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정권 2인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0:03:05
  • 댓글 0개

저번엔 ‘왕차관’이번엔 ‘왕실장’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 대통령이 허태열 비서실장을 경질하고 공안검사 출신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새 실장에 기용했다. 과거 ‘7인회’의 ‘올드보이’가 청와대로 귀환한 것이다. 야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평이 엇갈려 ‘불통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인사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실장의 임명은 여러 비판이 나올 걸 감수하고 박 대통령이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김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등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인사 스타일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은 박정희정부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과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높이 평가하는 법조인 출신이기도 하다.

원조 친박의 귀환
내부 결속 다진다

지난 7일 교통방송에 출연한 박찬종 변호사는 김 비서실장을 두고 “아주 상관에 대해서 빈틈없이 깔끔하게 마음에 들도록 일을 대단히 잘 하는 사람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김기춘 실장을 임명해 놓으면 아마 굉장히 안심을 할 사람이다. 그러니까 김기춘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버지와 자신에 이어서 부녀 2대로 충성하고 그렇게 일을 잘 해 줄 것이다(라고 기대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 비서실장의 발탁 배경에는 허태열 전임 실장이 ‘비서’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반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정무 감각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며 “대통령의 뜻을 잘 파악하고 일머리를 잘 찾아 성과를 낼 수 있는 조건 두 가지를 모두 총족한다”며 “일을 꼼꼼히 해 주도적으로 챙기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즉 임기 첫해 하반기 수석들을 독려하고 장악해 성과를 낼 군기반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김 비서실장의 한 지인은 “김 실장이 실력 없는 사람, 얼렁뚱땅 넘어가는 사람을 아주 싫어해 대통령비서실이 ‘악 소리’가 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로켓으로 말하자면(박근혜 정부가) 2단계 추진이 됐는데 그만큼 안정감과 속도감을 내는 강력한 추진로켓이 돼달라”며 환영의 제스처를 취했다. 또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정치권 대선배시고, 많은 훌륭한 경륜을 갖춘 김기춘 실장님이 비서실장 된 것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이번 인선을 두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견이 쟁쟁하다. 새누리당 이상돈 전 비상대책위원은 “썩 좋은 구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무엇보다도 비서실장이 총리 위에 군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 6일 한 언론은 실제로 김기춘 실장와 정홍원 총리간의 지난 수십년 관계는 철저히 ‘수직적’이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철통보안 박근혜식 ‘깜짝인사’단행
총리보다 센 청와대 실세로 자리잡나

김 실장은 검사 재직시절부터 자신보다 다섯살 아래인 정 총리와 친했다. 게다가 두사람은 경남중 동문이다. 정 총리는 경남중학교를 졸업한 뒤 가정형편이 안 좋아 진주사범학교에 진학했다. 1987년 김 실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있을 때 정 총리는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이런 인연이 계기가 돼 김 실장이 정 총리를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추천했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기꺼이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에게 정 총리를 현 정부 초대 총리로 추천한 사람도 김 실장이란 소문이다.

이쯤 되면 김 비서실장은 단순한 비서직을 넘어선 ‘2인자’로 군림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사전에 ‘2인자’란 단어는 없다”는 말로 우려를 일축했다.

철통보안 속에 이뤄진 ‘깜짝인사’에 야당은 아연실색했다. 민주당은 한 목소리로 김 비서실장을 인선한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김 비서실장 선임 직후 브리핑을 갖고 “과거에 많은 공작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엄중한 정국 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1972년 검사 시절 유신헌법을 초안한 인물로 국회의원 시절에는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고, 92년에는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조장했던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도 주도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내부 효과는 뛰어나겠지만, 외부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기춘 실장 기용에 대해 “총리 인사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경륜을 갖춘 분이기 때문에 내부를 단속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정계를 은퇴한 지 제법 오래인 분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또 야당에서 굉장히 껄끄럽게 생각하는 몇 가지 부분에 다 연루돼 있는 분이라 외부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촌평했다.

올드보이의 부상
실세로 떠오르나

1939년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난 김 비서실장은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해 60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광주, 부산, 서울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으며 법무부장관까지 지냈다. 그리고 92년 12월 11일,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지역감정을 조장해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내용을 의논했던 ‘초원복집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92년 대선을 앞둔 12월 부산 ‘초원복집’에서 김기춘 당시 전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 모여서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영삼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김대중 민주당 후보 등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시키자는 등 관권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이 내용이 정주영을 후보로 낸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에 의해 도청돼 언론에 폭로됐다. 이 비밀회동에서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돼”와 같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이 나왔다.

정수장학생 출신…박정희부터 대이은 인연
친박 원로그룹 ‘7인회’멤버로 당선 공신

하지만 김영삼 후보 측은 이 사건을 음모라고 규정했고, 주류 언론은 관권선거의 부도덕성보다 주거침입에 의한 도청의 비열함을 더 부각시켜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다. 이 때문에 통일국민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김영삼 후보에 대한 영남 지지층이 결집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여세를 몰아 김영삼 후보는 1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비서실장은 오히려 이 사건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했다. 이후 김기춘법률사무소를 개소하여 변호사로 활동했다. ‘초원복집 사건’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낙선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15대, 16대,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3선을 하여 12년간 국회의원직을 수행했다.

