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악시키는 엽기적 신종범죄 세계

눈 뜨고 코 베이는 ‘교묘한 수법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엽기적인 방식으로 재탄생되는 신종범죄.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특히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상황은 돈벌이를 위해 보다 더 치밀한 신종범죄를 연구하는 범죄자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 피해자 또한 늘어나는 실정이다. 찜질방에서 한눈을 판 사이 피싱 범죄의 장본인이 되는 범죄부터 혼자 사는 여성들의 집을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들며 벌이는 범죄까지 신종범죄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영파라치 이용한 범죄 등 사이버 세상에도 신종범죄 날뛰어
마약사범 증가하며 마약쿠키 등 신종마약도 물밀듯 들어와


새로운 방식의 범죄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범죄 중 하나는 ‘피싱’ 범죄다. 목소리 하나로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던 보이스 피싱은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했고 더 많은 피해자들을 낳고 있다.

잠든 틈타 휴대폰 훔쳐
‘돈 좀 보내줘’ 문자 송신

최근 벌어지는 피싱 범죄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일명 ‘찜질방 피싱’. 말 그대로 찜질방에서 벌어지는 범죄다. 범인들이 노리는 범행대상은 찜질방에서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잠에 빠져 있는 손님들이다. 범행방식은 단순하다. 먼저 찜질방 손님들이 휴대폰 관리에 소홀한 틈을 타 휴대폰을 훔친다. 그 뒤 휴대폰 속 전화번호를 뒤져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지인들을 검색한다. 그리고 검색한 번호에 “급하게 20만원이 필요하니까 돈 좀 보내줘”라는 등의 문자를 보낸 뒤 휴대폰을 끈다.

물론 문자에는 범인 자신의 계좌번호를 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문자를 본 휴대폰 주인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고 문자에 찍힌 계좌번호로 돈을 송금하게 되는 것이 범인들이 노리는 것. 실제 이 같은 범죄에 속수무책 당한 이들은 적지 않다. 최근 찜질방을 찾았다 어이없는 일을 당한 이모(32)씨도 벌건 대낮 당한 범죄에 지금도 황당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주말, 홀로 찜질방에 간 그는 여느 날처럼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이 깨고 난 뒤 옆에 있어야 할 휴대폰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놀란 이씨는 주인에게 휴대폰을 도난당한 사실을 말하고 통신사에도 도난신고를 했다고 한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휴대폰을 감쪽같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에 아까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여겼던 이씨. 그러나 문제는 몇 시간 뒤 벌어졌다.

집 전화로 가족들과 친구, 직장동료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했던 것. 그들은 이씨에게 “무슨 일로 돈이 필요한 거냐”는 알 수 없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영문을 몰라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이씨에게 지인들은 자신의 번호로 “돈이 필요하니 보내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제야 이씨는 찜질방 피싱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혹시나 문자를 받았을지 모르는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문자는 사실이 아니니 절대 돈을 보내지 말라는 당부를 해야 했다. 다행히 문자에 찍힌 계좌로 돈을 보낸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잊지 못할 주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이처럼 최근 찜질방 등 휴대폰을 소홀하게 다루기 쉬운 공간에서 피싱 범죄가 자주 일어나자 이를 막기 위한 대책도 강구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찜질방 같은 곳에 갈 때는 휴대폰에 잠금장치를 걸어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휴대폰을 도난당했다 하더라도 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휴대폰에 이름을 저장할 때 어머니, 동생 등의 단어로 저장하지 말고 별명이나 실명 등으로 저장하는 방법이다. 설사 범인들이 휴대폰을 훔쳐도 지인으로 찍혀 범행의 표적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신종범죄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린 것.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독신여성이 많은 곳이 유력한 범행장소이다. 집에 홀로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범인들과는 달리 이들 범인은 여러 명이 집단을 이뤄 몰려다닌다. 이들은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여성의 집을 점찍은 뒤 그 여성이 집을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을 체크한다. 그리고 집이 비게 되면 몰래 문을 열고 들어 가 제집 드나들 듯 생활을 한다. 일부 범인들은 집 안에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해 놓고 집 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도 한다고.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정모(28·여)씨도 얼마 전까지 집을 비운 사이 낯선 이들이 침입을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약 한 달 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한 정씨는 거실 전등을 끄지 않고 온 것이 생각나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찜질방 피싱, 메신저 피싱 등 각종 방법으로 낚아
불황 지속되면서 금융사기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화

그런데 퇴근 후 집에 가 보니 거실 불은 꺼져 있었다. 이상했지만 착각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정씨는 그 다음 날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화장실 변기 뚜껑이 열려있었던 것. 남자가 들어올 일이 없는 집에서 벌어지기는 힘든 일이었다.

