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온가족이 함께하는 핫이슈 여행지 ④대전 계족산

온가족이 맨발로…‘황톳길의 건강’

온 산과 들이 푸른 5월은 가족이 나들이하기 좋은 달이다. 이왕이면 요즘 대세인 ‘걷기 여행’을 떠나 건강도 챙겨보는 게 어떨까. 대전시 장동산림욕장에 조성된 계족산 황톳길은 걷기와 몸에 좋은 황토까지 더한 에코 힐링 로드(eco healing road)로 인기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산길이 가파르지 않아 가족 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산허리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에코 힐링길
족욕 체험·비밀의 화원 등 색다른 즐길거리

대전시 외곽 동쪽에 위치한 계족산은 중턱을 도는 임도가 닭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임도에 황토를 깔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주)선양이 2006년부터 계족산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해마다 ‘계족산맨발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5월11~12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열었다.

맨발의 청춘
황톳길을 가다

황톳길 걷기 체험은 축제기간이 아니어도 언제나 가능하다. 맑고 화창한 날, 나무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면 황톳길은 금가루가 뿌려진 듯하다. 금빛으로 물든 황톳길을 걷노라면 왠지 몸이 더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황톳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맨발로 걸어야 한다. 신발 신고 걸을 때는 느끼지 못한 부드럽고 푹신한 황토의 감촉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비 온 뒤라도 맨발 걷기를 주저하지 말자. 맨발에 차지게 감기는 황토가 시원한 해방감을 선물한다.


맨발 걷기에 가장 신이 나는 건 아이들이다. 신발에 갇혀 지낸 발이 갑갑했는지 아이들은 황톳길에 오르자마자 신발을 벗어 던진다. 흙길을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이 혹시나 다칠까 하는 걱정은 내려두어도 된다. 해마다 전북 익산 등지에서 가져온 질 좋은 황토를 새로 깔아 정비하기 때문에 두툼한 황톳길을 만날 수 있다.

황토의 효능을 생각하면 더욱 맨발로 걸어야 한다. 황토는 혈액순환을 돕고 발한작용을 촉진하며, 항균작용과 몸속 독소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계족산 황톳길은 총 길이가 14.5km로,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시작해 산 중턱 순환 임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보통 걸음으로 다섯 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한 거리다. 하지만 가볍게 나선 가족 나들이에 완주를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싱그러운 숲길을 자박자박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산길이라지만 비교적 완만해 어린아이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중간에 물놀이장과 발 씻는 곳 등 쉬어 가는 길목도 잘 꾸며져 있다.

이왕이면 계족산성에도 올라볼 것을 권한다. 황톳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산 중턱에 계족산성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산성까지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므로 이곳에서는 신발 착용이 필수. 초등학생 정도면 함께 등반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15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성과 대청댐, 대전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금 힘들지만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축조된 계족산성은 삼국시대 신라에서 쌓은 것으로, 당시 이 지역이 전략적으로 주요한 곳이었음을 알려준다.

대전에는 힐링 로드가 황톳길만 있는 게 아니다. 대청호반 주변으로 걷기 좋은 산책길이 여럿 조성되어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그중 금강 수변 길을 따라 이어진 ‘로하스 해피 로드’는 걷기 편하도록 데크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벚꽃이 흩날리고 수양버들이 가지를 길게 드리운 봄날의 풍경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다.

걷기 여행을 충분히 즐겼다면 온종일 걷느라 지친 발을 잠시 쉬게 할 차례다. 온천으로 유명한 대전 유성온천지구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욕 체험장이 있다. 따끈한 온천물에 발을 담그면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는다. 여행객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워낙 인기 있는 곳이라 낮 시간엔 앉을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족욕 전에 발을 씻는 것이 예의. 체험장 부근에 수건 판매기가 있어 이용하기 편하다.


대전까지 와서 국립중앙과학관에 들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과학과 자연사를 아우르는 상설 전시관이 볼 만하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창의 나래관은 아이들 현장 학습에 도움이 된다.


