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수 톱' 대성그룹 사세의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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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당간당' 숨만 붙어있는 좀비회사들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사회적 책임도 수익이 나야 한다. 그런데 매출이 전혀 없다면…. 보통 이런 법인은 '좀비회사'라 불린다. 대성그룹이 수상한 계열사들을 끼고 있다. 버는 거 없이 쓰기만 하는 '애물단지'다. 그런데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일까. 대성그룹에 빌붙은 좀비회사들의 실체를 캐봤다.



지난달 기준 재계순위 37위(공기업 제외)인 대성그룹은 총 8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에서 대성그룹이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77개)과 현대차그룹(57개)보다 많다. SK그룹(80개)·LG그룹(62개)·롯데그룹(74개)·GS그룹(78개)·CJ그룹(82개)도 대성그룹에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대성그룹 계열사 중 상당수가 매출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무려 10개나 된다. 100% 내부거래로 유지되거나 실적이 형편없는 계열사도 17개나 있다. 결국 85개 계열사 가운데 '좀비회사'가 27개에 이른다는 결론. 다시 말해 대성그룹 몸집에 30%가 넘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실적 없는 애물

업계 관계자는 "대성그룹은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보다 계열사가 많지만 알고 보면 허당인 회사들이 많다"며 "돈은 한 푼도 벌지 못한 채 쓰기만 하는 좀비 계열사가 한둘이 아니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요시사> 확인 결과 '매출 제로'인 대성그룹 계열사는 영컨설팅·대성초저온이엔지·나우필·파주영농·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남곡이지구·제이씨알·대성홀딩스·대성지주 등으로 조사됐다.

1994년 설립, 2008년 대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영컨설팅은 출판 및 경영자문 업체로, 지난해 매출이 '0원'이다. 유지비용으로 500만원 적자만 났다. 공시를 시작한 2010년부터 실적이 없다. 주주는 김영대 회장(75%)과 그의 장남 정한씨(15%), 부인 차정현씨(10%)로 100% 오너회사다.


김영대 회장의 가족들은 다른 좀비회사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차정현씨와 세 아들 정한·인한·신한씨(각각 22%)는 대성초저온이엔지 대주주다. 2007년 설립된 엔지니어링 용역업체 대성초저온이엔지도 지난해 매출이 없다. 200만원만 지출했다. 설립 이후 실적을 찾아볼 수 없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성지주와 대성홀딩스도 매출이 없다는 사실이다. 2000년 설립, 2008년 대성그룹 계열사가 된 대성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SI)업체다.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다른 대기업의 SI 계열사와 달리 바닥을 기고 있다. 김영대 회장(52.5%)이 최대주주. 차정현(16.25%)·정한씨(16.25%)도 지분을 쥐고 있다.

대성그룹엔 대성홀딩스 법인이 2개다. 둘 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딴판이다. 김영훈 회장(39.9%)이 이끄는 대성홀딩스는 연 4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상장사다. 반면 김영대 회장(100%)이 키를 잡고 있는 대성홀딩스는 산으로 가고 있다.

2005년 설립, 2007년 대성그룹에 소속된 나우필은 김영훈 회장(100%)의 개인회사다. 전시 및 행사·광고대행을 주로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손가락만 빨았다. 2010∼2011년 설립된 파주영농과 디에스아이호텔, 디에스아이리테일도 수익이 나지 않았다. 자본금만 까먹고 있는 실정. 작물 재배업체 파주영농은 대성산업(99.93%) 자회사다. 부동산 임대업체 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도 대성산업(100%) 자회사다. 대성산업으로선 3개 계열사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남곡이지구와 제이씨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5년 설립, 2010년 ‘대성 식구’가 된 남곡이지구는 부동산개발 및 공급업체로 부채가 1244억원에 이르는 등 자본잠식 상태다. 가하이엠씨(45%) 자회사다. 2005년 설립된 선박 운송업체 제이씨알도 인권비만 나가고 있다. 대성밸류인베스트먼트(100%) 자회사다.

