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백년전쟁>에 담지 못한 비화 전격공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03 14: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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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노디김 ‘미스터리’ 3박4일…‘기차 안 침대에선…’

[일요시사=정치팀]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 했다. 왜곡된 과거는 왜곡된 미래를 부른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바로 <백년전쟁>과 <프레이저보고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김지영 감독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 역사의 비스토리를 영상에 담았다. 반세기 넘게 빛을 보지 못한 역사는 몹시도 치열한 태동을 거쳐 김 감독의 손에 의해 재탄생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민족문제연구소가 과거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호기롭게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진 다윗 김지영 감독은 지금 ‘태풍의 눈’ 중심에 있다. <일요시사>가 김 감독을 만나 <백년전쟁>에 다 담지 못한 비화들을 들어봤다.




<백년전쟁-이승만의 두 얼굴>을 반박하는 내용에 재반격을 가할 대응영상을 만드느라 김지영 감독은 밤낮이 바뀐 지 오래다. 김 감독은 제작 중인 대응영상을 <백년전쟁 팬서비스 에디션>이라고 취재기자에게 소개했다.

김 감독은 “자료 제시하며 유쾌하게, 가능한 관객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어요. 물론 당하는 쪽은 유쾌하지 않겠지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백년전쟁> 2부도 기획하고 있는데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분(유족)들까지 보라는 건 아니지만, 봐주면 더 좋고…. 이승만 대통령이 워낙 인기 없는 캐릭터라 많이 볼 거 같지는 않아요”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씨가 민족문제연구소와 김지영 감독을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탓에 금년 ‘개봉박두’가 예고된 <백년전쟁2>과 <프레이저보고서2>는 지금 상황만 봐서는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21일 이인수씨와 함께 검찰에서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는 ‘이승만기념사업회’의 김일주 사무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천인공노할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건국 대통령을 돈과 여자문제로 엮어서 망가뜨리려고 해요. 이건 분명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거지요”라고 말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승만 유족 고소 “싸움에서 졌다”

“어렵지만 낙관적” 6월10일쯤 영상 공개

“졌어요, 싸움에서.”

소송은 진행 중에 있고 대응 영상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서, 김 감독에게 나온 첫 마디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하지만 무심한 듯 그같은 말을 내뱉는 김 감독에게 패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자료 하나 내밀지 못하고 미디어로 밀어붙이는 그들을 보면서 새끼손가락으로도 제압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렇게 <백년전쟁>의 열두 가지 쟁점에 대해 하나하나 자료를 내밀며 반박하고 있었어요.”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백년전쟁>이 조작이라는 주장에 대해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김 총장도 기자회견 영상을 봤다고 했다. 김 총장은 “어떻게든 흠 잡으려고 하는데 비겁하고 당당하지 못했어요”라고 비난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전투에서 이겼는데 그들은 전쟁에서 이겼어요”라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개발 이면의 진실이 담긴 <프레이저보고서>가 이전처럼 조명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달려든 사람들은 희생타였던 거예요. 계속 싸움을 걸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죠. <프레이저보고서>가 사라지고 박정희도 함께 사라졌어요. 박정희 세력이 얼마나 센가요. 정작 박정희 유족들은 가만히 있잖아요. 보수가 여자 엉덩이나 만지고 헐렁한 거 같지만, 통치집단의 힘이 이거구나 했죠. 그들을 큰판을 보는 거예요.”

5월21일 다큐영상 고소인 13시간 검찰조사 “천인공노할 거짓말”
사라진 박정희의 <프레이저보고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져”

그는 <백년전쟁>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실이 그늘에 가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처음엔 겁이 없었어요.”

김 감독은 <백년전쟁>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중이 인터넷을 통해 해당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모든 과정은 자료에 근거해 진행됐다고 공언했다. 조작이라는 주장에 대해 얼마든지 대응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로서는 겁먹을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말려 죽일 건가 봐요. 연구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김 감독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족문제연구소 구성원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저는 낙관적으로 봐요. 친일인명사전을 만들 때도 연구소 사람들은 소송에 걸리고 공격을 당했어요. 그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걸 보면 만만한 조직은 아니란 얘기죠.”

<백년전쟁> 팬서비스 영상은 당초 지난 5월30일에 완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고문변호인단의 법적검토를 거치기로 하면서 ‘출시’가 늦어졌다.

김 감독은 오는 6월10일을 전후해 다큐멘터리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맨법(Mann Act)' 위반 사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가 전말을 밝혀냈다며 ‘예고편’이나 다름없는 내용을 취재기자에게 귀띔했다.

‘성문란 단속법’ 위반 혐의
사건의 핵심 ‘침대차’

“윗분들(민족문제연구소)이 싫어하실 텐데…. 연구소의 점잖음이 맘에 안 들어요”라고 눈살을 찌푸리던 김 감독은 조심스럽게 “사실 이건 백년전쟁에 안 넣었어요. 남녀문제를 깊이 다루면 주제가 흐려지기 때문이에요. 감독으로서 원래 표현하고 싶었던 건 독립운동가와 사익추구세력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제목도 대중적으로 ‘갱스터와 혁명가들’로 가려고 했죠. 이승만 다큐가 아니었어요. 그런 사람의 삶을 주인공으로 쓰는 게 싫었죠. 이승만이 어떤 인간인지는 이해하게 됐지만…”이라며 다큐멘터리 제목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제가 대방출할게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준비한 자료를 찾는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김 감독은 위아래 침대가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취재기자에게 보여줬다.