정씨는 이에 회사동료들에게 최근 자신의 집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털어놨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과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직장상사는 “얼마 전 우리 집에도 그런 일이 있어 알아봤더니 가출청소년들의 소행이었다”며 “요즘 혼자 사는 여자들 집을 노리고 제집 드나들 듯이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일을 당한 것 같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정씨는 자물쇠를 바꾸는 등 보안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정씨는 “집 안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위험한 곳이 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집 안에 CCTV를 설치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른바 ‘영파라치’ 범죄. 영파라치는 영화와 파파라치의 합성어로 인터넷에서 영화파일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면서 영화사들이 입는 피해를 줄이고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네티즌 스스로 불법 영상 공유를 감시하는 신고포상제도다.

“불법 다운로드 받았지!”
영파라치 가장한 범죄

문제는 이를 이용해 P2P사이트 등에서 영화나 동영상 등을 다운받은 네티즌에게 돈을 뜯어내는 범죄가 생기고 있다는 것. 얼마 전 P모 사이트에서 영화 두 편을 다운받은 A씨도 범죄에 당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평소 무료영화를 자주 다운 받아보는 A씨는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영화를 다운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다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통의 쪽지가 날아왔다고 한다. 쪽지의 내용은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번호로 전화하면 선처해 줄 테니 연락해라”라는 것으로 전화번호 하나가 함께 적혀 있었다.

저작권법 위반 등이 머릿속에 떠올라 불안해진 A씨는 당장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저작권으로 한 편당 30만원만 보내라. 아니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다분히 협박성 전화라고 애써 위로하면서도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것은 사실이기에 불안해진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며칠 동안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A씨를 안심시킨 것은 “요즘 불법 다운로드로 돈 뜯으려는 사기꾼들이 많으니 신경 쓰지 말아라”는 친구의 말. 그제야 A씨는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신종 사이버 범죄는 ‘메신저 피싱’이다. 이는 범인이 메신저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의 ID로 접속해 돈을 요구하는 범죄다. 친구의 ID로 접근하는 범인에게 속기 쉬워 최근 많은 이들이 당하는 범죄이기도 하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메신저 피싱과 관련된 신고 건수는 올 3월과 4월엔 하루 평균 15건, 5월 이후에는 평균 10건이 접수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피싱 범죄에 낚이자 메신저 접속 시 ‘메신저 친구가 돈을 요구하면 주의’라는 경고 문구를 넣기도 했다.

불황과 함께 기승을 부리는 마약범죄에도 ‘신상’은 있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신종마약이 그것. 최근에는 과자처럼 만든 마약인 ‘대마쿠키’를 밀반입한 유학생이 덜미를 잡혔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30일 대마쿠키를 밀반입한 미국 유학생 박모(21)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5일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을 통해 대마쿠키 60개(1497g)를 몰래 들여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마쿠키는 밀가루 반죽에 초콜릿과 대마가루를 넣어 쿠키 모양으로 만들어 구운 것으로 겉으로 봐서는 가정에서 만든 과자와 다를 것이 없다. 검찰에 따르면 쿠키 60개 모두에서 대마초 성분인 ‘칸나비노이드’가 검출됐다. 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미국인 친구로부터 대마쿠키를 국제우편으로 받기로 하고 미국 보스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을 통해 소포를 수령하려다 적발됐다. 세관 관계자는 과자를 보내기에는 비싼 42달러의 운송료를 들여 과자를 미국에서 들여온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검찰에 신고해 대마쿠키 밀반입이 드러났다.

군입대를 위해 지난해 말 입국한 박씨는 미국인 친구와 인터넷 화상채팅 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마쿠키를 소포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마쿠키는 2005년 국내에서 첫 적발된 이후 특송화물·여행자화물·국제우편 등을 통해 밀반입되고 있다. 대마쿠키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마약은 ‘마약껌’. 태국 등지에서 마약 대용으로 씹는 마약껌은 일부 유학생들을 통해 은밀하게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태국여행을 다녀 온 한 여행객은 “태국에서는 아이들도 씹는 껌이라 별생각 없이 사서 들어오려다 공항에서 적발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 쿠키 아냐?”
마약 반죽한 과자까지

이처럼 교묘하고 치밀한 수법으로 이뤄지는 신종범죄들은 지금도 우리를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들은 점점 지능화되는 반면, 불황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은 예전보다 범죄에 쉽게 걸려들 확률이 높아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얼굴 없는 범죄’가 많은 만큼 본인 스스로의 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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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