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00호 특집>②여·야 대권 잠룡들의 아킬레스건 밀착해부

벌써부터 김칫국 벌컥벌컥 마시고 용트림‘체할라!’

대권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2년차를 맞은 시점이라 이르기는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은 차기 대권주자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를 떠나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정몽준 최고위원과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이 뒤를 잇고 있다. 또한 야권에서는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 유시민 전 장관 등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잠룡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대권으로 가는 가시밭길에서 ‘발병’이 날 ‘상처’가 있다.

여야 잠룡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정동영 손학규 문국현
박근혜 1인자보다 센 2인자의 딜레마, 비주류 한계가 발목잡아
중도 걷는 정몽준, 주류 지원 받으면서 MB와 차별화 이중고
정동영 ‘개인정치’ 논란…당 밖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


대선을 3년여나 남겨두고 있음에도 벌써부터 잠룡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및 정당지지 지지율과 함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잠룡 선두 선 박근혜
수많은 검증에도 약점 ‘있다’

잠룡 중 지지율 선두에 서 있는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박 전 대표는 당시 치열한 검증을 받았다.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도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은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업고 정치권으로 뛰어들었고 천막당사의 한나라당을 각종 선거에서 승리로 이끌며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쉽게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다.
박 전 대통령은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독재’가 있었다. 박 전 대표에게 남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멍울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있는 한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이다.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표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지역에서조차 ‘여자가’라는 말을 하더라. 또한 ‘부자 대통령’ 등 가족이 대통령직을 이어 받는 것이 가능한 미국과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버지도 대통령이었는데 딸까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비주류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박 전 대표를 따르는 이들은 친박계라는 이름으로 강하게 뭉쳐있지만 거대여당의 주류인 친이계에 비하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흩어있던 친이계가 결집, 경선 판도를 바꿔 버린 바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도중 오랜 무소속 생활을 접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세를 구축,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라는 성과를 거두며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범친이계에 속하지만 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하며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정책연구소 ‘해밀’을 출범, 씽크탱크도 갖췄다. 그러나 무언가를 도모하기에는 ‘아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무소속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는 발을 디딜 땅을 찾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의 행보도 족쇄로 남게 됐다. 당시 정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투표 하루 전날 마음을 바꿔 일방적인 지지철회를 했고 후보단일화는 깨졌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했으나 최근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그에게 등 돌렸던 인사들이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되면서 2002년 대선은 정 최고위원에게 씻을 수 없는 과거로 남게 됐다.

급부상하는 이재오 
친박, 이상득 갈등해법 ‘골몰’

이재오 전 의원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하고 미국에서 한동안 머물러야 했지만 당내·외 세력은 더 굳건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과 당직인선에서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안상수 원내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들이 국회와 입법을 맡고 있는 원내대표와 당의 돈, 조직, 공천을 쥔 사무총장, 선거에 활용되는 각종 여론조사와 전략을 생산하는 여의도연구소를 장악하면서 ‘친이재오계가 당을 접수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 ‘막후 실세’ ‘만사형통’ ‘상왕’으로 불리는 이상득 의원이 2선 퇴진을 선언한데다 당 쇄신특위가 당 지도부의 퇴진과 조기 전당대회를 쇄신안으로 들고 나오면서 이 전 의원의 정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정치권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전 의원 측은 이러한 시각에 “다분히 계파적인 시선”이라며 손사래 치고 있지만 친박계, 이상득 의원과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오계는 친박계와의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을 향한 ‘선상 반란’의 배후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과 갈등이 불거진 데 대해 “대통령의 친형을 상대로 권력 투쟁하는 등신이 어디 있겠냐”고 일축했지만 둘은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치권은 “한나라당 소장파의 ‘선상 반란’ 후엔 이상득 의원에게, 최근에는 이재오 전 의원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는 이 대통령이지만 결국 ‘후계’ 결정은 누구와 하겠냐”며 “다른 계파와 화합하지 못하는데다 범친이계를 이끌고 있는 이 의원과의 갈등은 이 전 의원이 넘어서야 할 가장 가까운 산”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당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다. 각각 시정과 도정에 매진하고 있지만 오 시장은 지난 총선 중 ‘뉴타운’ 공약과 관련, 당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데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검찰 소환 등 잇단 악재로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계 복귀한 정동영
‘지금’이 가장 뼈아픈 시기

정동영 의원은 4월 재보선으로 정계복귀에 성공했지만 이것이 가장 큰 약점이 되어버린 묘한 상황에 처했다. 재보선 출마 여부를 두고 당과 마찰을 빚다 결국 탈당했기 때문. 민주당 원내대표에 친DY계인 이강래 원내대표가 선출됐지만 정 의원의 복당에 대한 강한 반발 탓에 복당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 사람’을 키우기 에는 정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복당이 힘들어 질 경우 독자세력을 모아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박연차 게이트’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원했던 것처럼 전북 출신 모 기업인이 그의 ‘후원자’ 역할을 한 것을 두고 검찰이 내사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재보선이 정 의원에게 큰 상처였던 반면 손학규 전 대표에게는 자연스럽게 정계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대선을 위해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당에 둥지를 틀었다는 꼬리표는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잠룡들의 지지율이 크게 요동친 가운데 유시민 전 장관이 지지율 2위로 1위인 박 전 대표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친노계 후보라는 점과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 출마, 낙선하는 등 ‘바보 노무현’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지지율을 반등시킨 것.

그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후 강의와 집필에 전념, ‘시민광장’ 등 지지자들 외에는 당 안팎의 세가 약해 이번 잠룡 순위 변동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꾸준히 잠룡 후보에 오르있다. 하지만 고령인데다 세 번의 대권도전에 모두 실패하며 쌓인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대세론’을 뒤흔들었던 아들의 군복무 문제와 한나라당 후보 당시 대선자금 문제 등은 그의 대권가도를 가로막고 있다.

17대 대선에서 ‘대안후보’로 떠올랐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금배지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당이 수없이 흔들리는 등 진통을 겪었다. 힘을 잃은 당을 바로 세우고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당한 걸음 뒤편에 아킬레스건이 내재된 잠룡들. 적지 않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는 18대 대선까지 얼마만큼 자신의 약점을 지울 수 있을지에 따라 대선 판도 또한 수없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