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대한해운 매각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1: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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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따로 베팅 따로 ‘꼬인다 꼬여’

[일요시사=경제팀]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대한해운 인수·합병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선주협회가 들고 일어났다. 타깃은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이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 간 조건의 차등을 둬 불공정한 경쟁을 주도했다는 것인데 양측 주장이 상이해 매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선주협회가 대한해운 매각이 불공정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선주협회는 지난 12일 “대한해운의 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이 불공정한 잣대를 댔다”며 “대한해운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매각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고 삼일회계법인에도 책임을 추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잣대로 평가”

한국선주협회는 국내 외항 해운선사들의 모임이며 삼일회계법인은 대한해운 매각주관사다. 국내 4위 규모의 해운사였던 대한해운은 부실채권 증가, 영업적자 누적 등으로 자금수치가 급격히 악화돼 지난 2011년 1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냈다. 이후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회생계획안 인가까지는 갔으나 이후 지속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해운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 1월 첫 번째 매각 추진에 나섰으나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인 한앤컴퍼니와 투자계약 체결에 실패했다. 대한해운은 지난 5월 말 매각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 반년 만에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법정관리 상태인 대한해운은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절차를 진행했으며 대림코퍼레이션과 폴라리스쉬핑, SM(삼라마이다스)그룹 등이 입찰해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수석부장판사 이종석)는 전날 삼일회계법인이 우선협상대상자로 SM그룹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SM그룹은 주택건설 및 부동산 매매업을 기반으로 한 회사다.

입찰에 참여했던 폴라리스쉬핑과 대림코퍼레이션 측에 따르면 입찰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은 폴라리스쉬핑과 대림코퍼레이션의 회사채 문의에 대해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는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를 희석·훼손할 수 있으므로 인수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BW를 인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SM그룹의 입찰서는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를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았고 SM그룹이 일반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하여 해당 내용으로 최종 선정을 받았다는 것.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대한해운은 법원의 감독하에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BW는 사채권자에게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일정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일정수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BW의 장점은 투자자 측면에서는 ▲투자자 안정성과 수익성 동시 만족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획득 ▲투자 유동성 보장 등이 있으며 발행회사 측면에서는 ▲사채발행에 의한 자금조달 촉진 ▲낮은 표면이자율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절감 등이 있다.

CB는 회사채의 일종으로 일정기간 내에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환권 행사 시) 행사한 만큼 부채 절감으로 자본 증가 ▲부채비율 감소라는 장점이 있으며 회사 입장에서는 ▲원활한 투자자금 획득 ▲(전환권 행사 시) 원금회수 부담 감소의 효과를 얻게 된다.

SM그룹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선주협 불공정 특혜 의혹 제기
입찰참여 기업들 매각금지 소송

그러나 BW와 CB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두 특수사채를 이용 오너의 지분을 끌어올리거나 경영권 승계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것. 실제 199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SDS의 BW 워런트를 싸게 인수하면서 편법 증여 논란의 표적이 됐으며 이후 두산, 현대산업개발, 효성, 안랩 등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대한해운 매각에서는 인수 후보자가 BW나 CB를 통해 대한해운을 인수하면 향후 전환가격에 따라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반면 대한해운 입장에서는 주식가치가 떨어진다. 인수를 하는 입장에서는 일반회사채보다는 BW나 CB를 통해 인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대한해운 입찰 결과 SM그룹은 주식 인수 1650억원에 BW 인수 500억원의 가장 높은 입찰 가격을 제시했다. 폴라리스쉬핑과 대림코퍼레이션은 SM그룹과 같은 주식 인수 가격을 써냈으나 BW나 CB 대신 일반회사채 인수로 각각 475억원, 300억원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한국선주협회는 “당초 삼일회계법인은 인수 대상 채무를 일반회사채로 제한했지만 SM그룹은 일반회사채 대신 BW를 인수키로 입찰서를 냈다”며 “일반회사채 대신 BW 인수에 드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SM그룹이 제시한 인수 단가가 높아졌고 결국 SM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그간 피인수 기업에 대한 전문성이나 연관성 없이 법정관리나 은행관리에 놓였던 기업을 인수한 기업 또는 그룹이 동반부실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가 수없이 많았다”며 “오로지 채권회수를 위해 채권금액에 의해 좌우되는 심사시스템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대형화주들은 해운업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SM그룹이 대한해운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해운과 장기운송계약을 맞은 포스코나 한국가스공사 등이 SM그룹에 운송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회계법인 과실 공방

폴라리스쉬핑과 대림코퍼레이션은 입찰 과정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대한해운 매각금지 가처분 소송 등을 진행하는 동시에 삼일회계법인 측에도 과실에 따른 책임을 추궁할 계획이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커뮤니케이션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은 회생회사 입찰안내서상의 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진행했다”며 “이번 논란은 입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상호간 이해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회사채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이 잘못 안내해 인수후보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며 삼일회계법인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통상적인 인수·합병에서 BW나 CB를 입찰가격으로 제시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SM이 본계약을 체결할 땐 BW·CB를 회사채로 바꿔 입찰 가격을 새로 제출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SM그룹의 해운업 전문성 결여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대한해운 M&A 일지]

▲8월1일 폴라리스쉬핑·대림코퍼레이션, 삼일회계법인에 입찰 시 BW·CB 활용가능 여부 질의
      -삼일 “BW·CB 불가” 답변
▲8월2일 폴라리스쉬핑·대림코퍼에이션, 입찰 당시 일반회사채 인수 제안
      -SM그룹, CB 인수 제안
▲8월5일 삼일회계법인, 인수·합병 우협대상자에 SM그룹 내정
▲8월6일 삼일회계법인, 법원에 SM그룹 내정 사실 통보
8월7일 법원, SM그룹 우협대상자 내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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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