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릴레이 폭로’ 난타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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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에 사모님·총장님까지 ‘헉’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페이퍼 컴퍼니’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심상찮은 시선은 일제히 실명이 공개된 기업체로 쏠리는 분위기다. 국세청도 곧바로 이들의 탈세 여부 조사에 착수할 태세다. 해당 사안들이 미칠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타깃이 누가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달 27일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총수와 전·현직 임원 7명의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22일 1차 발표에 이은 2차 발표다. 이어 3일 뒤 금융·문화·교육계 인사가 포함된 3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페이퍼컴퍼니’에 연루된 재계인사는 17명으로 늘어났다.

삼성 임원도 ‘콕’

공개된 2차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이사,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 케미칼 부회장과 배우자 김영혜씨,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 등 국내 4개 대기업 회장과 전·현직 임원이 포함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는 2008년 10월2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와이드 게이트그룹’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최 회장은 이 회사의 발행주식 5만주 가운데 90%인 4만5000주를 취득했고, 나머지 5000주는 당시 전무였던 조 전 대표가 보유했다.

황용득 사장은 1996년 2월19일 쿡아일랜드에 ‘파이브스타 아쿠 트러스트’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그 해 3월과 다음해 8월 각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위치한 아파트 두 채를 잇달아 사들인 다음 5년 뒤인 2002년 6월 한화그룹 일본법인인 한화재팬에 매각했다.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235만494달러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 구입 당시 황 사장이 39세의 일개 직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어 개인자산이 아닌 실제 소유주를 숨기기 위해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민호 전 부회장은 1996년 1월 선경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재직 중 버진아일랜드에 ‘크로스브룩 인코퍼레이션’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발행 주식은 단 1주에 불과했고, 그나마 1주의 주주도 익명 처리돼 있었다. 실제 주인을 알 수 없던 이 회사는 7년 뒤인 2003년에 조 전 부회장의 부인에게 넘어갔다.

이덕규 전 이사도 2005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콘투어 퍼시픽’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는데, 이 법인의 발행주식 또한 1주에 불과했다. 유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도 2007년 4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 ‘선 웨이브 매니지먼트’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이 공개되자 해당 기업들은 자사와 무관하다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한진해운 측은 “최 회장이 법인을 설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1년 11월께 모든 관계를 정리했다”고 해명했고, 한화 측 역시 “당시 우리나라 해외법인이 해외부동산 취득에 어려움이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2002년 적법한 절차를 통해 취득했다”고 말했다. SK 측도 10여년 전 퇴직한 임원의 개인적인 일을 기업과 연관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대우인터 역시 “이 전 이사는 2008년 퇴직했다. 회사는 전혀 무관하다”며 항변했다.

해당기업들이 ‘선긋기’에 분주할 무렵, 3차 명단이 추가로 공개됐다. 3차 명단에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배우자인 연극배우 윤석화씨,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현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등 금융·기업·문화·교육 분야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버진아일랜드 계좌명단 추가 공개
총수·임원·연예인·언론인 포함
조만간 4차 발표…다음 타깃 누구?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석기 전 사장은 1990년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이라는 법인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총 6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보유 중이다. 그는 홍콩으로 도피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명수배된 시기에도 3차례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인 윤씨는 김 전 사장과 함께 1993년 1월 설립된 ‘STV 아시아’와 2001년 2월 세워진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에 주주로 참여했다.

특히 2005년 6월 세워진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 등기이사엔 김 전 사장 부부 뿐 아니라 이수형 전무, 조원표 대표가 나란히 등재돼 있어, 이들 4명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무와 조 대표는 동아일보를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특히 이 전무는 15년간 법조기자로 일하면서 기자상을 10차례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윤씨 측은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이름만 빌려줬을 뿐, 페이퍼컴퍼니의 설립과 임원으로 등재된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고, 이 전무도 언론에 공개한 경위서에서 “언론사 후배인 조 사장과 김 전 사장이 함께 일하게 되면서 조 사장을 통해 여권번호와 영문이름을 알려준 것이 전부”라며 “페이퍼컴퍼니인 줄 몰랐고 금전거래도 없었다. 삼성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공개된 3차 명단에는 또 전성용 경동대 총장이 포함됐다. 전 총장은 2007부터 2008년 사이, 버진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 총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김 전 사장에 이은 또 한명의 ‘조세피난처 큰 손’으로 지목됐다.

전 총장은 2007년 6월5일 ‘메럴리 월드와이드’란 법인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4일 ‘전성용’, 7월9일 ‘더블 콤포츠’(싱가포르), 2008년 10월21일 ‘인적 자원관리연구소’ 등을 각각 세우고, 등기이사와 주주 이름를 모두 차명으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 전 총장이 1주일 동안 대학교에 출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2,3차 명단을 <뉴스타파> 홈페이지, 유튜브, 팟캐스트, 다음TV팟 등을 통해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탈세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날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은 탈세 등의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역시 과거 자료를 정밀분석해 탈세 혐의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만 빌려줬다?

그러나 재계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반기업 정서로 확산돼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정치권의 법안 경쟁이 더 가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큰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역외탈세 불법성은 조사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지만 그 자체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여론의 흐름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재계에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화 남편’김석기 누구?
재벌가 사위 출신 주식전문가

<뉴스타파>가 발표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소유 한국인 3차 명단에 배우 윤석화씨와 남편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경 CJ 부회장과 이혼
과거에도 유령회사로 큰돈

윤씨의 남편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은 주식과 국제 금융의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1990년대 초 홍콩에서 활동하며 국제적인 금융 감각을 키웠고 이를 국내 금융업계에 적용했다. 국내 회사의 채권을 외국에서는 싸게 사고 국내에서는 비싸게 파는 방법이었다. 

국내에서 거의 처음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주식 투자를 해서 성공했다고 알려진 김 전 사장은 국외의 조세 회피 지역에 서류만 있는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 이름으로 상장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화려한 경력과 성과를 쌓았던 김 전 사장은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과 결혼해 삼성가(家)의 사위가 되었지만 이혼했고, 이후 연극배우 윤석화 씨와 살았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 됐고, 당시 운영하던 중앙종금은 부실 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그는 홍콩 리펄스베이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인 윤씨는 1975년 민중 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 30여 년 동안 연극 <신의 아그네스> <딸에게 보내는 편지> <위트>, 뮤지컬 <명성황후> <넌센스> 등에 출연한 스타 배우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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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