공안정치 신호탄
과거로 회귀하나

이에 앞서 김 비서실장은 72년,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실무적으로 참여해 유신헌법 해설서 집필에도 참여했다. 초안에는 비상조치권 등이 포함됐고 이는 유신헌법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한 핵심 조항인 긴급조치권으로 현실화됐다. 지난 3월 유신헌법에 기반한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적극 관여했다는 점도 야권이 반발하는 대목이다. 김 비서실장은 200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러한 김 비서실장의 과거 행적을 두고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초원복집 사건이라는 것은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측면도 있고 또 부적절한 논의가 오고간 것은 사실인데 아시다시피 불법도청이 됐다”며 “그런데 그게 밝혀지고 나서 실제로 뭘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그런데 그 이후로 이분이 국회의원에 세 번 당선되고 그래서 어떤 정치적인 책임은 같이 졌다고 본다”며 “그때 그런 기조를 가지고 정치나 정책을 하지 않겠냐고 보는 것은 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안검사로서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냈다. 김 비서실장은 박정희정권 말기에 청와대 비서관도 지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김 비서실장을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으로,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캠프의 법률지원단장으로 각각 중용했다.

사실 박 대통령과 김 비서실장 사이에는 ‘정수장학회’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1962년 설립된 정수장학회에는 ‘정수 가족’으로 묶이는 두 개의 조직이 있다. 하나는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임인 ‘청오회’고, 다른 하나는 졸업생들의 모임인 ‘상청회’다. 청오회 회원이 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상청회 회원이 된다. 김 비서실장은 이 상청회 회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 6월 중순부터는 재단법인 ‘박정희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왔다.


지역감정 부추긴 ‘초원복집사건’당사자
야당 “공작정치 주도한 시대착오적 인사”

또한 친박 원로그룹 ‘7인회’의 멤버로 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7인회에는 강창희 국회의장,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이 있다. 이번 김 비서실장의 등장으로 7인회는 막후 실력자에서 명실상부한 현 정부 최고의 실세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정치 2선으로 물러났던 7인회 멤버들이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다시 부활해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인사개편에 몇몇 시민단체들은 “잘못된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초원복집 사건 김기춘씨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취소하라’는 성명을 내고 청와대를 질타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김기춘 실장에 대해 “1974년부터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1972년 유신헌법 초안 마련을 주도한 인물”이라며 “청산해야 할 과거의 주역을 되살리는 이번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논평을 통해 “이런 인사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진 부분교체는 취임 후 줄곧 지적되어 왔던 인사실패를 자인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실패가 취임 후 6개월의 국정운영 실패로 귀결되면서 박 대통령이 현재 시스템으로 국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 이번 인사”라고 주장했다.


김 비서실장은 과거 발언으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04년 경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실장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에 대한 질의도중 “몸을 파는 여성은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인데도 국가가 이들을 구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단속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허언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03년 국회의원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그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노무현정부를 ‘친북·좌파 정권’으로 규정하며 노골적으로 색깔론을 펼쳤다. 김 비서실장은 “노 정권은 공산당이 합법화돼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고 하고, 이적단체 한총련을 격려하고, 인공기 훼손했다고 북측에 사죄하고, 소위 인민민주주의 친북 활동한 자들을 민주 인사로 둔갑시키려고 한다. 친북적이고 좌파적인 정권”이라며 “노 대통령은 구차하게 재신임에 매달리지 말고 즉각 하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김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 혐오증’을 드러내왔다. 06년에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사이코’로 규정했다. 노 전 대통령이 고건 전 국무총리 인사 기용 실패와 예비역 장성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시민사회도 가세해
“잘못된 인사” 비판

김 비서실장의 인권 의식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검찰총장 시절인 1989년, 김 비서실장은 당시 한 기자간담회에서 “더 많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등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에 대해 일시적 제한·금지가 필요하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과 변호사들은 검찰의 발상을 “시대착오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어떤 이유로도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항의하는 공한을 김 실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기춘 비서실장은?

▲경남 거제(74세)

▲경남고, 서울대 법대 졸업

▲대구고검장

▲법무연수원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15·16·17대 국회의원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기사 속 기사>

김기춘 발탁에…
100조 한일해저터널 주목 왜?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정부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100조원에 달하는 한일해저터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신임 비서실장은 오래전부터 한일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찬성론자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의 해저터널 추진 등을 고려할 때 한일해저터널이 국책사업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한일터널포럼의 한국 대표를 맡아 한일터널의 필요성을 국내외에 알려왔다. 한일터널포럼은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지지하는 한국과 일본의 인사들로 구성된 단체다. 2009년 결성 이후 양국의 경제협력과 평화를 위해 부산과 일본의 대마도, 후쿠오카를 잇는 300㎞ 규모의 해저터널을 건설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