가족과 함께라면
즐거움이 두 배

과학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응노미술관과 한밭수목원이 있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설계한 아름다운 미술관에는 고암 이응노 화백의 끊임없는 실험 정신과 작품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술관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도심 속 비밀의 화원처럼 숨겨진 한밭수목원이 나온다.

여유가 되면 동춘당과 우암사적공원에 들러도 좋다. 보물 209호 대전 회덕 동춘당은 예학의 대가로 꼽히는 송준길이 낙향해 지은 건물로, 선비와 문인들이 학문을 논하던 공간이다. 우암사적공원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학문을 수양하던 곳으로, 주변 경치가 무척 운치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 과학투어 : 엑스포과학공원 → 국립중앙과학관 → 화폐박물관 혹은 지질박물관 → 유성 족욕 체험장
- 역사 문화 투어 : 한밭교육박물관 → 동춘당 → 우암사적공원 → 뿌리공원
- 생태 환경 투어 : 계족산 황톳길 → 대청댐물문화관 →  로하스 해피로드 → 대청호 자연생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국립중앙과학관 → 이응노미술관 → 한밭수목원 → 동춘당 → 우암사적공원
둘째 날 : 대청댐 로하스길 → 계족산 황톳길 → 계족산성 → 유성 족욕 체험장

관련 웹사이트 주소
대전관광포털 www.daejeon.go.kr/dj2009/tour/index.action
유성구청 문화관광 http://tour.yuseong.go.kr
국립중앙과학관 www.science.go.kr
이응노미술관 http://ungnolee.daejeon.go.kr
한밭수목원 www.daejeon.go.kr/treegarden

문의 전화
대전시청 관광산업과 042)270-3973
대전시청 종무문화재과(계족산성) 042)270-4521
계족산 황톳길(대전광역시 공원관리사업소) 042)530-1836
대덕구청 홍보문화팀(동춘당) 042)608-6574
한밭수목원 042)472-4972
대청댐물문화관 042)930-7332
유성구청 문화관광과(유성온천 안내) 042)611-2114
우암사적공원 042)673-9286
국립중앙과학관 042)601-7894
이응노미술관 042)611-9800

대중교통
-기차_서서울-대전, KTX 매일 수시(05:15~23:30) 운행, 약 1시간 소요.
부산-대전, KTX 매일 수시(04:45~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목포-서대전, KTX 하루 12회(06:05~22:15)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 _서울-대전, 매일 수시(06:00~21:50) 운행, 약 2시간 소요.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서울-대전청사, 매일 수시(06:10~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 신탄진 IC → 신탄진로(금산·대전역 방면) → 장동로 → 장동산림욕장

숙박 정보
삼호자객관 : 서구 둔산로65번길, 042)487-5995, www.042-487-5995.kti114.net
경하온천호텔 : 유성구 온천로101번길, 042)822-5656, www.khhotel.com
호텔인터시티 : 유성구 온천로, 042)600-6000, www.hotelinterciti.com
유성호텔 : 유성구 온천로, 042)820-0100, www.yousunghotel.com

식당 정보
솔밭묵집 : 황기백숙·채묵·보리밥, 유성구 관용로, 042)935-5686, www.솔밭묵집.kr
황토기와집 : 손칼국수·보쌈, 유성구 대덕대로, 042)936-0001
광천식당 : 두부두루치기·오징어두루치기, 중구 대종로505번길, 042)226-4751
진로집 : 두부두루치기, 중구 중교로, 042)226-0914
성심당(빵집) : 튀김소보로, 중구 대종로480번길, 042)256-4114, www.sungsimdang.co.kr

축제와 행사 정보
계족산맨발축제 : 2013년 5월, 계족산 황톳길, 042)530-1836, www.barefoot festa.com
2013금강로하스축제 : 2013년 5월, 금강로하스대청공원·산호빛공원, 042)608-6573(대덕구청 홍보문화팀)
2013유성온천문화축제 : 2013년 5월, 온천로 일원, 042)611-2114(유성구청 문화관광과)

주변 볼거리
솔로몬로파크, 엑스포과학공원, 화폐박물관, 지질박물관, 대전아쿠아월드, 뿌리공원, 대전오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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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