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영세업체 vs 3조5천억 글로벌사
세계 최대 시마노 상대 1조 특허소송서 승소
한국의 영세업체가 일본의 세계 최대 회사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이겨 화제다.
국내 자전거 부품 개발업체 엠비아이는 지난 4월 일본 자전거회사인 시마노사를 상대로 일본특허청에 제기한 1조원 규모의 변속기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논란이 된 상품은 외부에 노출돼 체인이 잘 벗겨지고 변속 속도가 느린 기존 자전거 변속기를 보완한 것. 엠비아이는 변속에 필요한 부품을 하나의 통에 몰아넣어 이런 결점을 제거한 변속기를 개발, 1999년 12월 특허 출원했다.
시마노 측도 유사한 변속기를 엠비아이보다 3개월 늦은 2000년 3월 특허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마노의 변속기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엠비아이는 지난해 3월 시마노를 상대로 유럽에서 자전거 수요가 가장 많은 독일의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시마노가 자국인 일본 특허청에 엠비아이의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하면서 양측은 1년여 간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엠비아이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특허청이 엠비아이의 승소를 결정한 것은 특허 기술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입증한 결과”라며 “시마노가 합의하자는 제안을 해와 2004년부터 현재까지의 변속기 단가, 특허 존속기간, 로열티 등을 감안해 약 1조원의 합의금을 제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춰지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엠비아이는 올해 26세의 청년 사업가인 유혁 대표가 이끄는 영세기업이다. 직원이 9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2005년 3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돼 자전거 허브기어와 타이어 공기압 유지장치, 브레이크 장치 등 자전거부품 연구·개발 전문 업체다.
현재 자전거 관련 특허 14개를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등 전세계 38개국에 출원 등록해 기술력을 입증 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연구·개발만 해온 탓에 매출액이 없다.
반면 시마노는 연매출 3조5000억원에 직원 5500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회사다.
유 대표는 “국내 자전거 부품의 특허권을 적극 방어하고 기술개발에 힘쓰기 위해 시마노 외 다른 외국기업을 상대로도 소송에 들어가는 등 특허권 침해에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일본 특허청의 승소 결정은 다른 나라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시마노가 엠비아이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일본 특허청의 결정을 뒤엎는 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