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온가족이 함께하는 핫이슈 여행지 ③정선

이색 열차도 타고 동강 위도 날아보고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 타고 정선 가는 길은 신나는 체험이 한가득이다. 정선은 중부내륙순환열차와 스카이워크, 짚와이어 등 다양한 테마 체험의 핫이슈 여행지다. 끝자리 2·7일에 출발하면 아라리시장으로 유명한 정선 오일장도 만날 수 있다. 5월은 각종 산나물이 쏟아질 때다. 가정의 달, 정선에 가면 흥미진진한 일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낭만 싣고 떠나는 중부내륙순환열차
놓치면 아쉬운 정선의 연계여행지들

정선으로 향하는 길부터 달라졌다. 지난 4월부터 본격 운행을 시작한 중부내륙순환열차는 민둥산역까지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서울역에서 오전 7시45분, 청량리역에서 8시7분에 출발하는 네 칸짜리 꼬마 기차의 내부는 종전 기차들과 확연히 다르다. 일본의 도롯코 열차처럼 창문을 향한 좌석도 있고, 커플석과 패밀리석 등 테마 좌석도 있다.

오감여행에
흠뻑 빠져볼까

객실에는 기차가 달리는 전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형 모니터가 있다. 넓은 차창 밖을 바라보는 것만도 신이 나는데, 모니터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속도감이 전해진다. 놀이방, 카페, 장애인 공간을 친절하게 갖춘 것도 시선을 끈다.

기차는 제천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중부내륙순환구간에 접어든다. 영월을 경유한 기차는 강원도의 웅장한 산자락과 강줄기를 따라 달린다. 석탄이 가득 쌓인 간이역도 지난다. 그렇게 함성을 지르다 보면 어느새 민둥산역이다. 억새가 장관인 가을에 북적북적한 민둥산역은 봄날에는 따뜻하고 호젓한 역의 정취를 전해준다.


이곳에서 1차로 중부내륙순환열차 체험을 마무리 짓고 정선 읍내로 향한다. 정선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오전 11시33분 정선역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한다. 중부내륙순환열차가 11시12분 민둥산역에 도착하니 한숨 돌리고 역사 한번 구경하면 갈아타기 적절한 시간이다.

민둥산역 옆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하루 일곱 차례 정선 읍내로 가는 버스도 있다. 아직은 환승에 익숙하지 않겠지만, 기차만 타고 한 바퀴 휙 둘러보는 것보다 곳곳에 내려 그 고장의 참맛을 즐기는 게 중부내륙순환열차 여행의 묘미다.

읍내에는 정선 여행의 핫 이슈가 된 스카이워크, 짚와이어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병방치계곡은 아슬아슬한 볼거리와 체험으로 가족 여행객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정선에는 영월의 선암마을과 꼭 빼닮은 물돌이 지형이 있다. 읍내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아리힐스에 오르면 병방산 자락 아래 동강 물줄기가 한반도의 윤곽을 만들어내며 에돌아 흐르는 정경이 펼쳐진다.

스카이워크는 병방치계곡 절벽에 U자형 투명 돌출 공간을 만들어 긴장감을 극대화한 시설이다.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구간에 서면 말 그대로 동강과 절벽 위 하늘을 걷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바닥과 난간이 투명 강화유리로 돼 있어 아슬아슬함을 더한다. 체험에 나선 가족들은 다리가 후들거려 성큼성큼 앞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병방치계곡의 한반도 지형은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흐린 날에도 감상하는 운치가 있다.

스카이워크 도전을 끝내고 휘청거리는 다리를 진정한 뒤 계단에 오르면 짚와이어 체험장이다. 이곳의 주요 테마는 ‘점프가 아닌 플라이(fly)’. 표현 그대로 와이어에 매달린 채 한반도 지형과 동강을 내려다보며 하늘을 나는 스릴 만점 체험이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뿜은 탄성이 단말마에 그쳤다면, 짚와이어 체험 때는 “꺅~” 하는 긴 함성이 이어진다. 325m 높이에서 출발하는 짚와이어는 시속 70km가 넘는 속도로 동양 최장인 1.1km 구간을 활강한다. 동강에서 불어온 상쾌한 바람이 허파까지 쾌청하게 적셔준다. 짚와이어 체험장 1층에는 한반도 지형과 동강이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카페테리아가 있어 아득한 경치를 배경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다양한 테마 체험
재미·감동 2배

짚와이어가 도착하는 곳은 동강생태체험학습장과 연결된다. 동강 일대에서 서식하는 꽃들과 생태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연못과 벤치도 마련되어 짧은 휴식을 선사한다.


