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④재벌가 로열패밀리 ‘비밀 아지트’ <추적>

회장님 단골‘아방궁’ 은 꼭꼭 숨어있다

재벌가 로열패밀리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관심의 대상이다. 은밀한 사생활은 특히 더하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일반인과 동떨어진 삶을 산다고 여겨지는 탓에 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최측근이 아닌 이상 동선을 파악하는 내부 임직원도 드물다. 숨기면 숨길수록 궁금증은 더 커지기 마련. 지령 700호를 맞아 대중의 의구심을 달래기(?) 위해 재벌가 사람들이 자주 출입하는 음식점, 요정, 룸살롱 등 베일에 가려진 ‘아지트’들을 꼽아봤다.

음식점, 요정, 룸살롱 등 자주 출입 업소 ‘베일’
주로 상류층만의 ‘철옹성’서 은밀히 하루 보내

재벌그룹 총수의 스케줄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루 24시간이 그렇다. 오너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이들은 없다. 그룹 내부에선 오너의 일거수일투족이 ‘1급 기밀’이다. 최측근 수행비서도 공식적인 외출만 꿰고 있을 뿐이다.

‘삼청…선운…대원…청운…’
정통 요정문화 시대 마감 

‘오전 5시30분 기상→6시 신문 탐독 및 운동→7시 조찬 미팅→8시30분 전략회의→9시30분 전체회의→오후 12시 점심 미팅→1시∼3시 현장 점검→3시 업무 보고→6시 저녁 미팅→10시 전후 귀가.’
오너들의 교과서적인 일과다. 이들은 이따금 서민들 속에서 과감하게 모습을 드러내지만 주로 상류층만의 ‘철옹성’에서 은밀하게 하루를 보낸다.
우선 재벌그룹 총수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 대중의 관심사다. 얼마나 특별한 ‘진수성찬’을 먹느냐가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늘 일에 쫓기는 총수들이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기란 쉽지 않다. 이는 그룹 비서실의 최대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엔 ‘수라상’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올해 87세로 재계 총수 중 가장 최고령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무르는 홀수 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스위트룸에서 지내는데 평소 호텔 내 식당에서 한식과 일식, 양식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롯데호텔 38층에 있는 멤버십클럽 ‘메트로폴리탄’은 그가 외로움을 달래는 장소로 알려졌다. 회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는 등 100% 회원제로 운영되는(연회비 48만원·보증금 800만원) 메트로폴리탄은 홀 없이 7개의 별실(2인∼30인실)만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남산과 북한산 등 서울의 전경이 일품이며 프랑스 요리와 와인 등 다양한 음료 및 주류를 제공한다.
최근엔 검찰에 구속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006년 4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곳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타고난 ‘강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서민적인 식성을 갖고 있다. 이들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지난해 서울 종로에서 신사동으로 옮긴 한식집 ‘한일관’에 입맛을 빼앗겼다. 정 회장은 해외 출장 때 한일관의 음식을 공수하기도 한다. 70년 전통의 한일관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타계하기 전까지 매주 한 차례 이상 찾을 정도로 현대가와 인연이 깊다.

김 회장은 중구 ‘하동관’의 마니아다. 놋그릇에 담긴 곰탕이 주 메뉴로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단골이었다.
고급 한정식 원조 종로구 ‘장원’과 ‘수정’, ‘미당’ 등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 등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여의도 CCMM빌딩 ‘서울시티클럽’과 63빌딩 ‘고거버너스 챔버’ 등 회원제로 운영되는 ‘밀담’ 장소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 삼계탕집 ‘토속촌’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6월 재계 총수들을 초청한 이후 명성이 높아져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발길이 잦다.
‘요정’도 빼놓을 수 없는 로열패밀리들의 아지트다.

