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에 대한 폭행과 술시중 강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장씨 소속사 전 대표인 K씨가 지난 6월24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일본 경찰에 검거됐다. 장씨 사건의 핵심 연루자인 K씨가 체포됨에 따라 지난 4월 하순 일단락됐던 장씨 사건과 관련된 수사는 재개될 전망이며, 장씨 문건에 등장했던 유력 인사들의 줄소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 도쿄 호텔서 잡혀
강제추방 형식이면 1주일내 신병 인도 가능
경찰 측 문건에 올라 있는 모든 인사들 소환조사 벌일 방침
K씨 혐의 부정하면 혐의밝힐 수 있겠나 회의적인 반응도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6월24일 일본에 도피 중인 고 장자연 소속사 전 대표 K씨가 이날 오후 일본 경찰에 검거됐다고 밝혔다.
K씨는 오후 5시30분쯤 일본 도쿄 도심 미나토구의 한 호텔에서 지인을 만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해 있던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K씨를 검거한 도쿄경시청 조직범죄대책2과는 K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불법체류)로 체포, 유치했다.
K씨는 여권이 무효화된 지 42일 만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83일 만에 검거됐다. 일본경찰 조사결과 K씨는 지난 6월23일까지 나가노현의 하쿠바 지역 펜션 등에서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일본 경찰에서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체포를 면하기 위해 일본에 체류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당경찰서는 지난 4월24일 장자연씨 자살사건을 수사하면서 일본에 잠적해 있던 K씨를 강요, 협박, 폭행, 횡령 등 혐의로 기소중지했다.
경찰은 당시 K씨에 대한 신병 확보가 늦어지자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일본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K씨는 지난해 12월2일 ‘90일짜리 무비자 여권’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뒤 태국에서 체류 기간을 연장해 지난 3월4일 일본으로 재입국, 6월1일로 무비자 체류 기간이 만료됐다.
경찰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통해 지난 5월14일 K씨의 여권을 무효화했고 K씨는 이때부터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됐다. 경찰은 K씨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한 절차를 법무부를 통해 일본 당국과 협의 중이다.
지인 만난다는 첩보 입수
잠복경찰에 붙잡혀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신병을 넘겨받을 경우 길게는 두 달까지 걸려 강제추방형식으로 K씨를 송환받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추방 형식을 밟으면 질병·채권·채무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주일이면 신병을 인도받을 수 있다.
경기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장씨 자살사건의 핵심 인물인 K씨가 한국에 도착하는 대로 즉각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면서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계장은 지난 4월24일 중간수사결과가 ‘부실 수사’였다는 지적에 대해 “기존 수사는 장씨의 문건 하나만 갖고 한 수사였다”며 “하지만 사건 전반을 꿰고 있는 중요 인물이 체포된 만큼 수사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에 올라 있는 모든 인사들의 소환조사도 벌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4월 말 장자연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24일 수사대상자 20명 중 9명을 접대 강요, 강제추행,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하는 선에서 수사를 일단락했다.
K씨 성상납 강요 사실
얼마나 털어놓을지 미지수
금융계와 IT 업체 인사를 비롯한 5명에 대해선 참고인 중지 조치를 취했다.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만하지만 핵심 참고인인 K씨를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를 잠정 중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K씨 체포로 경찰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은 참고인 중지된 5명만이 아니다. 영화감독 등 내사중지된 4명에 대한 수사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장씨와 한 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조사됐지만 경찰은 접촉 경위 등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장자연 문건’에는 ‘K씨가 잠자리를 강요했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장씨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유력 인사들이 신인 여배우에게 성상납을 받았다는 대형 스캔들로 비화한 이유다. 그러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기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수사 대상자들이 극구 부인하는데다 K씨의 진술이 없어 실제로 성상납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K씨가 경찰 조사에서 성상납 강요 사실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으로 털어놓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성상납에 관한 참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K씨를 추궁하면 그가 성상납 관련 내용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문건 내용에 대해 수사하면서 600명이 넘는 참고인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계 인사 등 새로운 인물이 상당수 등장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된 전직 언론인도 K씨의 강요로 장씨와 함께 술자리에 있었던 동료 연예인의 진술을 통해 찾아낸 인물이다.이 때문에 K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유력 인사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씨가 접대에는 일가견이 있어 유력 인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변의 진술도 수차례 나왔다.K씨 소속사 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건설사 임원 등 재계 유력 인사들과의 약속이 적힌 스케줄표가 나오기도 했다.
