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 게이트’ MB 정조준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10 13: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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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꼬리 잡아당기면 끝에 MB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검찰이 박근혜정부 들어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칼끝은 유난히 매섭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 여부를 두고 법무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검찰개혁이 요구된 탓에 일단 ‘강경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MB도 옴짝달싹 못하게 생겼다. 검찰의 칼끝은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심장을 겨눈 것일까? <일요시사>가 ‘원세훈 게이트’를 통해 MB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점쳐 봤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검경과 국회가 들썩인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여정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국정원과 경찰, 그리고 언론과 민주당 사이에 수차례 고소·고발이 오갔다. 그리고 최근 황보건설 전 대표 황보연씨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뒤늦게 동력이 붙은 검찰 수사도 그나마 아슬아슬하다. 오는 6월19일 국정원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MB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는 원 전 원장과 마찬가지다.

수사과장 좌천 후
‘몸통’ 고발에 수사 개시

국정원사건은 작년 12월11일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 김모씨를 선관위와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면서 발단이 됐다. 얼마 전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던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그날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수서경찰서는 국정원에 범죄수사 개시를 통보하고 노트북과 테스크탑 컴퓨터 등 증거를 수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있기 3일 전 국정원이 이러한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다음날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를 방해하는 윗선의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권력층 비호 속
황보건설 승승장구


대선 이틀 전, 수사경찰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일축하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급거 발표했다. 그리고 대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2월4일 권 과장이 수서경찰서에서 송파경찰서로 전보되기까지, 권 과장과 경찰청 고위관계자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권 과장의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경찰 고위층의 심기를 건드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김모씨가 대선 관련 인터넷 글에 추천과 반대 의사 99차례 표시했다.”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나온 권 과장의 발언들이다.

경찰청 고위관계자가 권 과장에게 “(언론에)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과장의 전보조치가 ‘좌천’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정원사건을 진두지휘했던 권 과장이 전보되면서 경찰 수사는 동력을 잃은 듯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용판 전 서울청장을 고발하고 민주노총과 4대강범대위, 참여연대, 민변 등이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국정원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퇴임 이후 개인사무실 내고 뛰던 MB “나 지금 떨고 있니?”
국정원사건이 뭐라고. 경찰·검찰·국회·언론까지 ‘들었다 놨다’


경찰이 국정원사건을 수사한 지 4개월 만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적용하기로 하고 사건을 검찰에게 넘긴 탓에, 공무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왜 선거법을 적용하지 않느냐를 두고 정가와 검찰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었다.

검찰은 수사 내내 물증 확보에 주력했다. 경찰은 3개 사이트에서 불과 100여 건의 정치적인 글을 찾아내는 데 그쳤지만, 검찰은 1개 사이트를 분석해 수백 건을 확보했다. 국정원 직원이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거론한 글도 수사과정에서 발견되면서,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국정원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황보건설의 금품 로비 의혹이 정·관계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원 전 원장은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 전 원장이 우선 황보건설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고, 골프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황보건설 전 대표 황씨를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황씨의 개인비리보다 정권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황씨가 원 전 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로 관급공사를 수주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황보건설은 MB정부 시절 8배 가까이 성장한 점이 더욱 의심을 샀다. 2008년 63억원에 불과하던 황보건설의 매출은 ▲2009년 296억원 ▲2010년 408억원 ▲2011년 473억원 등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2009년 970위대에서 2012년 380위대까지 급성장세를 기록했다. 

당시 황보건설은 대형업체가 수주했던 도로건설공사 중 일부를 수행했다. 이로 인해 황보건설은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채찍 든 검찰
당근 든 법무부

검찰은 황씨가 로비를 벌인 정관계 인사들이 황보건설이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하고 대형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줬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검찰은 황씨에 대한 수사 초기에 황보씨가 작성한 정관계 인사, 금융·언론인 등에게 보낸 ‘선물리스트'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황씨가 원 전 원장에게 순금과 명품의류, 가방 등 10여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했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인터넷상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이나 MB정부의 4대강 사업 등 정부 주력사업의 홍보 등을 지시했고, 심리정보국 산하 대응팀이 각종 사이트에서 댓글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황보건설 로비 물증은 원 전 원장을 옥죄고도 남았다.

제동은 엉뚱한 곳에서 걸렸다.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검찰과 ‘신중해야 한다’는 법무부 간 갈등이 빚어진 것. 검찰은 정권 교체기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악습을 끊으려면 강도 높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와 달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수사가 공안사건인 데다 선거법 적용 여부를 다투는 사안으로, 일반 형사사건이나 특수사건과 달리 정밀한 법리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국정원법 혐의만” 검찰 “선거법 위반도” 법무부 “신중히”
‘대표 MB맨’ 잡으면? 국정원·4대강·주가조작·내곡동 털린다  


검찰의 주장대로 원 전 원장을 구속할 경우 MB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정가의 일반적인 목소리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MB를 바로 끌어올 수 없으니, 원세훈을 거치는 것이다. 모든 칼날은 MB를 향하고 있다”라며 “국정원사건으로 원 전 원장을 건드리면 MB의 4대강, 주가조작, 내곡동까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조심스레 귀띔했다. 

실제로 국가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올랐던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혔다. 원 전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임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원 전 원장은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승승장구했으며, 전례 없이 국정원장으로 장수했다.

전 국정원 직원이었던 김모씨가 원 전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 말한 것만 보더라도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곧 MB를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불구속 기소 결정?
수사 난항 예상

실제로 당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키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기소 입장을 고수했던 일선 수사팀이 강력 반발하는 등 검찰 내 심각한 내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MB수사에 먹구름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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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