회원 연회비만 500~1000만원
하룻밤 술값 1000만원 ‘훌쩍’
후계자들은‘상위 1%’룸살롱 애용
과거 창업주들은 ‘요정’ 드나들어


총수들이 ‘문지방이 닳도록’요정에 들락날락한 것은 1공화국에서 3공화국 시절에 뿌리를 둔 창업 1세대에 집중된다.
당시 권력자들과 함께 요정을 드나들며 ‘애첩’을 거느린 총수들도 한둘이 아니다. S그룹, H그룹, K그룹 등의 일가는 선대의 일시적인 유희나 탐욕으로 지금까지 체면이 말이 아니다. 1960∼1980년대 강북의 대표적인 요정으로 ‘삼청각’ ‘선운각’ ‘대원각’ ‘청운각’등이 꼽힌다.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요정문화는 한풀 꺾였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엔 일부 요정만 남고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대신 그 자리엔 요정과 룸살롱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요정식 룸살롱’이 출현한 상태다. 이른바 ‘요정룸’이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비밀 사교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류계 한 관계자는 “강북의 K업소, D업소 등은 정통 요정과는 달리 현대식 룸살롱에 ‘기생’ 스타일의 접대부를 고용해 기업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더구나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최상류층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요정이 강북에 많다면 ‘요즘 경영인’들이 즐겨 찾는 유흥업소는 대거 강남에 몰려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강남 청담동 F룸살롱과 압구정동 G룸살롱, 논현동 D룸살롱 등이다.

‘요정 + 룸살롱’ 출현
고급주택가 저택 개조

이들 룸살롱은 ‘상위 1%’가 주 고객.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고급 룸살롱의 대명사인 ‘텐프로’도 기업인들의 단골 업소다.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곳이 성업 중이지만 손에 꼽히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수준.

텐프로는 여종업원들이 봉사료의 10%만 술집에 지불하고 90%를 챙긴다는 데서 유래된 말로 흔히 여종업원의 미모와 고객 수준이 강남 상위 10% 안에 드는 최고급 룸살롱을 뜻한다.
재계 인사들이 각종 구설수에 올라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유명해진 유흥업소도 많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이 놀러갔다가 ‘보복 폭행’ 도화선이 된 청담동 ‘G가라오케’는 사건 이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그전까지 B급 수준에 머물다 A급으로 올라섰다는 후문. 단지 재벌가 자제가 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유흥가에선 재벌 출입이 업소 위상의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G가라오케 인근엔 ‘H가라오케’ 등 10여 개의 ‘잘나가는’ 가라오케가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의 주대는 그리 비싸지 않아 20∼30대 중소기업 자제들이 주된 고객층이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8월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하기 전 들른 청담동 ‘W바’도 경제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하루 전날 새벽까지 ‘베스트 프렌드’ 박모씨와 단골술집 W바에서 술을 마셨다.

W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S바’는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 L씨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업소다. S바는 대학생 접대부를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클럽, 바…
‘아는 사람’만 안다”

청담동 ‘S클럽’은 별도의 VIP룸에서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건으로, 압구정동 ‘L룸살롱’은 중견 제약회사 회장이 ‘꽃뱀’ 일당에 돈을 뜯기는 사건으로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강남의 회원제 룸살롱인 ‘O클럽’과 ‘Y클럽’은 재벌 2∼3세들이 ‘난잡 파티’를 자주 벌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클럽은 신인 여자연예인들이 호스티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아예 대놓고 재벌들만 상대로 영업에 나선 업소도 있다. 강남과 여의도에 업장을 운영하는 ‘P룸살롱’은 신개념 멤버십 카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손님을 골라 받고 있다.
멤버십 카드는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해 손님이 업소 지분을 갖는 일종의 ‘고객주주’ 제도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면 입장불가다. 고객층 역시 일반 업소와 ‘물’이 다르다. 삼성동 ‘M클럽’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그나마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꽝’이다. M클럽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 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작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회장님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결국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것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논현동 ‘K업소’와 서초동 ‘N업소’는 ‘황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두 업소는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엄선한(?) 접대부들은 기본.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대학 이상의 학력으로 고수익을 올려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최소 30억원 이상 들어간 K업소와 N업소는 단순히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가거나 회원이 될 수 없다”며 “재력을 포함해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어야 철옹성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재벌 2∼3세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상류 1%’만 모이는 사교모임도 성행하고 있다. 사교모임 정회원들은 유명 특급호텔들을 돌며 미팅을 갖는다.
사교 명소로 떠오른 강남 L호텔은 귀빈층 전용 클럽 라운지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VIP들을 대상으로 연회비가 500만∼1000만원에 이르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N호텔과 A호텔도 각각 연회비가 500만원, 1000만원짜리 VIP 멤버십 회원을 모집, 초호화 객실을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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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