문건에 담긴 내용
모두 진실인지에 초점
그렇다면 혐의자 처벌은 어느 정도 이뤄질까. 불구속 입건된 3명은 혐의가 이미 상당부분 드러난 만큼 처벌이 가능할 거란 예측이 우세하지만 술자리에 동석해서 강요죄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은 과연 혐의를 밝힐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이 더 크다.
한 검찰 관계자는 “K씨가 술접대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정하면 피해자가 이미 사망하고 없는 상황에서 혐의를 밝힐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유력 인사를 포함해 그 많은 수사대상자들을 다시 불러서 대대적 조사를 벌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탄했다.
경찰은 두 달 가까운 수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장씨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 ▲‘장자연 문건’의 진위와 유출 배경 등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향후 수사는 ‘문건’을 장씨 혼자 만들었는지, 왜·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과연 모두 진실인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故 장자연 사건일지
▲2009년 2월28일=탤런트 장자연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유장호씨 사무실서 문건 4장 작성.
▲2009년 3월1일=장자연 유장호씨에게 편지 3장 전달.
▲2009년 3월7일=장자연 분당 자택서 자살.
▲2009년 3월8일=유장호씨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자연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 아니다’ ‘장자연 문건 있다’ 밝혀.
▲2009년 3월10일=언론이 장자연 문건 일부 공개.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 담김.
▲2009년 3월12일=장자연 유족과 유장호씨 서울의 한 사찰서 ‘장자연 문건’ 소각.
▲2009년 3월13일=언론이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장자연 문건’ 찾아 보도하며 자살 원인에 대한 의혹 제기.
▲2009년 3월14일=우울증에 의한 자살사건으로 수사를 종결했던 경찰이 자살관련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에 착수.
▲2009년 3월17일=장자연 유족이 유장호씨와 문건을 보도한 기자 등 3명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문건에 거론된 인물 등 4명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
▲2009년 3월18일=유장호씨 기자회견 열어 문건 다 태웠다고 밝힘.
▲2009년 3월20일=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수사전담팀 27명에서 41명으로 증원.
▲2009년 3월20일=경찰 유장호씨 출국금지 조치.
▲2009년 3월21일=장자연 소속사 전 대표 K씨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실시. 건물 3층엔 침대와 샤워실이 있었음.
▲2009년 3월24일=경찰은 브리핑에서 “수사대상자는 유족이 고소한 7명과 문건에 거론된 인물 7명, 2명이 겹쳐 모두 12명”이라고 밝힘.
▲2009년 3월25일=유장호씨 분당경찰서에서 조사받음.
▲2009년 3월31일=소속사 전 대표 K씨에 대해 외교부에서 여권반납명령 통지.
▲2009년 4월2일=경찰 K씨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해 범죄인 인도요청 절차 착수.
▲2009년 4월3일=경찰 K씨 로밍 휴대전화를 이용해 위치를 추적하겠다고 밝힘.
▲2009년 4월3일=경찰 오전 브리핑에서 “수사 마지막에 모든 것을 다 밝힐 거다. 실명까지 밝힐 거다. 문건 내용도 다 밝히겠다”라고 말했다가 7시간 후에 “공익을 판단해 실명과 혐의내용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말 바꿈.
▲2009년 4월6일=경찰 브리핑에서 “수사대상자 9명 중 6명을 희망하는 장소에서 만나 1차 진술을 확보했고 나머지 3명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힘.
▲2009년 4월7일=유장호씨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받음.
▲2009년 4월8일=유장호씨 전날에 이어 경찰 조사받음. 경찰에 출석하며 ‘3개 언론사와 기자 4명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소송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힘.
▲2009년 4월9일=경찰 유장호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
▲2009년 4월15일=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입기자단 간담회서 “사법처리 대상이 적어도 1~2명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해 4명 이상이 사법처리 대상임을 시사.
▲2009년 4월24일=경찰 장자연 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 술접대 강요, 강제추행, 명예훼손 등 혐의로 모두 9명 입건.
▲2009년 6월24일=일본 도쿄에서 소속사 전 대표 K씨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