짜릿한 체험을 끝냈으면 정선 오일장을 둘러볼 차례다. 오일장의 대명사처럼 굳어진 정선아라리 오일장은 보고, 먹고, 즐기는 삼박자가 어우러진 시장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황기, 더덕 등 각종 나물과 약초, 채소 등이 쏟아져 나온다.

구경하다 출출하면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국수, 수수떡, 메밀전병 등으로 배를 채운다. 장터에서는 떡메치기, 간이 아리랑 공연까지 곁들여져 흥을 돋운다. 장이 열리지 않는 날도 읍내 전통시장은 구수한 인심과 먹거리로 여행자들을 따뜻하게 마중한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 지었으면 가리왕산자연휴양림에서 5월의 숲을 음미해보자. 읍내에서 가리왕산자연휴양림까지 하루 일곱 차례 버스가 오간다. 회동행 종점이 휴양림이다. 회동계곡에 위치한 가리왕산자연휴양림은 계곡 길 따라 숲 탐방로가 조성되었으며, 봄이면 야생화가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정선에는 이외에도 둘러볼 명소들이 여럿이다. 읍내 아라리촌에서는 굴피집, 너와집, 귀틀집 등 정선의 옛 주거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된 아우라지에서는 레일바이크 체험이 가능하다.

톡 쏘는 약수를 자랑하는 화암약수, 종유굴로 명성 높은 화암동굴 등도 정선의 대표 관광지다. 정선에서는 4월부터 장날에 맞춰 정선의 명소를 순회하는 시티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중부내륙순환열차 → 병방치 스카이워크, 짚와이어 → 동강생태체험학습장 → 정선장터 → 아라리촌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중부내륙순환열차 → 병방치 스카이워크, 짚와이어 → 동강생태체험학습장 → 정선장터
둘째 날 : 가리왕산자연휴양림 → 아라리촌 → 아우라지 → 화암약수 → 화암동굴

웹사이트 주소
정선여행 www.ariaritour.com 
아리힐스(스카이워크, 짚와이어) www.ariihills.co.kr
정선군시설관리공단(화암동굴) www.jsimc.or.kr  

문의 전화
정선군종합관광안내소 1544-9053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3
아리힐스(스카이워크, 짚와이어) 033)563-4100
아라리촌 033)560-2059
국립가리왕산자연휴양림 033)562-5833

대중교통
기차_서울역, 청량리역-민둥산역, 중부내륙순환열차(07:45, 08:07)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민둥산역에서 기차나 버스로 정선읍까지 환승 가능, 정선 오일장이 서는 날(끝자리 2·7일) 청량리-정선-아우라지역 기차 운행.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_서울-정선, 하루 9회(07:10~18:55)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정보
- 영동고속도로 진부 IC → 59번 국도 → 수항계곡 → 정선 읍내
- 중앙고속도로 제천 IC → 38번 국도 → 영월삼거리 → 미탄 → 정선 읍내

숙박 정보
하이랜드호텔 : 고한읍 고한로, 033)591-3500 www.hi-landhotel.co.kr
하이원리조트 : 사북읍 하이원길, 1588-7789, www.high1.com
국립가리왕산자연휴양림 : 정선읍 가리왕산로, 033)562-5833, www.huyang.go.kr
도사곡휴양림 : 사북읍 지장천로, 033)592-9400, http://dosa.jsimc.or.kr

식당 정보
고향식당 : 곤드레나물밥, 화암면 약수길, 033)562-8929
동박골 : 곤드레나물밥, 정선읍 정선로, 033)563-2211
동광식당 : 황기족발, 정선읍 녹송1길, 033)563-3100
싸리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정선읍 정선로, 033)562-4554, www.ssarigol.com
장터식당 : 콧등치기국수, 정선읍 봉양7길, 033)563-8999, www.033-563-8999.kti114.net

주변 볼거리
몰운대, 민둥산, 타임캡슐공원, 백석폭포, 도사곡휴양림, 백두대간약초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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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