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패륜범죄가 일어났다. “취직은 안 하느냐”는 외삼촌의 잔소리에 발끈한 조카가 외삼촌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이 조카의 잔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신은폐를 위해 톱 등을 이용해 외삼촌의 시신을 토막 내고 물에 가라앉지 않을 것을 염려해 시멘트로 반죽까지 해 유기했다. 부산 곳곳을 돌며 시신을 유기할 장소를 물색하던 조카는 결국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순간의 화가 부른 참극을 재구성했다.
“취직해라” 잔소리에 외삼촌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 유기
시체에 시멘트 반죽까지 해 무게 늘린 뒤 바닷가 돌며 버려
지난달 30일 낮,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서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30대 남성의 현장검증이 벌어졌다. 몰려든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범행을 담담히 재연한 이는 외삼촌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모(30)씨.
“왜 욕을 해!”
그는 외삼촌을 살해한 아파트와 시신유기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들렀던 철물점, 시신을 버린 을숙도 등을 돌며 태연하게 자신이 저지른 범행과정을 재연했다. 범행을 보여줄 때마다 주위에서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떻게…”라는 탄식이 흘러나올 만큼 평범한 청년이었던 이씨. 그가 한순간에 패륜범이란 딱지를 달게 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이씨는 외삼촌 김모(50)씨와 함께 연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군대를 제대한 뒤 1년 반 동안 다니던 공장을 그만둔 그는 특별한 직업 없이 일용직 노동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때문에 최근 “취직하라”는 잔소리를 어머니와 외삼촌에게 자주 들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외삼촌과 특별히 사이가 안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4일 새벽. 이날 이씨는 공사현장에서 만난 후배와 술을 마신 뒤 새벽 2시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데리고 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 만취한 채로 귀가한 김씨는 잠을 자고 있던 이씨와 후배를 발로 차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씨는 “취직은 안 하냐? 사회에 필요 없는 인간들” 등의 모욕적인 말과 함께 욕설을 내뱉으며 그를 자극했다.
이에 격분한 이씨는 주방으로 가 흉기를 가져왔고 외삼촌의 복부를 찔러 살해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는 태연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날 아침 7시쯤, 후배를 깨워 집으로 돌려보낸 이씨는 인근 피씨방으로 갔다. 곳에서 외삼촌의 시신을 처리할 준비를 했다. 시신을 실을 차를 빌리는 데 필요한 렌트카 업체 전화번호 검색 등이 그것. 그 뒤엔 평소 즐겨하던 온라인 게임까지 즐겼다. 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찜질방까지 들르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 뒤 다음 날인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신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먼저 숨진 외삼촌 점퍼에 들어있던 지갑에서 현금 31만원을 꺼내 인근 철물점으로 갔다. 시신을 토막 낼 도구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곳에서 이씨는 쇠톱과 삽, 시멘트, 모래, 포대 등 시신유기에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빠짐없이 샀다. 그리고 이 도구들을 이용해 이날 밤 5시간에 걸쳐 외삼촌의 시신을 조각냈다. 그의 엽기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체가 물에 가라앉지 않을 것을 우려해 시체의 무게를 늘릴 목적으로 시멘트에 토막 낸 시신을 넣고 반죽을 한 것.그 후 하룻밤을 더 외삼촌의 시신과 보낸 이씨는 다음날인 26일 오전 5시부터 시신유기 작업에 들어갔다. 시신을 운반하기 위해 전날 해운대구 모 렌트업체에서 빌려온 렌트카에 시신이 담긴 박스와 포대들을 싣는 등 마무리 작업을 속속 진행했다.
이후 휴식을 취한 그는 이날 오전 12시부터 부산 해운대와 송정 등지를 돌아다니며 시신을 버릴 장소를 물색했다. 그리고 27일 오전 2시45분쯤 부산 을숙도 모 회센터 앞바다에 시신 일부를 버렸다. 속속 시신유기작업을 이어가던 이씨가 덜미를 잡힌 것은 이날 오전 3시15분쯤. 남은 시신을 버릴 곳을 물색하던 중 사하구 하구둑 다리 입구에서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검문 당시 이씨는 음주측정을 위해 대기 중이던 포터차량과 충돌하고, 갓길로 이동하라는 경찰의 말에 머뭇거리는 등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씨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경찰은 운전석을 열었고 차 안에서 썩는 냄새가 나자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이에 “고기가 썩어 버리려고 싣고 가는 중”이라는 어설픈 대답을 했고 경찰은 트렁크를 열라고 독촉했다.
음주단속에 ‘덜미’
순간 그는 시동을 걸고 달아나려 했지만 경찰에 붙잡혀 트렁크 안에 남아 있던 시신을 들키고 말았다. 결국 이씨는 경찰에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경찰서로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찰조사에서 이씨는 “자수를 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삼촌 시신을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