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심' 이정현 청와대 신임 홍보수석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13: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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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 구원투수' 불통 깨고 소통 나선다

[일요시사=경제1팀] '불통'이미지가 강했던 청와대에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정무수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자리를 옮긴 이 수석은 언론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목욕탕 토크' '쪽지 토크' '새벽 토크' 등 파격제안도 서슴없다. 하지만 이 수석의 자리이동에 대한 시각차는 있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공석이었던 청와대 홍보수석에 이정현 정무수석을 기용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홍보수석 자리는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인사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 수석의 수평이동으로 공석이 된 정무수석과 윤창중 전 대변인의 낙마로 비어있는 남성 대변인의 경우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소통 청와대'
시동 건 이정현

청와대는 지난 5월22일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이래 언론인과 정치인 출신 가운데 후임자를 물색해 왔다. 그러나 외부에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결국 이 수석을 수평이동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수평이동한 것은 청와대 내 홍보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이 수석에 대한 신뢰도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김병호 대선캠프 공보단장의 활동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선거 3개월 전에 공보단장을 이 수석으로 교체한 적이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 "이 수석이 박근혜정부의 '왕수석'"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수석은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부터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매일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아 각종 파격 제안을 내놓고 있다. 이남기 전 수석은 100여일 동안 불과 여섯차례 춘추관을 찾았다.

이 수석 지난 4일 오전 10시께 춘추관을 찾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이 수석은 '목욕탕 토크'를 제안, 춘추관을 발칵 뒤집어 놨다. 그는 "오전에 씻기도 해야 하고 청와대로 오면서 여러 가지 조율할 것도 많이 기자들 전화를 다 받을 수가 없다"며 "새벽에 춘추관 지하 목욕탕에서 출근한 기자들과 간단히 얘기하면서 언론이 청와대에 대해 궁금한 게 뭔지 들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수석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자들은 소외된다" "새벽에 출근하는 기자가 얼마나 되나" 등 이의가 제기됐고 이 수석은 "목욕은 청와대 경내에서 하겠다"고 물러났다. 대신 아침 회의 전 오전 7시쯤 춘추관에 들러 '새벽 간이토크'를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 수석은 새벽 간이 토크 외에도 언론과의 접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오전 청와대 회의 이후 한 번, 오후 청와대 회의 이후 한 번 기자실에 들러 언론의 관심사에 대해 백브리핑 형식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씻을 때, 회의할 때 빼고는 언제든 전화를 받겠다. 만나야 할 때 만나고 연락해야 할 때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과 스킨십 강화…'목욕탕 토크' 파격제안 
'그 사람이 그 사람' 회전문·돌려막기 비판도

이남기 전 수석 시절 '청와대 관계자' 보도 자제 요청 논란에 대해서는 '고위 관계자'라는 표현은 자제를 요청하고 '관계자'는 허용했다.

'쪽지 토크'도 제안했다. 이 수석은 기자들이 궁금한 점을 쪽지로 남겨 놓는 미국을 예로 들면서 "우리도 그대로 해보자"고 말했고 이에 홍보수석실 직원들은 기자들이 질문지를 붙일 수 있도록 즉각 게시판을 마련했다.

이틀 째인 지난 5일 오전 6시55분, 이 수석은 전날 약속대로 춘추관을 찾았다. 일부 기자들은 '와∼'하는 탄성을 질렀다.

"긴장이 돼 잠이 안 와서 일찍 나왔다"고 말문을 연 이 수석은 30여 분간 각종 현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그답게 기자들의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변하며 공감을 이끌었다.

2007 대선경선 이후
'박근혜 복심'으로


이 수석은 "미국 백악관 기자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을 살펴보려고 책 5권을 구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우리 기자들은 왜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기자들과 대변인의 갈등은 우리보다 100배나 심하더라. 그래서 나도 웬만하면 다 참으려고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그는 또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전후로 언론이 제기한 국정 운영에 대한 각종 지적에 대해 "하나하나 귀 기 기울여야 할 부분이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라고 본다"며 "아주 잘못된 팩트 외에는 국민의 뜻으로 알겠다"고 했다.

과도한 언론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이 수석은 "가급적 내 이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내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비서일 뿐이다. 공식 발표는 대변인을 통해 하고, 나는 배경 설명을 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정무수석 시절에도 "목에 힘을 빼라"고 당부해 왔다.

