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노린 ‘강남 음란클럽’<실체>

훔쳐보고 보여주며 ‘짜릿짜릿’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관음증’이 또 하나의 변태업소를 만들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영업을 하던 이른바 ‘커플 음란클럽’이 그것. 이 업소의 콘셉트는 ‘훔쳐보기’다. 타인이 보는 앞에서 연인 등 커플이 성관계를 하도록 만들어 스릴을 즐기게 하는 것이 이 업소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연인 간 성행위에 대해 마땅한 처벌법을 찾지 못했던 경찰은 결국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업주를 구속했다. 타인의 은밀한 행위를 보는 것 또는 보여주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세태를 추적했다.

문제가 된 업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딩 지하 1층에서 ‘커플 테마클럽’을 내세우고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이 클럽은 지난달 19일 문을 열고 각종 음란행위들이 가능한 업소란 것을 홍보하고 있었다.
실제로 클럽 안에선 커플 간 성행위를 타인이 볼 수 있는 관전섹스, 스와핑, 그룹섹스 등 난잡한 행위들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연인 간 섹스가 왜?”
합법적 업소라 주장

이 클럽은 여느 변태업소들이 그렇듯이 회원들만 출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인터넷으로 성인인증을 하고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만 입장할 수 있는 일종의 ‘프라이빗 클럽’이었던 셈이다. 이 클럽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의 폭주로 서버가 다운된 홈페이지에는 “성과 관련한 어떤 금기도 금기시한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7월부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클럽 홍보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클럽은 엉뚱한 방식으로 홍보가 됐다. 경찰 단속에 의해 변태적인 콘셉트의 클럽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단속의 대상이다’와 ‘연인들끼리의 성관계인 만큼 단속근거가 없다’는 의견으로 갈려 공방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에 클럽 측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업소가 아닌 만큼 공연음란죄나 성매매 관련 법규로 단속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들며 ‘합법적인 업소’임을 자신했다.

강남에 ‘훔쳐보기’ 콘셉트의 신종 음란클럽 드러나
커플끼리 입장 타인 앞에서 성행위하며 쾌감 느껴
‘관전 섹스’ 마니아 등 암암리에 퍼진 ‘엿보기’ 세태 원인
관음증 즐기는 마니아 노린 유사업소 우후죽순 생길 우려


클럽 운영진은 “여러 법률 전문가와 상담한 결과 ‘밀폐된 공간이고, 고용한 종업원이 아닌 실제 연인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므로 실정법으로 단속할 근거가 없다’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 업주 나모(38)씨 역시 떳떳한 입장이었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씨는 “(클럽에서 일어난 일은) 지금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문화의 일종이기 때문에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또 “언론의 보도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도 “내가 퇴근한 뒤인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클럽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나씨는 “단순한 사업적 구상 차원에서 커튼이나 칸막이를 없애고 엿보기와 보여주기와 같은 관음이 가능하게 하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럽 홈페이지 게시판에 도배된 이용자들의 후기에 대해선 업주 자신이 올린 글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게시판에는 ‘황홀한 경험이었다’ ‘광란의 밤이 너무 좋았다’는 등의 호평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 실제 클럽 이용자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후기들이 업주가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제로 음란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이 같은 클럽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고 업소에 대한 비난도 들끓었다.
경찰 역시 파장이 커지자 단속할 만한 근거를 찾는 데 분주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당사자의 합의만 있다면 클럽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공연음란죄나 성매매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없어 손님이나 업주를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결국 경찰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업주 나씨를 붙잡았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일 영업장 면적을 무단으로 넓히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주점 영업을 한 혐의로 나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나씨는 업소를 열면서 영업장 면적을 기존에 신고했던 132㎡에서 198㎡로 확장해 주점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 트러블 치료용 관전섹스
어느 순간부터 ‘쾌감용’으로

경찰은 해당 클럽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전날 밤 11시쯤 강남구청과 함께 단속에 나서 나씨를 연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나씨는 “업소 내에서는 보도에 나온 것처럼 그룹성교나 스와핑 등의 성행위를 허용한 적이 없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변태클럽의 업주는 법의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지만 단순히 식품위생법 위반에 그쳐 유사한 업소들이 줄지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나씨의 말처럼 ‘엿보기’와 ‘보여주기’문화는 어느 순간부터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어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변태업소들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

이는 음지에서 ‘관전섹스’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는 세태로도 알 수 있다. 관전섹스란 말 그대로 타인의 성생활을 보는 것으로 처음에는 발기부전이나 불감증 등 성 트러블로 고민하는 부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커플의 성생활을 보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고치는 ‘치료’의 목적이었던 셈.
이 관전섹스는 언제부턴가 ‘흥분’의 목적으로 돌변했다. 다른 남녀의 성행위를 보거나 자신의 섹스 장면을 남들이 지켜보는 것에서 흥분감을 느끼는 ‘오락용’으로 그 목적이 바뀐 것. 이들은 자신들의 성행위를 봐줄 ‘도우미’를 인터넷에서 물색하기도 하고 타인의 섹스를 보며 쾌감을 느끼면서 돈까지 얻는 ‘관전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직장인 강희석(가명·32)씨도 최근 관전섹스에 빠져들었다. 거의 매일 밤 인터넷 포르노사이트를 뒤져 야동(음란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강씨. 스스로는 마니아, 남이 보면 중독 수준이다. 정작 실제 성관계를 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남이 하는 장면을 보는 게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짜릿하다며 밤마다 어김없이 야동에 흠뻑 취한다.

그런 그가 최근 호기심에 새로운 성인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어느 회원으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았다.
“한 여성이 남성과의 성관계를 지켜 봐주면 용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전에 한번 고등학생을 ‘관람객’으로 참여시켰는데 미성년자여서 차마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면서 자신들을 봐줄 성인남자를 찾고 있다더군요. 1시간 동안 보기만 하면 15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했어요.”

강씨는 돈을 대가로 ‘관전’을 해달라는 요청에 깜짝 놀랐다. 접속한 곳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성인사이트였던 이유다. 그러면서도 “성매매나 번섹(번개섹스)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아니다”라며 위안,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평소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웠던 그로서는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유성훈(가명·37)씨를 통해 ‘관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칭 ‘관전 마니아’다. 이제까지 관전에 참여한 경험만 20회 남짓. 과거부터 무엇이든 훔쳐보는 성향이 있었다는 그는 떳떳하게 즐기기 위해 관전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옆집 누나나 여자화장실을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 병적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인터넷에서 쪽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쉽게 상대를 찾고 있다. 관전은 ‘금기’이기 때문에 쾌감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침대 모서리에 앉거나 테이블 의자, 커튼 뒤, 화장실 문을 열고 보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전하죠. 남이 하는 행동을 지켜볼 때면 내가 뭐라도 된 느낌입니다. 남의 관계를 지켜볼 때 남녀의 표정과 신음소리, 동작 하나하나에 나도 모르게 흥분하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내가 지켜봄으로써 상대방도 같이 흥분하는데 진행하다 말고 2:1 섹스를 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관음증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관전섹스는 어느 순간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변종 성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세태 속에서 커플 음란 클럽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 또 다른 업소의 생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유사한 변종 업소
우후죽순 생길 우려


한 유흥 전문가는 “온갖 자극적인 변태업소들 속에서 돈 내고 훔쳐보는 업소가 생겼다는 자체만으로도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더욱 자극적인 형태의 ‘관전 클럽’이 생기기 전에 단속할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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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