계열 30% 손가락만 ‘쪽쪽’…사실상 개점휴업
'직원 0명'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허당 자회사도

이들 10개사 중 2∼3명의 임원만 있을 뿐 직원(종업원)이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영컨설팅·대성초저온이엔지·나우필·디에스아이호텔·디에스아이리테일·제이씨알·대성지주는 공시상 직원이 단 1명도 없다. 파주영농은 4명, 남곡이지구와 대성홀딩스는 각각 3명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력이 전혀 없는 사실상 '뇌사'상태인 대성그룹 계열사도 있다.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가하이엠씨·한국물류용역·에스필·대성나찌유압공업·대성쎌틱에너시스·서울도시개발·굿랜드·굿가든·문경새재관광·가하컨설팅·제이헨·포디알에스 등 12개사다. 이들 회사는 '식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989년 설립된 가하이엠씨는 부동산 임대업체로 매출의 100%가 내부거래 물량이다. 지난해 매출 22억원을 모두 대성산업과의 거래로 올렸다. 2011년에도 대성산업과 같은 금액을 거래했다. 모회사는 대성합동지주(100%)다. 1988년 설립된 인력 공급업체 한국물류용역도 계열사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5억원 중 대성합동지주, 대성산업, 대성아트센터, 대성씨앤에스 등 계열사에서 74억원(99%)을 거뒀다. 2011년의 경우 매출 69억원이 전부 내부에서 나왔다. 모회사는 대성산업(100%)이다.

대성산업은 에스필·대성나찌유압공업·대성쎌틱에너시스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에스필(실내건축) 98%(매출 47억원-내부거래 46억원) ▲대성나찌유압공업(유압기기 제조) 78%(181억원-141억원) ▲대성쎌틱에너시스(가스보일러 제조) 99%(631억원-624억원)로 조사됐다.

서울도시개발은 서울도시가스, 서울씨엔지, 에스씨지솔루션즈 등 계열사들과 거래해 지난해 매출 14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김영민 회장이 지분 97.78%를 보유한 오너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여기에 에이원과 알앤알, 디엔에스피엠씨,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대성아트센터 등도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이들 회사도 모두 대성일가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물론 오너의 개인회사도 있다.

굿랜드·굿가든·문경새재관광·가하컨설팅·제이헨·포디알에스 등은 '구멍가게'보다 못한 실적을 냈다. 그나마 이마저도 내부거래 덕분에 가능했다. 서울도시가스의 작물재배 자회사인 굿랜드와 굿가든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7900만원, 1200만원에 불과했다. 이중 내부거래 금액이 7300만원, 1000만원이나 된다.

대성합동지주의 임업 자회사인 문경새재관광은 지난해 고작 1000만원을 벌었는데, 모두 계열사에서 나온 매출이다. ▲가하컨설팅(경영컨설팅) 1억3000만원 ▲제이헨(경영컨설팅) 4800만원 ▲포디알에스(상품중개) 3600만원도 전부 계열사에 의존한 결과다. 가하컨설팅은 김영대 회장(10%)의 지분이 있다. 제이헨은 정한씨와 그의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포디알에스도 정한씨(51%)가 최대주주다.

'매출 제로'의문의 계열사 실체는?

그렇다면 대성그룹에 좀비회사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

회사 관계자는 "실적이 없거나 적은 계열사들은 이제 막 출범하거나 사업을 확장 중에 있는 회사들"이라며 "매출은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대성일가 '형제의 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과 차남 김영민 회장, 3남 김영훈 회장 등 삼형제는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 지분 다툼을 벌인 뒤 등을 돌려 아직까지 발길을 끊고 있다. 이들은 2006년 모친 고 여귀옥씨가 타계하자 유산상속을 놓고 또 다시 갈등을 빚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삼형제는 유산정리에 합의했지만 이후 전혀 왕래가 없다. 최근엔 '대성'사명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형제 간 과시용?

세 회장은 각각 대성산업, 서울도시가스, 대성그룹을 독자경영하고 있지만 법적으론 계열분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는 2011년 4월 3개 소그룹을 묶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시켰다. 오너 형제 간 경쟁적으로 계열사를 늘리다 보니 좀비회사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계열사 늘리기도 사세싸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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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