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횡령' 이금열 실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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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주먹…악명 높은 '철거왕'

[일요시사=경제1팀] 검찰이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을 쫓고 있다. 지명 수배령이 내려졌고 인력이 총동원됐다. 1000억원대 넘는 회사자금을 챙기고 잠적했기 때문인데 일각에서는 '제2의 함바비리'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다원그룹이 90년대 철거 현장에서 악명을 떨쳤던 (주)적준의 계보를 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달아난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은 철거용역업계 대부로 통한다. 이 회장은 철거 사업을 하며 종자돈을 마련한 뒤 시행사와 시공사를 설립, 도시개발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온갖 불법을 자행하며 거액을 챙겼다.

국내 철거용역 회사의 시초는 1986년 설립된 입산개발로 알려져 있다. 입산개발은 사당동, 돈암동, 동소문동의 철거권을 따내면서 대표적인 철거용역 회사로 성장했고 1990년 입산개발에서 일했던 용역들이 나와 적준을 세웠다. 적준은 90년대 철거용역 회사로 이름을 날렸다.

입산→적준→다원

적준에 대해서는 도시빈민여성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권운동사랑방 등 12개 업체가 모인 '적준 사법처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998년 만든 '적준 철거범죄 보고서'에 상세히 나와있다. 무려 155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적준이 철거현장에서 보여준 폭력은 충격적이었다.

적준의 사원은 10여 명 안팎이지만 상시 동원 능력은 100여 명에 달했다. 여기에 300여 명 정도를 각자의 인맥을 통해 일용직으로 고용했다. 현장에는 50∼60명이 선봉대와 기습조로 편성됐다. 30∼50명씩 몰려다니며 폭력을 행사한 실행조는 철거민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존재다.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적준이 서울 등 철거현장 31곳에서 저지른 폭력 사례는 밝혀진 것만 83건.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졌고 490여 명이 부상당했다. 피해자는 모두 철거민이다. 또 주거침입, 성폭행, 성추행, 재산손괴, 방화 등은 90여 차례 저지른 것으로 나와 있다. 특히 1995년 4월 봉천6동 철거현장에서는 당시 철거대책위 위원장이던 주부 전모씨를 집단 폭행 후 팬티를 벗기는 등 성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대 초이던 1980년대 후반 철거용역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서울·경기 지역 재개발 예정지에 용역으로 투입됐고 적준 모 회장의 눈에 들었다. 적준 회장의 운전기사를 하던 이 회장은 1998년 적준이 다원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대표직에 올랐다. 철거용역업계 계보를 이어온 셈이다.

이후 이 회장은 폐기물업체를 추가로 만들어 철거현장 한 곳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잔재 등을 맡아 처리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시행사와 시공사를 설립해 도시개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주요 개발지역 중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한때 국내 철거시장의 80%를 싹쓸이했을 정도다.

2006년 이 회장은 재개발 조합 및 건설사, 정치권 등에 로비를 한 혐의로 2006년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아 풀려났다. 그리고 이 회장의 범행이 시작됐다.

온갖 불법으로 거액 챙겨 '제2 함바비리?'
전방위 로비 의혹…검찰 인력 총동원 추적

지난 14일 수원지검 특별수사부(김후곤 부장검사)는 횡령·배임·사기 등의 혐의로 다원그룹 자금담당자 김모씨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이 회장과 동생 이모씨 등 3명을 전국에 수배했다. 검찰은 또 다원환경 운영자 정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친동생, 처남, 육촌형 등 친·인척들을 회사의 자금담당자와 회계담당자로 앉혀 2006년부터 폐기물업체를 포함한 계열사들과 서로 세금계산 명세서를 허위로 발행해주거나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자금 968억원을 빼돌렸다. 경기 평택가재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는 계열 시행사 새날을 통해 군인공제회로부터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2700억원 중 134억원을 빼돌렸다. 이 회장은 이 돈을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자금 중 일부는 2007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건설업체 청구를 인수하는 데 쓰였으며 이 회장은 청구를 인수한 뒤 청구의 자금 372억원을 횡령했다. 이 돈은 골프장 업체 인수 등에 썼다.

또 청구 직원 90명 명의로 경북 포항의 아파트 90채를 허위로 분양 받아 중도금 명목으로 은행에서 168억원을 대출받은 뒤 갚지 않은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새날은 사업자금 부족으로 토지조차 구입하지 못한 상태이며 군인공제회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구도 자금난에 빠져 파산절차를 받는 상황이다. 명의대여자들도 대출금 채무로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실종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회장의 배임으로 새날이 자금부족에 시달리면서 다원그룹의 경기 김포신곡6지구 도시개발사업에 6500억원 상당의 PF자금을 대출해준 농협 등 금융기관 11곳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 연대보증을 한 시공사 남광토건과 신동아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새날은 조합 설립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드러나 결국 2011년 2월 인천지법으로부터 도시개발사업조합 설립인가처분 무효 판결을 받고 지난해 8월 도시개발구역지정이 해제됐다.

"국내에 있을 것"

이들의 범행은 다원환경 운영자 정씨가 전·현직 세무공무원 3명에게 5000여만원의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잡혔다. 정씨는 2008년 12월 이 회장 철거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원만하게 해달라며 돈을 건넸다. 검찰은 지난해 말 이 사건을 수사하는 와중에 다원그룹의 횡령 사실 등을 파악했다. 당시 돈을 받은 세무공무원들은 지난 5월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다.

검찰은 지난 3월 달아난 이 회장 등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변호사를 통해 '불구속 수사를 해주면 임하겠다' '사업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는 등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미뤄 국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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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