“혹시 침대 기차 타보셨어요? 이승만은 3박4일 동안 노디김과 이 기차를 탔어요. 낮에는 좌석인데, 밤이 되면 침실로 변해요. 그리고 커튼을 닫아줍니다.”

김 감독은 미국 철도박물관에 문의해 당시 운행된 침대차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노디김은 ‘이승만의 여자’로 거론된 여대생이다. 이 전 대통령이 노디김과 미국 대륙을 횡단하다가 수사관에 잡힌 사실이 <백년전쟁>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이 부분에 비난의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이 '부도덕한 성관계를 위해 주 경계를 넘은 혐의'로 고발된 저간의 배경을 둘러싸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1편에서 디테일한 부분은 뺐었죠.”

김 감독은 이 전 대통령과 노디김의 맨법 위반에 관한 내용을 대응 영상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룰 것이라고 했다.

맨법은 1920년대 미국의 ‘성문란 단속법’이라고 김 감독은 소개했다. 당시 미국은 청교도적인 부부관계가 요구됐는데, ‘유부남이 아내가 아닌 여자와 주를 넘는 행위를 1박으로 간주해 이를 단속해야 한다’는 미국사회의 요구로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주를 건널 때 맨법 위반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보수통치집단의 힘은 큰판을 보는 것, 바로 이거구나 했다”
‘맨액트’ 위반 진실 쥐고 있는 ‘고데트 부인’ 여권신청서 찾아내

김 감독은 이 전 대통령이 이민국 조사과정에서 위증을 공모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민국은 국내 사법부와 마찬가지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김 감독이 펜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읽어 내려간 1920년 노디김의 서약진술서 내용은 이랬다.

경찰이 물었다. "당신은 이승만과 침대차에 탔습니까?"

노디 김이 대답했다. "이 박사는 위층 침대에서 나는 다른 위층 침대에서 잤어요. 우리는 다른 섹션에 있었어요."

김 감독은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에요”라고 말한 후 계속 읽었다.

"이 박사의 아래쪽 침대에서 잤던 여자를 알아요. 이름은 H.M 고데트 부인. 주소는 워싱턴DC 북서쪽 11번가 1226번지예요."

노디김의 진술이다.

“수사관 조사의 핵심은 ‘이승만과 노디김이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같이 여행했는가’였어요. 노디김의 진술이 고데트 부인에 의해 알리바이가 맞아떨어지면서 두 사람은 풀려날 수 있었죠.” 

그리고 김 감독은 “이걸 조사했어요. 지금으로부터 93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 파헤쳤어요”라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감독은 고데트 부인의 행적을 찾기 위해 이른바 탐사보도를 했다. 고데트의 행적을 찾는 과정이 영상에 담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데트는 이 전 대통령과 한 섹션에 없었어요.”

김 감독이 제시한 자료는 여행을 마친 고데트 부인이 1921년 작성한 여권신청서였다.

알리바이 제공한 ‘제3자’
같은 기차 탄 적 없어

“고데트는 5월부터 7월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었어요. 이승만과 노디김이 여행을 한 건 6월16일부터예요.”
김 감독은 이같은 자료들이 1920년 당시 미국 수사관의 조사에 의해 나타났다면, 이 전 대통령은 위증죄로 재판에 회부된 후 징역을 살고, 이민법에 의해 추가재판을 받고 미국에서 추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상대측은 다큐멘터리 전체를 조작으로 몰며 이것을 쟁점으로 만드려고 해요. '이것이 조작이니 나머지도 조작'이라는 논리죠.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불가피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김 감독이 대응영상을 제작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양측이 한동안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진실을 둘러싼 싸움에 김 감독은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전쟁의 패자라고 말하면서도 치열한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  그가 과연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펼쳐질 진실게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승만기념사업회 김일주 사무총장 한마디

“이승만과 노디김 아무 관계도 없다”

이승만기념사업회의 김일주 사무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장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맨법 위반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이 맨법 위반으로 기소를 당했다고 했어요. 기소를 당한 사람은 피고인으로 피의자 또는 참고인 자격과 하늘과 땅 차이예요”라며 “미국 수사관이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고 단정을 지어 놓고 패러디라는 핑계로 엉뚱한 사례를 붙여서 방어를 하고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민족문제연구소의 반박 자료에 대해서도 “답답한 게 자료 하나라도 더 잡아서 이승만의 도덕성을 허물려고 한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위증을 했다고 주장하는 고데트 부인에 대해 엉뚱하게 무슨 썸씽이 있다고 발표할까 봐 예의주시하고 있었어요”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서 1920년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1919년에 3·1운동이 있었잖아요. 임시정부가 한성과 상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어요. 그중 한성 임시정부가 전통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9월6일에 상해로 임시정부가 통합됐어요”라면서 “이때 이 전 대통령이 상해로 가야 했는데 일본에 의해 현상금 30만 불이 걸린 상태였어요.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 대통령으로 상해에 가지도 못하고 일본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독립운동 규합에만 힘을 쓰고 있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김 총장은 “상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서 어린 여대생과 노닥거린다는 게 말이 안돼요.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이 전 대통령과 노디김의 관계를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김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은 1920년 상해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어요. 시체를 이송하는 배였는데, 아래쪽 관에 들어가 발견됐어요. 이게 진짜 이야기예요”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검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가 조사받으면서 두 손을 떨면서 너무 억울해했어요. 얼마나 격앙되셨으면 그랬겠어요. 그분 나이가 여든이 넘었어요. 너무도 민망하고 황당한 일이죠”라고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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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