언론은 이 수석의 이러한 소통 구상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도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등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수평이동에
인재풀 논란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불통 정치'에 국민의 실망이 컸고 윤창준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참사'와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퇴는 국정혼란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이 신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이 신임 홍보수석이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가 개선되고 국정혼선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대선 기간에 공보단장을 역임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만큼 자기 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홍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고 비록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전문성에서 별로 시비를 걸 점이 없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회전문·돌려막기 인사'라는 지적이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현안논평에서 "이 신임 수석은 당선인 시절 정부팀장을 맡아 보안중시를 강조하며 '외과 수술로 입을 없애 버렸다'고 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입을 활짝 열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0일 동안 끊임없이 인사실패, 인사참사로 비판받았던 박 대통령 인사의 종착점은 결국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로 판명됐다"며 "우리 국민들은 벌써 대통령의 수첩 속 명단을 모두 확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정무수석을 홍보수석으로 돌려막는 회전문 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박근혜정부 인재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수석을 겨냥해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첫째도 소통, 둘째도 소통하는 구원투수 홍보수석이 되시라. 이 수석의 균형 있는 자세가 국민대통합과 소통정치의 성패를 판단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tbs 라디오 <열린 아침 송정애입니다>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비서를 A라는 보직에 놓고 B라는 보직에 놓고는 그야말로 내부의 일"이라며 "회전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역량 있는 분, 그래서 당청관계 뿐 아니라 청와대와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소통을 잘하고 또 국민들에게도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을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빨리 찾아내는 그것을 회전문 인사라고 자꾸 비판만 하고 있으면 적절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가장 잘 통한다"
친박계서도 핵심 중 핵심


김 정책위의장의 말처럼 대놓고 비판만 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박 대통령이 새 인물을 수혈하지 못하고 정무수석을 수평이동시킨데 대한 '회전문·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한 당장 공석이 된 정무수석을 찾는 일도 시급하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정무수석 후보군으로 친박계 출신의 전직 의원군이 먼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중에서 3선 출신의 김학송 전 의원을 비롯해 재선 출신의 이성헌 전 의원, 초선 출신의 권영진·현지환 전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속마음과 철학 등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친박계에서도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전남 곡성 출신의 이 수석은 광주 살레시오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정치계에 입문한 때는 1985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구용상 민정당 전 의원의 총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부터다. 이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후보 측 대선기획단장을 맡았으며 당료로 활동하다가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 낙선했으나 민주당의 텃밭에서 39.7%라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해 당에선 호남 배려차원으로 지난해 6월 그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으며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정무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되면서 당·청 간의 소통을 주도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박 대통령과는 2004년 처음 만났다. 박 대통령이 17대 총선 직후 오찬 자리를 마련했는데 광주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 수석이 이 자리에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주장한 게 계기였다. 박 대통령은 "어쩌면 그렇게 말씀을 잘 하느냐"고 감탄했고, 며칠 뒤 그를 당 수석 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수석은 이후 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홍보 책임자로 활동했으며 박 대통령이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하고 정치적 칩거를 이어갈 때도 대변인 역할을 했다. 이명박 후보 측의 선대위 고위직 제의와 김문수 경기지사 측의 정무부지사 제의를 모두 고사하면서까지 박 대통령을 지켜 '박근혜의 입' '걸어 다니는 박근혜 사전'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당시 혼자서 전 언론을 상대하다 보니 휴대전화 배터리를 12개씩 준비해놓고 사용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후임 정무수석은?
친박계 출신 거론

그는 2011년 쓴 자전적 에세이에서 박근혜 정치에 대해 "부정부패가 얼씬도 못하는 윗물이 맑은 사회를 이룰 것이고 정치 선진화를 실현해 인치가 아닌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최초의 지도자가 될 것이며,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주력한 기존 정치와 달리 사회적 자본, 즉 신뢰·원칙·법치 등을 확립시킬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공개된 공직자 재산현황에서 이 수석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10명 중 가장 적은 4억5000만원을 적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박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온 후 "3년만 일하고 은퇴해서 가족과 삶을 누리며 종교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가족은 부인 김민경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이정현 홍보수석은?>

▲1958년 전남 곡성
▲살레시오고,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 전략기획단장
▲한나라당 정책기획팀 팀장
▲한나라당 상근 부대변인
▲제18대 국회의원
▲국회 예결·문방·법사위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 공보단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팀장
▲청와대 정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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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