 먹거나, 매운탕을 끓이거나, 쪄서 살을 발라 먹는다.


체험이 끝나고 장화와 호미, 바구니 등을 돌려줄 때면 손에는 청정 남해바다가 내어준 선물로 소쿠리가 묵직하다. 맨손으로 잡았을 때 퍼덕거리던 물고기, 갯벌에 꼭꼭 숨어 있던 조개, 시커먼 갯벌 위로 분주히 움직이던 작은 생물들…. 이곳에서 캔 것은 생명력 넘치는 남해 여름바다의 추억거리로 자리 잡는다. 


바다체험은 물때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 따라 체험이 불가능한 날도 있으니, 반드시 전화로 상담해야 한다. 개막이 체험은 전체 예약 인원이 100명 이상 돼야 가능하므로, 예약 인원이 충분한지도 알아봐야 한다. 장화, 면장갑 등 유료 대여물품을 가져가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1960~1970년대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며 조국의 경제발전에 한몫을 담당한 이들이 모국에 정착해 노후를 보낼 수 있게 조성한 곳이 독일마을이다. 물건항이 내려다보이는 경사지에 짙은 주황색 지붕과 하얀 벽면으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독일식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독일마을에 민박을 운영하는 집도 여러 군데다.


독일마을 언덕에 올라서면 또 다른 아름다운 마을이 시작된다. 원예 전문가들이 살면서 꾸민 원예예술촌이다. 16만5300㎡(5만 평) 대지에 정원을 낀 건물 21채가 들어섰다. 
집에 달린 정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숲과 공공정원으로 꾸몄는데 레인보우 가든, 레이디스 가든, 글래스 가든 등 테마별로 각기 다른 모습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과 아름다운 산책로 덕분에 방문객이 많다. 예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므로 두루 관람하려면 두 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독일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물건항에는 수령 300년 가까운 고목들로 가득한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있다. 해안을 따라 1.5km 가까이 이어진 숲에는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이팝나무, 푸조나무 등 활엽수가 주를 이룬다. 숲을 관통하는 나무 데크를 따라 시원한 그늘 속을 걸으며 물빛 파란 물건항을 감상해볼 것. 바닷가에는 굵직굵직한 몽돌이 깔렸고, 그 위에 바다 카약 체험에 쓰이는 카약들이 느긋하게 누워 볕을 쬔다. 


물건리 방조어부림에서 몇 발짝 옆으로 옮기면 도예, 알, 칠보, 황토 등 여러 가지 공예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해오름예술촌이다. 쪽빛 바다가 굽어보이는 언덕 위 폐교를 체험과 전시, 작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아이들이 놀았을 운동장에 푸른 잔디밭, 다양한 조각상과 꽃,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배객이 많았던 남해. 이름도 독특한 남해유배문학관은 그들이 남긴 문학작품과 유배 생활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포 김만중을 대표로 남구만, 이이명, 유의양, 김용에 관한 전시품이 보인다. 특히 유의양은 남해의 자연경관과 관습을 자세히 기록했다. 

생생한 현장에 아이들 신났네

국내외 탈과 관련 전문 서적을 모아놓은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에서는 지금 남해섬공연예술제(7월12일~8월17일)가 열리고 있다. 탈춤과 연극 등 예술 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이어진다. 


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활처럼 둥글게 휜 해안선, 하얗게 빛나는 백사장, 키 큰 소나무가 멋스러운 상주은모래비치는 남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앞에 떠 있는 돌섬과 나무섬이 큰 파도를 막아줘 물결이 잔잔하고, 바닥이 완만하게 깊어져 가족 피서객이 바다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수온이 높아서 해 질 녘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백사장 서쪽에는 바다 캠핑을 할 수 있는 야영장도 마련되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자연·생태 탐방 코스 : 문항어촌체험마을→원예예술촌→물건리 방조어부림→상주은모래비치 
자연·문화 탐방 코스 : 문항어촌체험마을→독일마을→해오름예술촌→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남해유배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상주은모래비치→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남해유배문학관→문항어촌체험마을(체험, 숙박) 
· 둘째 날 : 원예예술촌→독일마을→물건리 방조어부림→해오름예술촌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남해군 문화관광 http://tour.namhae.go.kr 
- 바다여행(어촌체험) www.seantour.com 
- 원예예술촌 055)867-470, www.housengarden.net 
- 해오름예술촌 055)867-0706, www.sunupart.co.kr 
-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055)864-7625, www.namhaemask.com
- 남해유배문학관 055)860-8888, http://yubae.namhae.go.kr 
- 상주은모래비치 055)863-3573, www.sangjubeach.co.kr 

문의 전화
- 남해군 문화관광과 055)860-8605 
- 문항어촌체험마을 055)863-478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1회(07:00~19:30) 운행,  4시간30분 소요. 
             부산-남해: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9회 운행(06:20~19:20), 2시간30분 소요. 
             남해읍에서 문항 경유하는 군내버스 하루 10여 차례(5:50~20:00) 운행.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2088-2635, www.busterminal.or.kr 
           - 부산서부버스터미널 1577-8301, www.busantr.com 
           - 남해시외버스터미널 055)863-5056 

자가운전 정보 
남해고속도로 하동 IC→섬진강대로→남해대교→노량삼거리 좌회전→문항어촌체험마을 

숙박 정보
- 마린원더스 남해리조트 : 남면 남서대로, 055)862-8880, 
  www.namhaeresort.com (굿스테이) 
- 힐튼남해골프&스파리조트 : 남면 남서대로1179번길, 055)860-0100, 
  www.hiltonnamhae.com 
- 남해유스호스텔 : 삼동면 동부대로, 055)867-4848, 
  www.nhustel.co.kr 
- 남해편백자연휴양림 : 삼동면 금암로, 055)867-7881, 
  www.huyang.go.kr 
- 문항어촌체험마을 민박, 다목적관 : 설천면 강진로206번길, 
  055)863-4787, www.seantour.com 

식당 정보
- 보물섬남해한우축협프라자 : 등심·불고기전골, 남해읍 스포츠로, 055)863-9292 
- 우리식당 : 멸치쌈밥,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055)867-0074 
- 어부림횟집 : 모둠회, 삼동면 동부대로1126번길, 055)867-3362 
- 남해자연맛집 : 멍게비빔밥, 남면 남면로, 055)863-0863 
- 상주바다횟집 : 생선회, 상주면 남해대로675번길, 055)863-5226 

축제와 행사 정보
- 남해섬공연예술제 : 2013년 7월12일~8월17일,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  
  www.namhaemask.com 
- 상주은모래비치 여름축제 : 2013년 8월2~4일, 상주은모래비치 백사장, 

주변 볼거리
남해대교,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 다랭이마을, 금산 보리암, 남해나비생태공원, 미조상록수림, 남해바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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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